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일명 ‘개량신약’이라는 말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용어는 1980년대부터 약업계에서 흔히 사용되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용어의 구체적인 정의는 어디에도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신약이란 혁신신약을, 개량신약이란 혁신신약과 유사한 구조를 가졌거나 작용을 지닌 약을 말한다.
또 제네릭 드럭이란 앞서 언급한 두 종류의 약이 특허 만료된 이후 발매되는 동일 구조약을 지칭하는 제약업계 전문용어라 할 수 있다. 이중 신약은 혁신신약과 개량신약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량신약은 기존물질의 물성 개선, 의약품으로의 활용도를 증가시킨 것으로서 신규염, 신규용매화물, Polymorphism, Prodrug을 말한다.
효능의 증가와 부작용의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단일이성체 의약품(Racemic Switch)의 경우, 흡수율의 증가와 투여경로의 변경 및 용량증감을 목적으로 하는 신규 제제 및 신규 조성물의 경우, 알려진 물질의 신규 용도를 개발하는 신규 적응증의 경우가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

■개량신약 개발의 필요성

1일 용량의 감소(작용강화)와 작용지속성(1일 3회에서 1회로)을 개선시킨 다양한 개량신약의 등장은 의약연구개발에 있어서 괄목 할 만한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혁신신약이라고 하는 새로운 약제가 등장한 이후 20년∼30년간의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처음에 개발된 제품을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운 약물로 발전시켰다.

‘약이란 혁신신약만이 우수하고 개량신약은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약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약이 불필요한 사람들이다.

신약 연구개발의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도 계속 개량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을 예로 들면 유효성과 안전성에서 아스피린을 능가하는 약제는 항상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약이 개발되어 질병 치료에 사용 된 이후 많은 학술적이고 실용적인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상적인 약제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미노사이클린은 신약이 나오고 난 뒤 20년이 지난 후에 개발되었으며 레보플록사신은 12년, 칼베디롤은 27년만에 개발된 제품들이다.

때로는 개량신약을 포함한 계속적인 연구성과가 오히려 신약개발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ACE 저해제 연구는 안지오텐신 II 길항제로 발전하였고 H2-blocker제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로부터 프로톤펌프 저해제로 발전하였다. 이밖에 셀파제의 계속적인 연구가 경구용 당뇨병치료제로 발전한 경우는 유명한 사례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 개량신약이 나오지 않는 영역의 치료제는 진보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화학구조식의 차이에 따른 약효 및 약리 작용의 정보가 축적되면서 대상 질병의 병태생리가 해명되고 신약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물질특허 도입에 따른 제품화 대상이 날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개량신약 연구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더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개량신약의 개념은 큰 변화를 보여왔다. 물질특허 영향 이전인 1980년대∼1990년대에는 동일 원료물질을 사용하여 제품의 약효 및 부작용이 동등하거나 신규한 제조방법이거나, 기허가 제품과 동등한 생물학적동등성을 갖는 신규 제제화를 의미했다.

반면 물질특허 영향 이후인 2000년대에는 신규염, 용매화물, 신규 결정형 등의 물성 개량 신물질과 Racemic Switch 등 제품의 약효 증강 및 부작용이 감소되거나 신규제제 및 기허가 제품보다 개선 된 생물학적동등성을 갖는 흡수율이 개선된 제품을 의미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주변환경은 개량신약개발에 유리하게 변화되고 있다.

물질특허 도입 이후 미국인이 출원인인 경우에 1987년 7월 1일 당시 출원중인 특허(등록전)에 대해서 물질특허로 보정을 승인하고 있으며, 1987년 이전 물질에 대한 신규염, Polymorphism, 용매화물 등이 물질로 특허출원되어 제네릭 의약품 출시가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다.

2003년 1월 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신규염 의약품의 허가 조건이 대폭 완화됨은 물론, 미국 FDA의 Hatch-Waxman Act가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R&D 틈새시장 진출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국내 현실 여건상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야한다. 일례로 신규염 개발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론중의 하나이다. 신규염 개량신약의 장점은 기존의 염에 대한 물질특허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제품화가 가능하고, 최초 물질특허와 후속 염에 대한 물질특허 또는 그 염의 용도특허간의 기간이 긴 품목이 신규염 개발에 유리하다.

또한 전임상, 임상시험의 극히 일부분만 수행하여도 제품허가가 가능하며 우수한 물성을 가진 신규염을 창출하는 경우에는 선진국 진출은 물론, 원개발사와의 전략적인 제휴가 가능하고 고령화 및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해지는 21세기에 고성장 가능성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의약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신규염 개량신약에 대해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어 국제화가 가능하다.

