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4년의 약사사회는 무엇보다 뜻 깊은 한해였다.

약대 6년제 학제개편 합의와 전국약사대회 개최, 최초의 직선제 회장의 회무 시작, 재고의약품 반품사업의 대대적인 전개 등 약계 사회의 굴직한 사안들이 올 한해 끈임없이 이어졌다.

◆약대 6년제 학제 개편 합의
약사들의 오랜 숙원인 약대 6년제 학제 개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그동안 추구해온 임상약학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더욱이 앙숙관계에 있던 한의사협회와 합의를 통해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이 이뤄짐에 따라 양 단체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약대에 소속된 한약학과가 6년제 학제개편에서 제외됨에 따라 한약학과 학생들이 지난 6월부터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단식농성과 수업거부에 들어가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한약학과 학생들은 올 한해동안 6년제 학제개편 제외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치중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수업거부와 등록거부 등으로 인해 제적 위험에 처해있다가 12월에 들어서 수업복귀 및 등록실시로 제적위험에서 겨우 모면했다.

내년에도 약대 6년제 학제 개편과 관련, 한약학과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약사들의 단합된 힘 과시
올해 실시된 전국약사대회에는 전국에서 1만5000여명의 약사들이 대거 잠실벌로 몰려들어 약사들의 단합된 힘을 과시했다.

전국약사대회를 통해 약사회는 각막기증운동과 다양한 인보사업 전개, 우리아이지킴이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숨쉬는 약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의사·한의사들과 직능간 싸움으로 인해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 약사회 자체 평가다.

전국약사대회에 여·야 정당의 주요 인사들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경기 및 서울지역 일부 국회의원들도 배석, 약사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재고의약품 반품사업 통한 약국 경영 안정 도모
약사회가 올 한해동안 가장 공들여 진행한 사업이 ‘재고의약품 반품사업’이다.

약국가에서는 약국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불용재고의약품을 지목해왔다.

원희목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한 각 지역 약사회장들이 직선제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 중 가장 공통적인 것이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사업의 진행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 한해동안 대한약사회는 재고의약품 반품사업의 진행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반기에 실시된 재고의약품 반품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대한약사회는 하반기에 개봉재고의약품에 대한 반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봉재고의약품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마친 상태다.

약사회는 재고의약품 반품사업과 관련해 비협조적인 제약사에 대해 약사회 차원의 대응을 천명함에 따라 힘겨루기 차원을 넘어서 일부 제약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전개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약사와 약사회간이 힘겨루기는 불공정 거래 약정서가 연말에 접어들면서 주요 이슈로 떠올라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 약국, 해결기미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약사회가 올해 각종 중요사안에서 괄목한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법인약국 문제와 관련 기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내홍이 예상된다.

대한약사회를 제외하고 최대 약사 모임은 건강세상을 위한 약사회와 약국법인의 형태 등을 둘러싸고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어 자칫하면 약사 사회 내부의 분열마저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약국법인을 합명회사 형태의 영리법인으로, 건약은 비영리법인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 양 단체간의 의견차이를 좁히기 위한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약국법인 문제는 동네약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여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약사회 최대의 위기가 초래할지 모른다는 약사들의 의견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식을 약국에서
약국가의 올해 최대 이슈중의 하나는 약국경영의 다각화다.

약사회 차원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국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약국의 건강기능식품의 취급’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강좌가 올 한해동안 봇물을 이뤘으며, 대한약사회에서도 ‘건강기능식품 평가센터’를 마련하고 건강기능식품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의사협과 한의사협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취급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약국·병의원·한의원 등의 경쟁이 치열하게 일고 있다.

내년도 약사 사회는 약국법인 문제와 영세 약국의 존립기반, 제약사와 약국간의 거래약정서 문제를 둘러싸고 초반부터 힘겨운 한판 전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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