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Apt에서 큰길로 나오는 골목 어귀 나무 뒤에 숨어서 Bus전용차선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를 몰래 찍는 공익요원을 우연히 보게 됐다. 개중에는 빨리 가기 위해 Bus전용차선으로 들어오는 얄미운 운전자도 있겠지만 Apt로 진입하기 위해 일명 깜박이 등을 켜고 전용차선으로 진입하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익요원은 결과 유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더구나 Apt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 할 수 있는 점선이 신호등 몇m 앞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적신호 시) 우회전하기 위한 차량 때문에 본의 아닌 정체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체 등을 감안할 때 신호등 전에 있는 점선 구간으로 진입을 해야 하는데 공익 요원은 막무가내로 Apt 입구 점선 외에는 인정치 않으려 한다. 물론 위반 사항은 철저히 단속해야 하겠지만 점선이 현실적으로 잘못되고 민원이 발생한다면 한번쯤은 고려해보았어야 할 것 같다.

문득 아주 오래 전 어느 지방을 갈 때 일이 생각난다.

대낮인데도 맞은편에서 오는 승용차나 버스가 전조등을 두어 번 깜빡깜빡 하거나 차창 밖으로 수신호를 보내기도 하며 지나간다. 그 다음 몇 대의 차량들도 예의 없이 전조등을 깜빡이며 지나간다. 처음에는 내 차에 무슨 이상이 있어 저러나 싶어 속으로는 무척 당황하기도 했으나 달리는 차를 멈출 수는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 업무를 보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그 직원이 살며시 웃으며 “그건 앞에 경찰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 이라고 귀뜸해준다.

그 후 필자 역시 운행을 하면서 내리막길이나 굽어진 길목 나무 뒤에 숨어 있는 경찰들을 보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에 신호를 보내주는 미덕을 보이게 됐다.

어떤 차량은 알았다는 식으로 전조등을 깜빡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순간 이렇게 사인을 주고받는지도 모르고 몰래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과속 위반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경찰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단속에 걸리는 차가 없어 허탈해 할 경찰의 모습을 상상하며 통쾌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는 놈 위에 뛰는 놈’ 이란 예 속담이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한 때 운전자들 사이에 불문율처럼 굳어진 이 야릇한 미덕이 누군지도 모르는 운전자가 경찰의 단속에 걸리는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지만 이 같은 행위가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움에서 우러나 한 행동에서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같은 약자들의 군중심리가 다소 적용되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진 곳에 숨어서 몰래 덫을 쳐 놓고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야비한 경찰의 단속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그들의 떳떳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실적을 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오기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규정 속도를 안 지키고 과속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대형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단속하는 경찰도 무조건 나쁘다고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함정을 파 놓고 걸릴 수밖에 없는 장소에서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그 치졸한 방법은 결코 바라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과속으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단속에 걸리며 급정차를 했을 때 일어날 대형 사고를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옛날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훌륭한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해 맹자는 “백성이 죄에 빠지기를 기다렸다 형벌을 주는 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이라며“어진 군왕이 되려면 망민(罔民), 즉 백성을 그물질해서는 안 된다”고 진언했다.

교통법규 위반 단속 이야기를 하면서 거창하게 맹자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잘못한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할 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기보다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생각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한 국가의 공권력과 위상과 관련,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이 같은 함정단속, 전조등 신호는 다 옛 이야깃거리가 된 것 같다.

고맙게도 몇 해 전부터 단속 지점을 예고하는 노란 팻말이 도로 가에 붙고 곳곳에 자동 속도 감지기가 설치 됐다. 그런 까닭일까, 민심이 흉흉해진 탓일까 요즘에는 마주 오는 차에서 전조등을 깜박여 주는 미덕을 조금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단속 시스템이 완전 바뀌면서 숨어 있는 단속 요원을 찾아 볼 수도 없을뿐더러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제는 감정이 없는 네비게이션에서의 차가운 목소리로 전방에 무엇 무엇이 있다고 알려주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과학이 발달하고 지식 사회가 되면서 점점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만 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탓일까 Apt 주차도 다른 사람은 생각지 않고 자기만 주차할 수 있으면 된다는 사고로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해 주위 차량에 대한 소통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메마른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 같은 일들이 무슨 미풍양속이라고 오죽하면 몇 해 전 마주 오는 차량에 전조등을 깜빡이며 손을 흔들어 주던 운전자들의 작은 미덕이 그리워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이 같은 막연한 옛적 그리움은 지식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성 교육이 결여된 우리의 마음이 이기적이고 기계적인 마음으로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논설위원 안 호 원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서울정보기능대학겸임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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