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수도 이전 계획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집권당인 열린 당이 좀처럼 승복을 하지 않은 채 불복의 이유를 너절하게 늘어놓아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헌재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했을 때 헌재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드려야 한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열린 당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 정치지도자와 정치권 전체의 신뢰가 타격을 입었다는 억지논리를 펴고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비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이를 계기로 열린 당에서 헌법 재판관 전원을 인사 청문회 대상으로 하고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자격조건을 10년 이상으로 낮추자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한 헌재법 개정안을 마련 이를 추진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헌재의 권위와 위상과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재판관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검증 할 필요는 있겠지만 헌재의 위법 판결이 난 시점에서 절대 다수인 열린 당이 헌재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자칫 국민들에게 헌재 흔들기이자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대한 집권당의 보복성 위협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연령이 낮아지면 유리해 질 것이라는 생각을 열린 당이 가졌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는 우리의 속담처럼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에 불만을 표시해온 열린 당에서 이 같은 개정안이 나왔다면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리 어리숙한 국민이라 할지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은 받아드리고 입맛에 맞지않는 것은 거부하겠다는 식의 논리는 헌정 질서를 준수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사실 헌재가 존속하면서 가장 득을 본 사람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인지는 알 것이다. 고위층의 말대로 국회의 결정이 그토록 절대적이라고 한다면 지난 3월 국회가 찬성 193표 반대 2표라는 압도적 차로 노 대통령을 탄핵소추 한 것은 어떻게 되는지 되 묻고싶다.

물론 나름대로 변명을 하는 등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국민 앞에서 헌재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을 하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흔히 정치 세계에서 패배는 스포츠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것은 한 개인의 패배는 물론 그가 속한 집단과 세력간 가치의 패배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인 측면에서 패배를 당하면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대부분의 정객들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그것은 추태이자 경멸의 대상이 될 뿐이다.

국회가 열린 지 몇 날이 지나갔어도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의원들이 수많은 법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 일손을 놓고 있는 등 공인에 입장에서보다 기득권을 겨냥한 사적 감정이 담긴 증오와 적대감에 가득 찬 막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의 품격도 없고 초등학생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추한 행동을 하며 국민의 혈세(血稅)로 모아진 세비만 아깝게 거덜내고 있다.

특히 이 나라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들임에도 불구, 자성하기에 앞서 당리당략에서 뻔뻔스러운 모습으로 이익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며칠 전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북한 경비정 3척이 월선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을 한 예가 있다. 이는 남한의 화해 협력무드와는 사뭇 다른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열린 당이 이 같은 분위기에서 국가 보안법 등 4대 입법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추진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헌재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 신 행정수도 특별법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헌재를 부정하는 것은 법을 부정하는 것임을 알고 헌재법 개정에 앞서 법안들에 담겨있는 위헌적 요소를 걷어내는 게 순리일 것이다. 민생과 관련 4대 입법안이나 헌재법 개정은 그리 급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여. 야 상관없이 국정 운영에 기조를 국민 앞에 반성하고 재검토하며 민의(民意)에 참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그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한다.

새만금사업의 실패 등 과거 교훈을 한번쯤 되 새겨 보아야 할 때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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