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자금 2억 5천만원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이인제의원”의 기사를 접하면서 “나중에 무죄 선고를 받는다 한 들 실추된 명예는 어디서 보상을 받느냐”며 “차라리 암살을 당하면 동정이라도 받지만 돈을 받아먹어 구속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아

문득 소통령이란 소리를 들으며 한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초라한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 영어의 몸인 박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도 “혐의를 벗으면 뭐하나 두 눈을 잃으면…”이라며 행여 실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있다고 한다.

이들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또 한번 실감케 하는 것 같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리틀 박’을 자처하는 “이 의원” 의 경우 몇 해 전 대선(大選)무렵에 삼성동에서 한 번 만나 식사를 하며 기념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 때 부인과 나온 이 의원은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 당찬 목소리로 출마의 뜻을 밝히며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그러나 그처럼 패기만만하던 이 의원도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에서까지 경선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파멸을 자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 당시 이 의원이 승복을 하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었고 역사도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과욕으로 말미암아 자신은 물론 남의 가슴에도 상처를 주지 않았던가.

권력을 쉽게 생각하고 절제를 모르면 어느새 호랑이 등에 올라탄다는 말이 있다.

모르면 몰라도 권력의 뒤끝을 너무 쉽게 보고 영원할 줄 알았던가보다. 처음에는 꼿꼿함을 지키며 도도했다가도 어느 때에 이르면 그 도도함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권력의 무상함을 인정하고 체념하는 것일까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일까?

억울함을 거듭 주장하는 이 의원의 모습에서 그 당당함과 도도함이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기우일까?

문득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한 노인이 떠오른다.

옛날에 지혜로운 한 노인이 성문 앞에서 살고있었는데 한 청년이 와서 “할아버지 이곳은 살기 좋습니까?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어 왔습니다”라고 묻는 것이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대신 묻는다 “젊은이가 살던 곳은 어떤가?” “네 그곳도 살기는 괜찮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노인이 말한다 “이곳도 살기는 괜찮은 곳이라네” 얼마 후 또 다른 청년이 와서 이곳이 살기 좋은가를 물었다. 역시 노인은그 청년에게 전에 살던 곳은 어떠했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청년이 “전에 살던 곳은 아주 지옥 같았죠” 라고 말했다. 그 말에 노인은 “이곳도 전에 살던 곳처럼 아주 지옥 같은 곳이라네”

그렇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 밭에 어떤 씨를 뿌렸냐에 달렸다. 나쁜 씨를 뿌리고 밭을 갈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좋은 씨를 뿌려 밭을 갈면 땅은 옥토가 되고 좋은 열매를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똑같은 땅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확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는 마음의 품이 넓어 ‘나’(自我)라는 벽 없이 모두를 위해 마음을 크게 쓰는 대인이 있는가 하면, 오직 자기 한 몸둥아리 하나 밝게 하지 못할 정도로 옹색한 이가 있고 또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한평생 좋은 일 못해보고 떠나는 인생도 있다. 심지어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악의적인 뜻을 품기도 하는가 하면 눈이 밝지 못해 본의 아니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을 함부로 써서야 되겠는가 ?

자칫 내 하나의 생각으로 주위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나쁜 생각을 갖고 있을때 가장 크게 상처를 입는 자는 다름아닌 바로 자신일수도 있다.

좋지 않은 생각은 좋지 않은 행동을 낳게 되고 수확을 할 때도 나쁜 열매를 거두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악연이다, 원수다 하는 것도 어쩜 자기가 알게 모르게 뿌린 씨앗의 열매일수도 있다.

다스리기 어려운 내 마음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역시 내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박지원 전 실장도, 이인재 의원도 지금 이 시간에는 소박한 봄바람에 자신을 던져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절박한 심정으로 있겠지.

그 절박한 심정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금 침침한 감방에서 세상만사가 얼마나 하찮게 생각이 들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되는데.

불교적으로 굳이 말을 한다면 우리 몸둥아리는 과거 업연(業緣)으로 인해 “선(善)업”과 “악(惡)업”으로 이루어진 밭이라 할 수 있다.

선과 악의 인연이 내 안과 밖에서 맴돌며 욕심의 씨를 뿌리고 있다.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씨를 뿌리는 게 당연하다.

그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밭도 잘 갈아야 하고 땀을 흘러야 하는 것이리라.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 지혜는 내가 밭가는 쟁기/나는 몸에서 /입에서/마음에서/ 나날이 악惡한 업嶪을 제어하나니 /그것이 내가 밭에서 김매는 것/ 내가 모는 소는 정진이니 가고 돌아설 수 없고/

행하여 슬퍼함이 없이 나를 평안한 경지로 나르도다/나는 이리 밭갈고 이리 씨뿌려/ 감로甘露의 열매를 거두노라/



탁발하러 온 걸 못마땅하게 여긴 바라문에게 불타가 던진 말이다.

정치인들의 말로를 지켜보며 타산지석으로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는 우리이지만 그 권력의 편함과 힘에 매료된 불나방들이 불꽃을 향해 오늘도 수없이 날아든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듯 좋은 씨를 뿌려 열매를 맺는 밭을 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사회·교육학박사,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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