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 점심식사 후 나른함과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점심 식사 뒤에 느끼는 일반적 졸음이나 나른함과는 달리 참지 못할 정도로 졸음이 오면 기면병이나 수면중무호흡증 같은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면병의 졸음은 운전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도 졸음이 쏟아질 정도이며 웃거나 흥분할 때 증상이 잘 나타난다.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므로 의심이 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수면중 무호흡증은 기면병보다는 약한 정도지만 역시 항상 피로하며 낮잠을 자도 피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동일한 증상이다.

◆기면병의 원인

기면병은 낮에 과도한 졸음과 수면발작 및 탈력발작과 같은 렘수면(REM-sleep) 장애 증상으로 특징 지워지는 신경과적 질환이다.

낮의 지나친 졸음과 탈력 발작, 수면마비, 수면에 들어갈 때 환각과 야간수면장애와 같은 증세가 주를 이룬다.

특히 낮의 졸음증은 기면병 증상 중 가장 환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증상이며, 국제 수면장애 분류(ICSD)에 의한 기면병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증상이다.

그러나 단순한 낮의 졸음증은 수면 무호흡증(sleep apnea)과 같은 수면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므로 진단에는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기면병 증상 중 의식은 멀쩡한 상태에서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쓰러지게 되는 탈력 발작은 기면병을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증상이다.

많은 수면연구자들은 웃을 때나 화가 날 때 주로 나타나는 갑작스런 근육의 약화인 탈력 발작이 기면병 진단의 필수적인 증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미한 경우에는 고개만 까딱 거리기도 한다. 보통은 감정적으로 심한 변화가 있을때 관찰되는데, 예를 들어 웃거나 무서운 것을 보거나 하는 경우에 잘 발생한다.

광의의 기면병은 낮 동안의 졸음과 입면잠복 반복검사에서 sleep onset REM(SOREMs)이 2회 이상 나타나는 것과 더불어 수면마비, 입면 시 환각 등과 같이 렘수면 장애가 동반되면 기면병으로 진단한다.

탈력 발작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좁은 의미의 기면병과 넓은 의미의 기면병에 대하여 여러 해 동안 논란이 있어 왔으나 탈력발작을 동반한 기면병이 좀 더 원인적으로 동일한 질병 단위로 알려져 있다.

기면병의 원인으로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1983년 일본에서 HLA-DR2 유전자와 기면병이 연관이 있다는 연구보고가 나온 이래 HLA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현재는 HLA-DQB1/0602가 종족에 상관없이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로 밝혀져 있다.

최근에는 개에서 발견되는 기면병을 동물 모델로 한 연구에서 기면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밝혀지는 등 기면병의 유전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에 기면병의 병태생리에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신경 화학적 기전과 유전적 소인들에 대한 연구결과들 속속 보고 되고 있다.

◆기민병의 유병율

1877년 Westphal에 의해 기면병-탈력발작의 가족적인 발병에 대해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여러 연구가 발표됐고 현재에도 기면병은 가족병으로 간주된다.

기면병의 유병율에 대한 연구는 여러 국가에서 시행됐다.

국제적으로 표준으로 인정되는 연구는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1만1354명의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로 기면병에 대한 설문조사와 임상적 면담 및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했다.

탈력 발작과 입면 잠복기 검사에서 3명의 기면병 환자를 확인, 유병율은 0.026%였다.

이외에 영국, 프랑스, 체코공화국, 미국 등에서의 유병율 연구에서는 0.02-0.067%였다.

미국 내 흑인에 대한 연구는 0.02%, 일본에서는 0.16%와 0.18%의 높은 유병율을 보였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탈력발작이 있는 기면병 환자의 일차 친족에서의 발병에 대한 위험도는 1-2%이며 낮의 졸리운 증상의 위험도는 4-5%이다. 1-2%의 위험도는 일반인구의 위험도에 비하여 10-40배정도 높은 것이다.

◆기면증의 치료

주간 수면증 등을 예방하기 위기해서는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단 하지만 늦은 저녁이나 밤에는 피한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할 것을 권한다.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수면장애 클리닉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기면병 치료제

국내에서 기면병 치료제는 중외제약이 지난 2월 본격 시판했다.

중외제약은 미국 세팔론사가 개발한 경구용 기면증치료제 ‘프로비질’(모다피닐)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 약의 보험약가는 200mg 1정당 3818원이다.

프로비질은 낮 시간에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일명 기면증)이나 주간과다수면증을 치료해주는 전문의약품으로, 지난 98년 세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과도한 흥분이나 식욕감퇴, 고혈압, 불안, 야간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는 기존의 각성제와 달리, 수면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의 특정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약물에 대한 중독이나 의존성도 없다.

미 세팔론사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는 '프로비질 정'은 최근에는 미 FDA에 의해 수면무호흡/저호흡(OSA/HS)에 의한 수면장애와 교대근무자 과다수면장애에 대해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는 중외제약은 질환홍보는 물론, 세미나, 수면 관련학회 등을 통해 동 제제에 대한 프로모션 전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기면병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를 활성화해 질환정보 제공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수면장애에 대한 질환인지 계도 및 치료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프로비질은 발매 초기부터 '잠 안오게 하는 약'으로 알려져, 잠이 많은 것도 병이란 인식을 낳게 했으며, 현재 국내에만 3만 여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 질환에 대한 인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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