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여도지죄(餘桃之罪) 란 말이 있다.

즉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 란 뜻인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중국에서 한 군왕이 총애하는 신하의 잘못을 다른 신하들이 간해도 왕이 그 같은 충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으나 자신이 밉게 보면서 과거에 잘 한일까지 죄를 물어 처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 좋을 때는 쓸개라도 빼줄 것 같고 머리에 비듬까지도 더러워 보이지 않다가도 미워지면 웃는 것조차 밉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어쩜 인간의 관계이기도 하다.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들은 애정이 없으면 칭찬을 받을 일을 했어도 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아첨이라도 인간의 본능적인 변덕스러운 애정과 증오를 막을 수는 없다.

인생길이란 어찌 보면 참으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기쁨보다는 고통과 괴로움을 더 많이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늘진 삶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있다면 어쩜 살아서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간관계인지도 모른다.

인간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개성과 빛깔이 있기에 공생공존의 한 마음이 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그 마음은 어떤 방법으로든 통제가 되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세속의 명예를 탐하게 되고 바른 길을 택하기보다 지름길을 택하며 자신의 양심마저도 저버리는 반인륜 행위를 서슴없이 하면서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관계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 세상의 역사는 장구한 세월, 모진 풍파를 거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의 인간관계도 많은 시간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급한 마음을 갖고 남을 자기중심에서 쉽게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평가하는 우(遇)를 범하고 있다.

아무리 빛깔이 좋은 고추장과 된장이라도 제 맛을 알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하듯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

아무튼 좋은 관계이던 나쁜 관계이든 간에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는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스스로 만든 공간에 지배당하는 고등 동물이기도 하다.

원칙과 신뢰가 바로 투명하고 공정한 율이 지배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 분권과 자율로 운영되는 사회를,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사회를 원하면서도 실제는 이중적인 삶을 살면서 스스로 만든 규범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보아야 하는 데 필자는 책을 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어디 책을 보는 것만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이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하겠는가.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로 공부다. 세상이 어찌되던 나만 깨우치고 별일이 없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다 보니 인간관계가 원만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짜 공부는 세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말할 것도 없이 원래 편안해지면 나태해지게 마련이고 고난과 시련이 닥치면 그것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 버린 인간 본연의 순수함이다. 사랑마저도 오염된 이 세상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격을 존중하며 소외된 자들까지 따뜻한 눈길, 그리고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며 두려움 속에서 방황하는 등 자신보다 남을 원망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잘 되어 있어야 진정 훌륭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엉뚱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전거는 한번 배워두면 안 잊어버린다고 한다. 인간관계도 습관들이기에 따라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자.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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