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국(政局)을 보면 속이 거북하다.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울분이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더구나 노 대통령의 탄핵 부결이후 개각을 밀어붙이다 물거품이 되는 등 야당은 물론 열린 당 내부에서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사람을 굳이 총리로 내세우며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면 집권 2기 출발이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부적절한 말을 함부로 해서 곤욕을 치르고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여당인 것 같다.

말로는 “상생”을 강조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오히려 국민대화합을 주도 할 시기에 상생의 정치는커녕 대결적 구조로 가는 것 같아 민초들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사오정, 오륙도, 이태백이 늘비해 거리를 방황하는데도 정부는 ‘경제는 위기가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까지 북한 및 미국과의 관계 재조정 문제 등으로 안보의 IMF시대가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했다’ 고 털어놓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 미군 감축문제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있었음에도 불구, 정부는 이런 불안에 대해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다. 과거 북한과의 관계라든지 외국의 사례를 생각하면 안보 불안감을 더욱 느끼게 하는 분위기이다.

마치 국민들이 속으면서 기만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엉뚱하게도 ‘정치인과 게’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한 무리의 정치인들이 바닷가를 걸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말로 정적을 제거 할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게를 잡고 있는 한 어부를 만났다. 어부는 게를 잡아서 바구니에 넣는데 보니까 바구니에 뚜껑이 없다. 하두 이상해서 한 정치인이 “바구니에 뚜껑이 없다” 며 잡은 게들이 도망을 치겠다고 귀뜸 했더니 어부가 하는 말이 “아무 염려 없습니다. 이 게들은 정치인들과 똑같은 놈들이라서 다른 게가 기어오르면 딴 놈이 그 게를 올라가지 못하게 끌어내립니다요. 이 놈들은 다른 놈이 올라가는 것을 그

또 4사람이 한강에 빠져 구조 작업을 하는 데 국회의원을 제일 나중에 구조하자 ‘왜 국회의원을 먼저 구하지 않아 한강을 오염시키느냐’ 는 유머까지 나올 정도가 되다보니 웃음이 아니라 울어도 시원찮을 것 같다. 어찌하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의 권위가 이처럼 실추되었는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이라면 전혀 믿지를 않으려는 눈치이다.

원인을 나름대로 꼼꼼히 생각해보니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경에도 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믿음, 소망, 사랑’을 꼽고 있다. 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했다.

그렇다 사실 사랑만큼 우리에게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좋은 사랑이 맨 뒤에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와 같이 좋은 사랑도 믿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관계는 필연적으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믿음이 생겨야 소망의 씨도 뿌리고 사랑의 열매도 거두는 법이다.

따라서 믿음의 첫 출발이 없으면 사랑의 결실도 없는 것이다.

믿지 않고 사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 정치란 백성을 이롭게 하고 백성의 배를 채워지게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현실 정치는 그게 아니다. 말로는, 입으로는 ‘국민을’하고 외치면서도 국민을 기만하고 능욕하며 자신들의 실속 찾기에 급급하다. 정치적 이익에 따라 단짝이 되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원수로 돌변하기도 한다. 또 자신들의 입지가 곤란해지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하며 정치쇼를 한다. 이런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 믿음이 오죽하겠는지 짐작이 간다. 대부분이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켜 힘을합하기도 하고 제거도 쉽게 한다. 참으로 생각할수록 한심하고 무서운 현실이다.

정부는 오는 5일 선거득표에 군침을 흘리기보다는 우리 앞에 놓여있는 한-미 관계 등을 비롯한 민생과 경제, 안보에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정부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 한 .미 관계는 참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면한 전략적 선택을 하는데 있어 기존의 동맹국과 신뢰부터 상실해 버리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공자의 말씀에 “인간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이다. 백성들에게서 믿음을 잃어버리면 국가와 정치는 한 순간에 무너진다 ”

모두가 당연한 말이다. 이 말이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믿음이란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고 능력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같은 원리를 잊지 않고 생활하는 자세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부터라도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믿음을 갖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게’ 같은 정치인은 없었으면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사회·교육학박사,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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