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변화하지 않는 시대는 없다.

석기시대부터 현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엄청난 시대의 변화를 홍역처럼 겪으며 과거에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불과 몇 해 전까지의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정보를 단지 숫자와 문자만으로 교환하고 전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디지털시대로 변화되면서 숫자와 문자는 물론 동영상과 소리(녹음)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같은 디지털시대의 문화는 현대 인류에게 참으로 많은 변화를 제공하면서 우리에게 실생활의 편리함과 더불어 풍요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부유계층이나 특권층만의 소유물이 아닌 휴대폰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든다. 이제 컴맹을 갓 벗어난 필자로서는 젊은이들이 휴대폰을 통해 문자나 녹음 등으로 사랑과 정보를 나누고 유흥과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신기함과 함께 감탄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무한한 인간의 뇌는 이제 휴대폰을 단순한 전화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사진 촬영, 음성 녹음, 거기에 게임까지도 할 수 있는 등 넓고도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교환하는 종합적인 문화기기로 진일보 시켰다.

그만큼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은 풍요롭고 편리한 문화를 즐기게 된 셈이 된 것이다. 과거 연말연시 때면 어김없이 집배원이 배달하는 연하장을 받았고 또 수없이 쌓인 연하장은 쓰레기로 처리되어야만 했다.

그런 번거로운 연하장 문화를 디지털시대의 신비한 휴대폰이 바꿔버렸다. 아직 전화나 걸고 받는 정도인 내게도 그런 신비의 휴대폰 효력을 실감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다.

지난 해 12월 중순부터 내 핸드폰에 산발적으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작동 법을 몰라 나도 모르게 읽기도 전 삭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작은 딸에게 문자 메시지 받는 방법을 배웠다.

문자를 겨우 보낼 줄 아는 난 마냥 신기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열었다. 행여 삭제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딸이 가르쳐 준대로 눌러보았다.

어떤 것은 문자로 또 어떤 것은 표나 기호가 있고 카드식 그림으로 음악까지 나오는 것도 있었다.

지난 3일 아침 7시반경부터 10시가 넘도록 계속해서 문자 메시지가 오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또 누구일까 하는 설렘과 호기심으로 열다보니 일을 할 수 없는 불편함도 따랐지만 핸드폰의 위력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핸드폰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문화적 가치가 얼마나 많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주는 지를 절실하게 실감을 하게 한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신속하고 편리함에도 불구 한편으로는 허전함과 함께 아쉬운 여운이 남는 것은 아직 핸드폰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문자로 들어온 것 중에는 발신자의 이름이 있는 것도 있지만 핸드폰 번호만 찍힌 메시지가 있어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무려 그런 곳이 27개나 되었다.

덕분에 나중에 전화라도 해 볼 참으로 발신자가 확인이 안 된 핸드폰 번호를 별도로 적어놓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더구나 상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문자를 보게 되는 허탈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내가 이웃들에게 잊혀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E-메일이나 팩스로 원고지를 보내달라면 어쩔 줄 몰라 쩔쩔 매며 원고지에 만년필을 고집했던 아날로그의 내 시대가 어쩔 수 없이 변화된 디지털 시대에 밀려 뒷길로 묻혀져버린다는 아쉬운 마음으로 닭띠 해인 을유년 새 날을 맞이한다.

논설위원 안 호원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원장.언론인)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