■개량신약 개발의 어려움

흔히 ‘메이커는 개량신약 개발로 약가인하를 카바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이야말로 약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발상이다. 개량신약 개발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혁신신약은 개발단계에서부터 광범위하게 특허로 방어를 하고 있으며 이것에 저촉되지 않고 새로운 작용물질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연구에 속한다. 더구나, 혁신신약에는 없는 특장점을 창출해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모방을 하더라도 누구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개량신약을 포함한 신약에 대한 개량적인 연구가 약제비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라는 지적도 있다.

개량신약이라고 해도 유효성, 안전성, 사용시 편리성을 더욱 높이고 환자에 편익을 제공하는 쪽으로 개발되며 그 결과를 검토하고 나서야 승인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특장점이 첨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혁신신약에 대한 개량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약물요법이 신약에 대해서 개량적으로 연구가 되는 것을 잘못됐다고 볼 것이 아니라 혁신신약의 메리트가 치료에 있어서 확인이 되는지 그리고 의료경제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지의 여부를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량신약 연구에는 매우 중요한 의의와 역할이 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의 환자는 분명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약 연구개발자는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개량신약 연구의 구체적인 철학과 목표하는 개량신약의 신제품 개념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혁신신약의 어느 것을, 어떤 식으로 개량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리과학적, 구조약리학적 접근을 대담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선정된 후보화합물이 목표로 하는 신제품 개념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기초적, 임상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특히 이 검증은 혁신신약에 대해 어느 것이 개량된 것인가를 명시할 수 있는 과학적인 비교연구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신제품 개념을 임상시험에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며 임상개발의 2단계 또는 3단계시험도 기존의 관례적인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에 촛점을 맞춘 프로토콜(실험계획)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다 우수한 신제품 개념을 지닌 개량신약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글로벌신약시대의 개량신약 비젼

신약 탐색연구의 접근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바이오 및 유전자의학의 발달은 탐색연구방법에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리드화합물을 기본으로 하고 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높고 사용하기 편리한 혁신신약을 탐색하는 방법은 오늘날에 와서도 신약개발의 왕도임에 틀림이 없다.

약은 인체에 있어서 이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소량투여가 바람직하다.

보다 흡수율이 높은 약, 병소집중성이 높은 약과 약물스펙트럼이 보다 넓은 약 내지는 더욱 전문화된 약이 필요하다. 개량신약 개발이라는 것이 사실은 약물요법의 질적개선을 추구해 가는 매우 귀중한 작업인 셈이다.

개량신약을 포함한 계속적인 연구결과가 약물요법을 크게 변화시킨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신약 팩티브가 발매되었지만 포스트 글로벌신약시대의 우리나라 혁신신약개발의 미래를 장미빛 희망으로만 바라 볼 수는 없다.

신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약개발 중심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문인력과 시설이 태 부족인 우리나라가 신약강국이라는 영광의 월계관을 쓰기까지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세계기준으로 5200여개 물질이 전임상에서 신약허가과정에 있는데 글로벌 신약개발이 활발한 다국적제약기업들을 우리나라 연구개발중심제약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숙제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들은 혁신신약개발과 병행한 개량신약개발 등 중장기 연구개발의 방법론을 다각도로 모색해야한다.

아울러 포스트게놈 시대의 정부 약가정책 이야말로 혁신신약 개발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의 재투자 재원을 보험약가에 반영해 주어야 한다.

행정당국은 신약에 관한 가격 결정시 올림픽방식과 같이 단순히 발매순위로 결정하는 비과학적인 기준을 세울 것이 아니라 치료의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에 기반을 둔 약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는 개량신약이라면 반드시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량신약 개발이 약물요법을 개량 진보시키고, 다시 개량신약 개발이 혁신신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의약품을 산업화하여 시장에 판매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제약산업의 발전을 고려할 때 기술 개발에 상응하는 연구개발 재원의 지원이나 국가의 행정지원 및 허가 체제에 대한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외 연구 인력의 확보 및 인프라 구축, 정보화 시스템 구축, 국제규격의 허가 및 행정체계 확립,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강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과 협력 방법론 모색, 연구 개발 및 국내외 투자가 일원화된 창구의 구축 및 행정지원,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 등이 있어야한다.

한편, Hatch-Waxman Act의 개정을 계기로 국내업체에게도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상당한 기회가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많은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는 특허분쟁에 대한 우려가 많이 축소되었으며, 미국 FDA의 Bioequivalent Drug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어 개량신약의 개발을 통한 미국시장 진출은 아직 세계적인 신약을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입장에서는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서의 특허에 대한 철저한 분석,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평가, 철저한 연구개발 추진일정에 의한 제1세대 제네릭드럭 승인 전략, 마케팅 회사의 선정 등이 사전에 철저히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이제부터는 기업이 전주기적인 산학연 신약연구개발의 최종 주체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 까지 정부가 얼마만큼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여부가 우리나라 글로벌 신약산업의 생존을 넘어서 번성할 수 있는 황금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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