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가톨릭계의 대표적인 원로 신부님이 명동성당 특별 강의를 통해 현 정부의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가는 무지, 무경험, 무능의 정치권력 지향적 386세대의 한(恨)풀이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를 했다.

“현대인을 향한 영혼의 울림” 이란 제목처럼 그날의 강의는 답답하고 울분에 쌓여 사는 이 시대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고언(苦言)들로 가득 찬 충고들이었다.

그날 노(老) 신부는 “헌재의 결정으로 정상 집무에 복귀한 대통령이 심기일전해 전 국민을 끌어안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으나 날이 갈수록 그런 기대는 허상이었음이 선명히 드러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함께 이해찬 국무총리의 거친 언행에 대해서도 인간성이 결여된데다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이나 능력과 인품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분의 지적대로 이 총리는 국회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대독을 통해 진정으로 우러나는 ‘사과’의 뜻이 아닌 ‘사의(謝意)’라는 말로 교묘히 빠져나가는 기지를 발휘 또 한번 국민을 우롱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운동권에 있어 학교공부도 충실하지 못해 아는 것도 없고 경험도 없는 일부 386세대들이 어찌어찌하다 권력을 장악하다보니 마치 때를 만난 듯 정책은 뒷전에 두고 그동안 기존세대로부터 당했던 한 풀이를 하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청와대도 그렇고 권위와 인격의 상징인 국회본회의장에서까지 공인의 입장임을 망각하고 초선의원들인 386세대들이 생각도 없이 막말을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 쏟아내며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우쭐대고 있다.

한결같이 새로운 정치 혁신을 부르짖던 그 열정의 생동감 넘치는 젊은 의원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욕설만 난무하는 국회본회의장이 되었는지 한심스럽다.

특히 더 가관인 것은 천하의 개혁은 다 자기들이 다하고 법을 준수한다고 말로는 떠들면서도 ‘빈 수레의 소리가 더 요란하다’ 는 옛 속담처럼 알맹이도 없을뿐더러 법의 권위마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사 윗분들도 무책임한 막말을 마구 하는 처지에 부화수행(附和隋行)하는 수하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마는 노신부의 말대로 이 같은 행위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한껏 포장된 언어폭력이고 무식의 소치이다.

더욱이 열린당 김모 의원이 위헌 결정이 법복귀족 수구보수 재판관 7인이 주도한 갑신헌변(甲申憲變)이란 세간의 속평이 있다고 하는데는 기가 찰 지경이다.

언제는 헌재의 권위를 인정하고 판결에 승복해야한다는 저들이 헌재의 결정이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승복하지 않는 것은 ‘득’ 보다 ‘실’ 이 더 많다.

자꾸 이런 행태로 억지를 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아무리 면책 특권이 있는 의원이라도 헌재의 위헌판결을 두고 ‘국민과 국회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한 사법쿠데타’ 라며 그 날이 사법상국(司法傷國)의 날이라는 등 심지어는 5.16쿠데타, 12.12 군사반란, 5.17쿠데타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도를 지나친 막말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헌법재판소를 헌법제작소로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며 헌법을 준수해야할 의원 스스로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막말을 한다는 것은 그 의원의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이 헌법에 기초한 사법제도의 권위를 인정치 않는다는 건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어떤 부분이 국민을 유린하고 국회의 권리를 유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여리고 착한 국민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런 의원들에게 국민을 우롱하고 자유권을 유린하는 자들이 누구인가를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나라는 익히 잘 알 듯 3권 분립이 존재하는 법치국가이다. 입법부의 과반의석을 차지한 집권세력이 국민들에게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것으로 비춰지게 해서는 안된다.

문득 퇴근길 전철 안에서 한 노인이 “시골 동네 이장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386 젊은 것들이 전쟁이 무엇인지, 배고픈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면서 수구파니 어쩌니 하며 개혁을 한답시고 까불고 있네. 정말 웃기는 자식들이야. 어찌되었건 원로들의 경륜과 연륜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여. 암 안 되고말고....” 독백처럼 혼자 넋두리하던 말이 귀에 쨍쨍하게 남아 있음은 무슨 까닭일까.

국회가 헌재를 부인한다면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며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같은 불순종의 행태는 권력의 오만이다.

모쪼록 국민들의 쓴 소리까지 귀담아 듣고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을 실행하는 의원이 하나라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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