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영국의 군인들이 이라크인들에게 행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후세인 정권의 인권유린을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유'와 '민주'를 이라크 국민에게 선사하겠다고 공언했던 미국과 영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등 거대국가의 침공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양국의 군인들이 교도소의 포로들을 발가벗겨 인간 피라밋을 만들고, 나체 사진을 찍고 '전기고문'과 여성들에게 '성고문'을 하는가 하면 체포된 이라크인의 머리 위에다 소변을 보고 심지어는 발가벗겨진 포로의 목에 개줄을 달고 끌고 다니는 사진과 증언을 들으면서 한 인간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행위는 정상인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비인륜적 행위이며 엽기적 범죄행위이자 미물만도 못한 짓이다.

비록 몇몇 군인들이 저지른 반인도적 행위라하지만 이는 미국과 영국이 거대강국이라는 인종적. 문화적 우월감속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적 적대감이 팽배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흔히 인간들은 자신들이 다른 동물보다는 월등하게 뛰어난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우월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수한 동물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 역시 자연에 묻혀 사는 동물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배가 불러도 전쟁을 일삼고 대량학살을 자행하며 환경파괴와 함께 무제한적인 경쟁의 아귀다툼의 광기어린 모습으로 살아가며 잔인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들이 미천하게 보는 동물들의 세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동물은 자연의 냉엄한 질서를 따라 살지언정 필요 이상으로 먹이를 취하거나 쌓아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자기 종족을 대량 학살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보다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례로 '돌고래'의 경우 동료가 그물에 걸려 곤경에 빠지면 그가 자유로워지기까지 결코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특히 '아기 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어미 고래'가 그물속에 들어가 '아기고래'와 운명을 함께 하려는 모성애를 발휘한다. '개'의 경우도 인간보다 더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결코 위계질서를 무너트리지 않을뿐더러 인간과 달리 높은 서열의 '개'들에게 도전하지 않고 존중을 하며 마찰을 빚지

또 흔히들 사납고 잔인한 동물로 인식하고 있는 '늑대'도 결코 다른 종의 동물이나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순록'을 사냥할때도 대체로 신속하고 깨끗하게 처리한다.

'늑대'의 사냥법은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동물학자들은 평한다.

'거위' 역시 새끼가 아무리 싸워도 어미가 개입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서열을 정하게 하고 자기 위치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협동 정신으로 살아간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고압적인 태도가 없다

다만 자기들 스스로가 질서를 지키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 할 뿐이다.

그러나 자연에서 모든 먹이를 구해야만 하는 인간은 이런 예의를 모두 잃어버린지 오래다. 인간은 다른 동물뿐만 아니라 같은 종족인 인간에게조차 이 같은 배려와 예의를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인류가 생긴 이래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지구촌에서 불거졌던 수많은 문제 가운데 가장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나라 안 밖으로 일어나는 불화와 분쟁일 것이다.

정적제거, 거대 국가의 침공,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 남성과 여성간의 대립, 노동자에 대한 억압,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 가족의 해체, 소외된 계층 등의 문제가 뉴스에 하루도 걸러지는 날이 없을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의 내면에는 인간들이 과잉된 욕망을 채우고자 허덕이는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초상이 놓여있다.

무엇이라도 움켜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다른 이들을 도구로 삼으며 '악(惡)'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산업과 과학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성(人性)이 사라지는 사회, 사랑과 고갈된 사회,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인간의 부도덕한 이기심 때문에 다른 동물들까지 생존의 위험을 받고 있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여겨왔던 동물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자신들만의 세계를 살아있는 세계로 지속시키며 질서를 지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싸움에 진 새끼를 날개 밑에 품어주는 '야생오리'의 어미처럼,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 '돌고래'처럼, 상대를 존중하는 '개'처럼, 공존의 질서만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또한 상자 속에서 서로 오르려고 상대방을 잡아당기다 모두가 오르지 못하고 고립되는 '게'나 온도가 차츰차츰 올라가는 냄비속에서 뜨거운 줄도 모르고 있다 죽어가는 '개구리'를 연상하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깨달아야만 한다.

이 같은 동물들의 생존방식을 통해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며 교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우리이기에 '짐승만도 못한 인간'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존의 세계를 위해 자신들이 세운 질서를 어기지 않는 동물의 법칙들을 보면 욕망의 과잉으로 죽고 죽이는 인간들에겐 새로운 삶의 법칙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그들의 법칙이 우리가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되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사회·교육학박사,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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