건양대병원 신경과 김용덕 교수

우리는 누구나 흔히 약속 시간이나 날짜, 주위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릴 수 있지만, 보통 건망증이라고 말하는 이런 일들로 자신이 치매가 생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곤 한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치매에 걸리는 사람의 숫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거의 10%가 치매환자라고 하니,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두집 걸러 한집은 치매환자라고 해도 과언

이제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이 되었다. 치매에 걸리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더구나 핵가족 시대에는 집안에 돌볼 사람이 없어 결국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환자를 간호해야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세계 치매의 날’(9월 21일)을 맞아 치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다른가?

아주 쉬운 예로, 친구와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바람을 맞힌 경우, 상대방 친구가 화를 낼 때 '깜박 잊어서 미안하다.'고 대답하면 건망증이지만, '약속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면 기억장애 또는 초기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건망증은 기억장애의 일종이지만, 알았던 사실을 잊어버렸다가도 힌트를 주면 다시 생각해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없어진 '기억장애나 치매'와는 확실하게 구

기억장애 & 치매

기억장애는 대뇌자체에 이상이 발생하여 뇌세포나 신경조직이 손상됨으로써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없고 기억했다가도 저장이 안되어 금방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기억장애는 대부분 치매의 초기 증상인데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국소적인 손상을 입었을 때는 다른 치매 증상 없이 독립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치매의 경우는 뇌 세포가 좀 더 광범위하게 손상된 상태인데, 기억 장애 외에 주의 집

치매는 건망증과는 별개의 현상이다. 더욱이 치매 전 단계의 환자에 있어서 FDA의 공인을 받은 치매약물이 새로이 개발되어 치매로의 진행방지를 위해 국내에서도 처방 중이므로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그러므로 노인이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진 경우는 병원을 방문하여 기억력 저하 유무와 그 정도평가를 포함한 신경심리검사와 같은 정밀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건망증

건망증은 개인차가 매우 크지만 우울증이나 불안 신경증, 불면증, 폐경 후 증후군 등의 질환을 가진 중년이후의 주부(주부건망증)나, 기억할 일이 많고 걱정거리가 많은 중년 남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이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 용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건망증은 술, 담배를 많이 할수록 더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 정상 노

건망증을 예방하려면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술, 담배를 억제하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의 예방법이 건망증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업무량을 적절히 조절하며, 우울증이나 그 밖의 노이로제가 원인인 경우에는 각각의 질환에 대한 치료로도 큰효과를 볼 수가 있다.

이처럼 건망증은 기억장애나 치매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력이 더 감퇴될 수는 있지만 다른 인지 기능의 장애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건강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치매의 아주 초기에는 건망증과 유사한 양상의 기억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지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정밀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매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

사람의 뇌기능은 크게 기억력, 언어, 시공간 인지력, 집중력, 수행력 5가지로 분류하는데 이들 중 2가지 이상의 인지기능 장애를 보일 때 치매라 한다. 치매의 종류에 따라 어떤 사람은 기억 장애가 제일 먼저 나타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언어 장애나 성격 변화로 시작될 수도 있다.

1. 기억 장애 : 예전 일은 잘 기억하나 최근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린다든지, 상대방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든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몇 가지 물건을 사지 않고 빠뜨리고 온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물건을 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약속을 해놓고도 잊어버린다든지, 잘 기억하여 꼼꼼하게 챙기던 제삿날이나 집안의 대소사를 잊어버린다든지, 전화를 받고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는 건망증과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기억 장애 증상이 점차 진행되면 오전에 있었던 일을 오후가 되면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더 심해지면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정도의 기억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2. 언어 장애 : 언어 장애 또한 치매의 초기부터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 가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여기서 이야기하는 언어 장애는 발음이 어눌한 구음 장애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구음 장애란 말은 하는데 필요한 입안의 근육을 움직이는데 이상이 있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뇌졸중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치매의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언어 장애는 하고 싶은 말의 표현이 금방 나오지 않거나, 물건

