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갖고 또 꿈을 꾸며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꿈이 무참히 깨져버렸을 때의 허탈함은 가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넘어졌다가 일어나 본 사람만이 일어나기까지 자기와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안다. 또 이 세상에서 살면서 한번도 넘어지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넘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뒤 일어서지 못한다는데 있다.

넘어졌을 때 바로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가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이중적인 잣대에서 실리를 추구하고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코이’ 라는 관상어가 있다. 이 물고기는 어떤 곳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성장이 달라진다고 한다. 어항에 넣으면 손가락 크기로, 수족관에서 키우면 그보다 몸집이 더 커진다. 이런 코이를 강물에 방류할 경우 최대 90cm 정도까지 크게 성장한다고 한다.

어쩜 사람들의 꿈도 코이가 처한 환경과 같다고 한다. 즉 어느 만큼의 꿈을 갖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더욱 큰 꿈을 꾸면 더 크게 자란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생각대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그 꿈을 꼭 이룰 것이라고 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 갖는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행함의 노력이 필요하다. 뜬구름 잡기 식으로 허황되고 지나친 욕망의 꿈은 물거품처럼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지나친 꿈에 대한 집착은 자신을 모두 잃어버리는 악몽으로 불행을 자초할 수 도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필자에게 시집을 내주겠다며 준비를 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시집을 발간하려면 350여만원의 제작비가 든다고 하자 그 정도는 가능하다며 지친 내게 모처럼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었다. 오랜만에 시집을 낼 수 있다는 부푼 꿈에 몇 날 몇 밤 졸음을 쫓으며 그동안 꾸준히 써 놓았던 시들을 모아보니 대략 140여편이나 되었다.

대충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갈까 해서 같은 문인이기도 한 문우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견적을 부탁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견적서를 지인에게 갖고 갔는데 무엇인가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

내 딴에는 인세, 최하발행부수, 판권, 서점판매 등을 출판관계를 자세히 설명한다고 했는데 당사자는 어떻게 자기와 상의도 없이 출판사를 정하고 또 견적서까지 받아왔느냐며 모든 것을 혼자 했으니 출판 제작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뭐라고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모처럼 10여년만에 7번째 시집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며 가까운 문우들에게 자랑까지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작은 꿈이 무참히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들떠있던 짧은 시간, 부푼 기대가 무너지는 서운함과 함께 배신을 당한 것 같은 허탈감에 빌딩 문을 나서는 나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너무 허탈해진 마음에서 문우(文友)이기도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 분한 마음을 전했더니 자기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 친구와 일 잔을 나누며 떠들다보니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친우의 말대로 아직은 봄이 이른 것 같으니 출산을 뒤로 미루고 또 다른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꿈을 북돋아 주는데는 역시 말의 힘이 큰 것 같다. 속상하고 힘이 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품. 그런 마음이 함께 머무는 자리가 된다면 그건 분명 복이다. 친구와 함께 하면서 ‘지우’(之友)에 대해 야속했던 마음이 풀렸다.

깨진 꿈 조각들을 다시모아 언젠가 또 다시 돌아올 봄 날을 기다리며 내 작은 꿈을 키우리라. 내가 이처럼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머지않아 또 다른 아침에 밝은 희망이 찾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서울정보기능대학겸임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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