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갑상선에 걸렸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갑상선은 병명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는 내분비 기관이다. 목 중앙에 튀어나온 물렁뼈(갑상 연골) 아래쪽에 있으며 숨관(기관)의 주위를 양쪽으로 둘러싸고 있어 나비가 날개를 편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와 신생아의 성장과 발육을 도우며, 어른이 된 후에는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혹(종양 혹은 결절)이 가장 많이 생기는 장기다. 전 인구의 5%에서 손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으며, 정밀 검사를 하면 40~50%에서 갑상선 혹이 발견된다.

그러나 혹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다.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 종양이고 5% 정도만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달리 비교적 치료 성과가 좋은 편으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100%에 가까워 크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말이다.

갑상선암은 다른 부위의 암과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 전체의 1~2%를 차지하는 '미분화암'을 제외하면 90~95%가 '유두상암'과 '여포상암'이라는 비교적 순한 암이다. 미분화암은 치료효과가 좋지 않아 진단 후 수개월 내에 사망한다. 그러나 유두상암과 여포상암은 암 자체가 매우 천천히 자라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좋다. 일반적으로 암이 처음 발생한 부위 밖으로 퍼지게 되면 완치가 쉽지 않은데, 이 두 암은 완치할수 있다. 때문에 보통 암의 완치 여부를 따지는 지표인 5년 생존율을 따지지 않고 10년 혹은 20년 생존율을 따진다. 제대로 치료 받을 경우 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재발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0~20년 이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갑상선암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4배 더 많이 발생한다. 이유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유방암처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일정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가족 중에 갑상선암 병력이 있거나 과거 목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다면 암이 가능성이 높다. 또 혹이 최근에 발견되고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있다든지, 숨이 차거나 목소리가 변했다면 암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없이도 암일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목 부위에 혹이 만져지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간단하면서 정확한 검사는 가는 바늘을 이용해 혹에서 세포를 뽑아 검사(미세침흡인세포검사)하는 것이다. 혹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1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대개 세포검사만으로 80~95%에서 암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암의 종류에 따라 진단율의 차이가 있고 조직 괴사가 심한 경우엔 암이 있더라도 암이 없다고 판독되는 경우가 있어 100% 안심할 수는 없다. 이때는 추가로 초음파나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혹의 크기가 1㎝ 이상이고 그것이 암으로 밝혀질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암이 자라는 감상선을 제거하는 것으로 1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 별도의 항암 치료는 필요없다. 다만 수술을 받은 후에는 혹시 모를 암세포의 재발을 마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를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호르몬제도 평생 복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갑상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X선 촬영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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