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그리고 스승의 날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있는 달이다. 이런 오월에 내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소중한 그날이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뭐 그런 날까지...’라는 말을 하기도 하겠지만 필자로서는 그 날을 이 생이 다하는 날까지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은 다름 아닌 5월 6일로서 내가 지금의 내 아내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만난 날이자 하나님께서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을 배필로 선물한 날이기도 하다.

매년 이 날이 되면 그 주간엔 여김 없이 난 결혼 시계를 차고 결혼반지를 꺼내 낀다. 말은 하지 않지만 묵시적으로 아내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오면 축전을 치고 또 만난 그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하며 감사와 위로의 말을 해준다.

아내와 관련해서는 네 번의 날을 기억하며 그 주간(週間) 이 되면 예외 없이 난 시계와 반지를 끼는데 그 첫 번째 날은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의 첫 만남의 날이다. 두 번째는 약혼 기념일, 세 번째는 결혼기념일, 그리고 아내의 생일날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전보를 아내에게 치면서 당일 시간에(첫 만남의 시간)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오후에 귀가해서 보니 분위기가 그게 아니다. 아내의 표정이 냉냉하다.

물론 우리가 처음만난 시간인 오후 3시40분 전화를 하고 자축의 말을 나누기는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에는 틀림없었다. 더구나 몇 해 전과는 달리 근래 들어서는 딸의 이메일을 통해 아내에게 예쁜 그림과 함께 ‘사랑의 편지’를 전하기까지 했는데 느낌이 그게 아니다.

방으로 슬쩍 들어가 115에 문의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전보배달 사고가 난 것이다. 집배하시는 분이 번지를 찾지 못해 배달이 안됐다는 것이다.

솔직히 속이 무척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입장이기에 꼭 부탁한다며 위치를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아무튼 26년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아내. 시(詩)를 좋아하다 시인(詩人)을 사랑하게 되어 결국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되어 그 시인의 슬픔과 아픔까지 마시는 여인이 되어 버렸다.

나와 함께 사는 동안 웃음보다, 기쁨보다, 눈물과 슬픔의 날이 더 많았던 세월이련만 그런 아내는 남편인 나를 원망하기는커녕 묵묵히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 반려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나와 함께 살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아내가 곧잘 내 마음을 축축하게 적신다. 결혼을 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처음으로 접하면서 통성 기도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던 아내는 아침이면 늘 주방에서 소녀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아침 식단을 준비한다.

그리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가족들을 대하며 정성을 다한다. 그런 아내이기에 "엄마의 손이 닿는 것은 물까지도 맛있다" 라고 할라치면 딸은 요즘 말로 "닭 살 돋는다"라고 호들갑을 떤다.

결국 아내의 그 같은 모습에서 가정교육을 잘 시킨 처가 부모에게 감사하며 아울러 그런 아내에게 나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주일날 아침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가면서 나누는 대화의 시간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수다를 떨며 때론 혼자 웃기도 하며 행복해 하는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즐거움에 난 행복감을 만끽한다. 부부관계가 성숙되고 원만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솔직한 대화와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길 밖에 없다.

때론 힘이 들어 지친 마음이 되다가도 어진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 새로운 힘이 솟아나면서 강한 삶의 욕심이 생긴다. 그런 아내 때문에 내가 살수 있는 것 같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서울정보기능대학 겸임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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