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있다. 하지만, 추진의지는 없다'

2004년 한해를 보낸 보건복지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전세계 조류독감 유행, 감염혈액 유통, 불량만두, PPA감기약, 불량한약재, 약대6년제,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허용논란 등 갖가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김근태 장관조차도 발탁 직후부터 업무숙달은커녕 제대로 된 성과하나 건져내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물론, 단기처방에 급급해야할 만큼 분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부가 아무런 정책도 내놓지 않은채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 등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확대는 사회일각의 호응을 일부나마 얻어 내기도 했다.

아울러, 최초로 의료기관평가를 실시했고 보건산업진흥을 위한 R&D로드맵을 완성했다는 것이 올 한해 성과로 인정되기도 한다.

반면, 대부분의 정책이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부분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전반적인 업무추진력이 부실하다는 점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화려한 정책…'현실성'은 의문

복지부가 제시한 정책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공공의료확충 대책'.

지난 11월 중순 복지부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를 대비해 2009년까지 4조원을 투입하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급여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산 편성에 있어 복지부가 과연 4조원을 투입할 만큼의 여력이 있는지에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기금을 일부 공공의료지원에 투입키로 잠정적으로 결론지었지만 이마저도 처음부터 결정지은 사항은 아니어서 장담할 수 없다.

공공의료지원책이 대규모 의료센터를 건설하는데 집중된 점도 자칫하면 규모만 불려놓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공공의료 뿐만 아니라 신약 R&D 지원대책도 부문별 5-10억원에 불과한 지원규모를 살펴보면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은 할 수 있을지라도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합의를 이끌어낸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도 많다.

실제로 약대6년제의 경우 복지부가 한의계-약계의 합의를 이끌어 내 논란이 일부 봉합되기는 했지만 의료계의 반발, 한약-한의 마찰 등으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수가협상, 경제자유구역 내 내국인 진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각각 의료계, 보건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진통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성 없는 장관…'실종'된 정책 추진력

김 장관은 취임직후부터 논란이 일 때마다 수차례 '사회통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공언해왔다.

공식석상에서는 이말이 유행어로 불릴만큼 많이 언급된 것이 사실.

의약계, 제약업계, 시민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보건의료계에 김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초기에는 상당한 공언을 얻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결정적인 문제에 대해 '사회통합'만 외치다 보니 결론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결정된 사항이 없이 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책추진에 있어 갈등을 봉합하기 보다 이를 회피하려는 인상이 더 짙게 나타났기 때문.

약대6년제, 의약품 안전성 논란, 혈액대책, 공공의료 확충 등에서 장관이 직접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세운 부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도 이같은 지적을 일부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부각된데는 사실 장관의 전문성 결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는 취임초기 최초의 정치장관이라는 점에서 복지부의 목소리를 키워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이것저것 논란거리를 다루다보니 꼼꼼하게 업무를 배울만한 시간도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 탓이 크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더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장관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