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결혼식을 보면 너무 낯뜨거운 행동을 하는 등 신성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인가부터 결혼식장 예식순서가 조금씩 달라지더니 급기야는 양가부모와 많은 하객들이 지켜보는데서 신랑 신부에게 진한 키스를 하게 하고 심지어는 신부를 앉고 돌며 만세삼창까지 하면서 보기 민망한 행동까지도 서슴없이 강요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얼마 전 고교동창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몇 동문들과 술 한잔을 하며 큰딸이 결혼을 하는데 마땅한 주례를 구하지 못해 고민 중에 있다고 하자 동문들이 필자가 적격자라고 추천해서 주례를 부탁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친구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끈기를 갖고 열심히 사는 네가 적격자”라고 한다며 거듭 주례를 부탁했다.

생각지도 못한 주례 부탁에 순간적으로 망설였지만 곧바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필자의 경우 오래 전 40대중반의 나이로 직장 부하직원의 주례를 계기로 이번까지 세 번의 주례를 보게 됐다.

오랜만에 서는 주례, 더구나 친구의 딸 주례를 맡게 되다보니 다소 긴장이 되는 것 같고 가슴이 떨렸다.

강의도 하고 설교도 하고 연극공연까지 한 나이지만 많은 친구들이 하객으로 앉아 있어서일까 무척 긴장이 되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신랑 신부가 동시에 입장을 했는데 신부는 야무지고 귀엽게 생겼고 신랑 역시 성실하고 준수해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하는 그런 주례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강의식의 주례사를 피하고 특히 신랑 신부를 비롯한 하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짧게 할 양으로 간단하게 메모까지 준비했다.

결혼서약과 선언문을 읽는 동안 연실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신부, 행복감에 젖어있는 신랑의 모습이 참으로 맑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 사랑스런 모습을 보면서 난 신랑 신부가 고향친구처럼 살기를 권면했다.

친구란 언제나 변함이 없고 수직이 아닌 수평의 관계에서 만남을 갖는다.

더구나 진정한 친구는 가난하거나 배우고 못 배운 것을 따지지도 않고 항상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사이다.

또 서로를 그리워하고 이해하며 아무렇게나 대해도 늘 부담이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신랑 신부가 늘 그런 친구 같은 마음으로 어깨동무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허물을 덮어주며 힘들고 지칠 때 서로를 위로하며 수평적인 관계에서 살아갈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 세상을 강(江)으로 비유하고 두 사람이 망망한 대해에서 보트를 타고 가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힘들게 노를 젓는 것 보다 두 사람이 합심해 노를 저어야 힘도 덜 들고 항해를 잘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한 가정을 이루는 이들에게 언제나 결혼 전 날밤 간직했던 설렘과 꿈을 기억하되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다 해도 “오늘” 하루만 참고 견디며 잠자리만은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고 인생의 선배입장에서 강력히 권면을 했다.

예식을 한 시간이 약15분 정도였다.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을 이렇게 짧게 끝냈다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신랑 신부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모처럼 만난 반백의 동문들과 2차로 자리를 옮겨 천진한 세상 어린아이처럼 두어 시간을 두서없이 떠들며 역시 친구란 허물없고 편한 관계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현 시국을 걱정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느 듯 우리가 노년층에 속한 세대임을 더욱 실감케 했다. 그날 밤 신부의 아버지로서 쓸쓸해하고 있을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친구는 매우 주례사가 좋았다며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비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밤 새 내리는 비 때문에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부모의 곁을 떠나는 딸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정감을 느낄 수가 있어 순간적으로 가슴이 찡해왔다.

옛날 같으면 딸을 보낸 신부 측은 쓸쓸한 마음이 될 텐데 신부아버지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이 과거의 그런 풍습도도 상당히 달라진 것 같다.

내 경우 지난 3월 치른 결혼식장에서 내 딸과 입장하면서부터 식이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의 가슴까지 촉촉하게 젖게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도 딸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벙글벙글 웃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만큼 세상 삶이 변하고 무너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이였다.

한편으로는 딸을 이해하면서도 야속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우는 신부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축시 낭독”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 딸도 물론이지만 이번에 결혼 한 신랑 신부도 “남편은 그 아내에게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 역시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신 성경 말씀처럼 남편과 아내의 본분을 지키며 믿음과 신뢰 속에서 서로를 감싸고 이해하고 칭찬하며 때로는 용서 할 줄도 아는 그런 관계로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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