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지만 잘 때 각 방을 쓴지 오래 됐어요”
살찐 중년의 남성이 아내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는 의사의 질문에 남편은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고, 옆에 있던 아내가 불쑥 대답한다.

최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비인후과만 해도 이같은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1주일에 4-5명 이상이 된다.
남편과 함께 내원한 아내들은 하나같이 남편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도저히 같이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한다. 또 남편이 술이라도 마신 날이면 증상은 더욱 심해져 수면 중에 숨을 순간적으로 멈추기 때문에 이러다가 남편이 죽는 것은 아닌지 너무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최진호 교수는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년의 남성인 경우가 많고, 상체 비만, 굵은 목, 고혈압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환자는 돌연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극적인 치료 및 예방이 필수”라고 말했다.

‣ 증상 및 원인
코골이는 잠잘 때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축 처진 목젖부분의 떨림을 유발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며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 자체가 줄어든다. 호흡량이 줄어들다가 10초 이상 완전히 공기 유입이 멈추면 무호흡이 발생했다고 하며, 무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이거나 7시간 수면 동안 30회 이상이 되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진단하게 된다.

또한 전체 수면시간이 충분한 경우라도 중간에 자주 잠에서 깨기 때문에 낮 시간의 졸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낮 시간의 과도한 졸림은 인지능력과 운동수행능력에 장애를 초래하기 마련이며 운전이나 기계작업 시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집중력장애, 성격변화, 발기부전, 야뇨증도 생길 수 있고 아침에 반복적인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는 동안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아침에 입이 마르고, 기상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면무호흡이 진행되면서 심혈관계에 특히 영향을 많이 미쳐 부정맥, 고혈압, 우심부전, 다혈구증, 만성 폐포저환기증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뇌졸증, 고혈압, 심근경색의 빈도는 정상인에 비해 3배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경우, 적절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결국 숨 쉬는 통로 중 특정 부분이 좁아지거나 심한 경우 순간적으로 완전히 막히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경우에 목젖부분과 혀뿌리부분에서 이러한 폐쇄가 발생된다.

환자들을 관찰해보면 목젖부분이 아래로 처지고 과도한 여분의 조직이 있게 마련이며 그 주변부에 주름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혀뿌리부분도 크고 더불어 편도비대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강 내 이상 이외에도 콧속이 좁아진 경우가 있는데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거나 물혹 등이 있어 코를 통한 호흡이 어려워져 코골음이 더 심해지게 된다. 환자의 병력과 신체검사를 통한 진단율은 약 60%
추가적으로 환자의 구조적 이상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방사선학적 검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 치료법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 환자는 비교적 높은 사망률을 보이며 특히 무호흡지수가 20이상이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비수술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은 적극적인 체중감량, 수면자세조정, 금주 등의 위험인자 제거와 같은 보존적인 예방법, 수면 중 호흡을 촉진시켜주는 약물치료와 목젖부분의 처짐을 방지하기 위한 구강내 분무제, 지속성 비강기도양압기 및 비강확장기, 구강내 장치 등이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의 가장 큰 한계점은 치료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환자가 얼마나 이러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지속성 비강기도양압기는 중등도 및 중증의 폐쇄성 수면무호흡 환자에서 일차적으로 권장되는 치료법으로 수면 중 산소마스크 모양의 장치를 착용하여 양압의 공기를 호흡에 맞춰 주입해 주는 것이다.

치료 성공률은 환자가 계속 사용하기만 한다면 100%에 이르지만 사용에 따른 환자의 순응도가 낮아지고 여러 부작용 등에 의해 장기적으로 볼 때 40-60% 정도를 유지한다. 치과영역에서 개발된 구강내 장치는 수면 시 구강에 착용하여 아래턱을 전방으로 5-7mm정도 당겨주어 좁아진 기도를 확장시켜 준다든지, 후방으로 처진 혀를 앞으로 당겨준다든지, 목젖부분을 위로 올려주는 장치 등이 있으며 현재 상품화되어시판되고 있다.

이상의 보존적인 치료로 증상의 호전이 없고, 기도폐쇄 부위가 확인된 경우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비강과 인두부위의 좁아진 부분을 수술을 통해 제거하여 기도를 확장시켜주는 것이 수술의 원칙이다. 레이저 등을 이용하여 목젖부분을 성형해주거나 필요 시 편도선을 같이 제거하기도 한다. 환자의 코골이나 무호흡의 심한 정도에 따라 결과는 다르지만, 보통 수술 후 2년 이상 경과 시 무호흡은 50%정도 치료 성공률을 보이며 코골이는 약 80% 정도의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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