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고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거나, 에어컨·선풍기 같은 냉방기를 틀어놓고 자다가 사망했다는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휴가를 받아 산이나 강, 바다 등으로 피서를 가게 된다. 특히 주5일 근무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여름휴가 기간뿐 아니라 주말마다 더위를 피해 가까운 곳으로 물놀이를 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한지라 가는 곳마다 무수히 많은 피서객들이 넘쳐나, 더위를 피해 자연을 즐기려던 사람들도 자연보다는 사람구경을 더 많이 하고 오기 일쑤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인 물놀이 장소에는 어김없이 유행성 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도 넘쳐나 가족끼리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갔던 여름휴가의 후유증을 남기곤 한다.

전공의 시절, 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하던 중 새벽 2시에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 일가족 5명이 모두 눈병에 걸려서 왔다는 것이다. ‘요즘은 눈병으로도 새벽에 응급실에 오나?’ 하고 투덜대면서 내려갔더니 부모와 자식 3명 모두 휴가를 가자마자 눈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집에 도착하는 즉시 응급실을 찾았다는 것이다. 검사를 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일가족 모두 유행성 결막염이 매우 심해 응급실을 찾을만큼 고통이 심한 상태였다.

이처럼 여름에 유행하는 결막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눈병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결막염이고, 다른 하나는 아폴로 눈병이라고도 불리는 급성 출혈결막염으로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이 두 가지 결막염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차적인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과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한 대증 치료를 할 뿐 한번걸린 결막염을 빨리 낫게 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유행성 결막염은 전염성이 대단히 강해 환자와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수건이나 문 손잡이와 같은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따라서 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성 결막염에 걸린 환자와는 수건을 따로 쓰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가 아니면 절대로 눈에 손을 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눈병에 걸린 환자들은 또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눈병은 한번 걸리면 2주정도 전염성을 가지게 되므로 눈병에 걸린 동안에는 물놀이를 삼가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안약을 넣거나 눈병에 걸린 눈을 만진 경우엔 바로 깨끗이 손을 씻어야 한다. 또한 어린 자녀가 눈병에 걸린 경우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최소 2주 정도는 보내지 않아야 다른 아이들에게 눈병이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득 지난 번 전공의 시절 눈병으로 응급실에 온 다섯 식구가 휴가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눈병을 퍼뜨렸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그 해에 유난히도 눈병이 유행했던 것 같다.

<가천의대 길병원 안과 송종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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