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4월 첫 삽을 뜬 이래, 둔산 중심부의 스카이라인을 나날이 변화시키며 대전시민들의 기대에 찬 호기심을 키워왔던 을지대학병원이 지난 20일 개원했다.

23년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했던 을지대학병원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될 것인지 시민들의 궁금증이 높아가는 가운데, 그 변화의 실체가 '중부권 최대' 규모나 첨단시설 면에서보다도 지난 3월 신임 하권익 원장의 취임에서 먼저 드러났다.

대한스포츠의학회 인정의 1호로 국내 스포츠의학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유명 의사이기도 한 하권익 원장.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에서 2대, 3대 병원장을 연임하면서 400억 적자의 재정구조를 단번에 흑자로 돌려놓았던 '전문병원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가늠해보았다.

-대전에서 일하시게 된 소감?
▲아주 감회가 새롭습니다. 1963년 제가 처음 의사생활을 시작한 곳이 금산군 군북면 두두리였기에 이 지역은 의료인으로서의 제 인생에 모태가 된 곳입니다. 이제 제 2의 고향 대전에서 의사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을지대학병원에 부임하게 됐습니다.
또 48년의 연륜을 가진 을지의료원이 중부권 최대 규모의 병원을 개원함으로써 제2의 탄생이라는 모험을 시도하는 것처럼 저 또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경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병원경영철학을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경영이란 단어, 즉 Management는 Man+Arrangement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게 경영의 요체(要諦)라는 뜻이죠. 이러한 경영은 총 4가지 고객을 위한 활동입니다. 첫 번째 '자기'라는 고객을 위해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조직 구성원, 세 번째는 외부고객인 환자, 네 번째는 사회인으로 병원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사람을 잘 연결하는 일입니다.
첫째는 모든 구성원이 항상 각자가 노력해야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경영자 스스로가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저희 병원에 필요한 것은 두 번째, 내부 직원들간의 인화단결이 아닌가 합니다. 직원간에 사랑이 넘쳐야 그 사랑이 환자에게까지 갑니다. 마음이 불편한 데 억지로 근무하면 그 또한 환자들에 대한 불친절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조금 더 부지런하고 친절한 가운데 사랑이 넘치는 직장 분위기가 되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져진 인화가 환자들에 대한 가슴에서 우러나는 친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보고 때문입니다.
결국 결론은 세 번째,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경영'으로 귀결될 수 있겠습니다.

-외부에서 보셨을 때 대전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신다면?
▲제가 삼성병원장으로 있을 때 느낀 바에 의하면 대전에서 올라오는 환자가 타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중 80∼90%는 대전에서 치유가 가능한 환자였죠. 물론 거리상으로 가깝다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무조건 서울이 좋을 거라는 환자들의 편견에서 연유했다는 지적이 가능하고 또 그만큼 지역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역 의료계의 발전방향은 어떠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도시특화 전략으로 성공한 병원과 온천호텔을 적절히 연계한 '온천병원호텔' 프로그램을 대전에서 실현시켜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미래의 신행정 수도, 편리한 교통, 전문화되고 현대화된 의료시설, 질 좋고 저렴한 진료비용과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온천 휴양지를 갖고 있는 대전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서 국내 의료시장에서 '허브 도시화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들어가는 고속철도의 개통은 우리 지역으로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쇼핑객들이 서울로 올라가면서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수도권의 변두리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의료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지역 내부 시장을 지키는데 급급하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서 '교통의 요지'라는 잇점을 충분히 살려전국의 고객들을 대전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서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뭔가 남다른 점을 찾아 육성하면 '전국에서 유일한' 특화된 상품성을 가지게 되는데, 대전에서는 유성온천을 활용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랬을 때 대전지역의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유성지역 관광업계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미래의 신행정수도 외에도 의료휴양도시로 특화된 대전의 친근한 이미지를 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롭게 문을 여는 을지대학병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설명을 하자면, 먼저 연면적 3만여평에 지상 16층, 지하 3층, 1,053병상이라는 수치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충남북을 비롯해서 전라도 북부지역을 통틀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중부권 최대의 규모입니다. 물론 메머드급의 덩치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상황에 스피디하게 대응함은 물론 그보다 한발 더 앞서나갈 수 있도록 첨단의 시설과 최신 의료기기들로 내실을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벌어져있던 수도권과의 의료격차를 시원스럽게 해소시켜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수도권과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공언을 하셨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예로 드신다면?
▲우선 3백여억원을 투자하여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암센터에 손색이 없는 최고 수준의 암센터를 개설합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핵의학 장비들과 첨단 방사선 치료 장비 시스템 등이 필요하나 워낙 값비싼 장비여서 그동안 서울등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는 이를 갖춘 병원이 전무했습니다.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PET-CT와 싸이클로트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PET-CT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와 CT(컴퓨터 단층 촬영기)를 합쳐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로 일반 MRI의 경우 실제로 있는 암세포의 모양을 보여주지만 PET-CT는 암세포가 생기기 전이라도 이상 징후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이 장비가 워낙에 고가이기도 하고 또 동위원소를 공급해주는 싸이클로트론이 가까운 지역에 없기 때문에 지역 환자들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이제 을지대학병원이 도입한 PET-CT와 싸이클로트론으로 인해 중부권 암진단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