3. 시공간 인지력 저하 : 방향 감각이 떨어져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 가면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헤매거나 지하철역에서 엉뚱한 출구로 나온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운전을 잘 하던 사람이 전에 가본 길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길로 접어들어 헤맨다든지, 평소와 달리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놓은 곳을 찾지 못해 고생

4. 계산력 저하 : 계산 능력이 떨어져 돈 관리에 실수가 생긴다. 돈 계산이 철저하고 빠르던 사람이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준다든지, 암산으로도 잘하던 돈 계산이 안되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거나, 계산할 때 이전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금 납부 등 은행 일을 보거나 용돈을 관리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

5. 성격변화 및 행동장애 : 예전에는 의욕적이던 사람이 만사를 귀찮아하고 하루종일 잠만 잔다든가, 또는 과거에 매우 활동적이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모임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여유 있고, 전혀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융통성이 없고 쉽게 화를 내거나 반대로 과거에는 매우 까다롭고 구두쇠였던 사람이 갑자기 관대해질 수도 있

치매의 자가진단

아래의 ‘치매설문지’는 치매 환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인지 장애 증상들에 대해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설문지는 반드시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작성해야 하며, 다음의 32항목 중에서 17개 이상에 해당이 되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치매 설문지>
1.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다.
2.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3.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린다.
4.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은 잘 하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힘들다.
5.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다.
6.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 생일, 결혼 기념일 등)
7.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있다.
8. 어떤 일을 해놓고 잊어버려 다시 반복한 적이 있다.
9. 약속을 해놓고 까먹을 때가 있다.
10. 이야기 도중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잊을 때가 있다.
11. 약 먹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12.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한 두 가지를 빠뜨리기도 한다.
13. 가스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있다. 또는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14.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15. 어떤 일을 해놓고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다시 확인해야 한다.
16.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갖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17.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18.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19. 개인적인 편지나 사무적인 편지를 쓰기 힘들다.
20. 갈수록 말수가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
21.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이야기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한다.
22. 책을 읽을 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
23.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 가기 힘들다.
24. 자주 보는 친구나 친척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다.
25. 물건을 넣어둔 후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게 된다.
26.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27. 방향 감각이 떨어졌다.
2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29. 물건을 늘 두는 장소를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을 찾는다.
30.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31. 돈 관리를 하는데 실수가 있다.
32. 늘 사용해오던 기구를 다루는 데 과거와 달리 서툴러졌다.

치매의 예방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쯔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이다. 이 두가지 질환의 원인을 알면 예방도 가능하다.

‘알쯔하이머병’은 뇌세포가 서서히 죽는 병으로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의학자 알쯔하이머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현상과 함께 고지혈증, 동맥경화, 협심증 등을 일으키는 콜레스트롤, 트리글리세라이드 등의 지방성분이 산화되면서 뇌세포에 ‘얼룩무늬 검버섯(노인반)’을 생성하여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혈관성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잘 생긴다. 특히 혈중 콜레스트롤에 의한 고혈압이 주요 위험인자이다.

결국 고지혈증이 있으면 중장년에는 협심증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고, 노년에는 알쯔하이머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치매예방법은 얼핏보면 성인병 예방법과 비슷하다. 또한 치매는 가족력이 강한 질병으로 양친 모두 치매에 걸린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위험이 5배나 되므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예방에 특히 신경 써야한다.

<치매예방 원칙>

1. 고혈압을 치료해야 한다.
2. 당뇨병을 조절해야 한다.
3. 콜레스테롤을 점검해야 한다.
4. 절대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
5. 심장병을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받아야 한다.
6. 비만을 줄여야 한다.
7.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한다.
8.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9.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10. 우울증은 치료받고, 많이 웃고 밝게 살아야 한다.
11. 기억장애나 언어장애가 있을 때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12. 폐경 후 여성호르몬 투여는 의사와 상의한 후에 한다.
13. 식사는 영양의 균형을 고려하여,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의 80%정도로 한다.
14. 노후계획을 철저히 세운다.
15. 노후에도 절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둔다.
16. 젊은 사람들과도 어울린다.
17. 새로운 정보를 항상 접하고 일상생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18. 항상 즐겁고 느긋하게 긍정적인 태도로 노후생활을 보내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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