- 을지대학병원이 타병원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바로 센터 중심 병원이라는 점입니다. 저희 을지대학병원은 심폐센터, 소화기센터, 골관절센터, 척추센터, 불임 및 폐경기 연구센터 등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환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치료와 연구를 위해 총 7개의 특성화 센터를 운영합니다.
이 센터 중심 체계는 현재 몇몇 의료선진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한발 앞선 시스템으로 고객이 병원을 찾았을 때 아픈 곳과 관련된 여러 과목이 종합적으로 치료함으로써 고객의 불필요한 이동과 대기시간을 줄이고 진료-기본검사-결과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O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객중심의 새로운 진료방식입니다. 한마디로 동선과 대기시간이 가장 짧은 병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우수한 전문교수진의 상호 협진이 활성화됨으로써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게 됩니다.

-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의료진도 확충되었을 텐데, 어떻습니까?
▲서울아산병원과 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유수의 병원에서 그 분야의 최고라고 평가받는 교수님들을 특별히 영입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신경외과의 김한규 교수의 경우 매년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병원인 미국 BNI(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에 초청돼 세계 각국의 신경외과 의사들을 상대로 강연과 실제 수술 술기를 가르칠 정도로 세계가 인정하는 두개저외과의 명의입니다.
또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김길동 교수는 기존 항암요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술과 함께 생물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고 수도권 이외지역으로는 처음으로 PET-CT와 싸이클로트론을 갖춘 이 병원의 암센터를 이끌 양승오 교수는 지난해 서울의대 동문 가운데 학술과 연구부문에서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제 7회 함춘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매우 유망한 인물입니다.

-Digital intelligent Hospital을 표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의미는 뭔가요?
▲한마디로 병원의 모든 시스템을 자동으로 제어한다는 의미죠.
우선 중부권의 대형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건물의 온도와 환기, 채광 등을 컴퓨터로 조절하여 항상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게 하는 빌딩자동화시스템(BAS)과 필름 없이 디지털 형태로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PACS,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단축해 주는 자동 처방 전달 시스템, 그리고 의무기록·검체(검사)물을 비롯한 각종 자동 운송 장비인 무인반송설비 시스템 등 최첨단 의료 설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입원실에 랜선을 설치하여 모든 병동에서 입원 환자와 보호자가 무료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외래대기실에는 PDP 액정 화면을 부착해 교수별 진료일정과 대기 순서를 표시해서 대기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한편, 계절별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강정보를 적기에 제공함으로써 가정에서의 건강관리를 도와드릴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대전지역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은 중부권 최대 병원으로서 을지대학병원의 등장이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중부권 의료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지고 인근의 대학병원들에게도 건설적인 자극을 주어 건전한 경쟁관계를 통해 상호 발전을 이루고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시에서는 대덕연구단지를 과학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학의 중심에 의료가 있습니다. 연구단지를 우리나라 과학의 메카로 만드는 구상에 의료부문도 포함이 되어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유성온천과 연계한 의료허브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특구'로 거듭나는데 공공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지역의 종합병원들이 윈윈전략으로 서로를 지지대 삼아 상호발전을 꾀할 때 대전을 대한민국 의료의 중심으로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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