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소 고은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이 속속 다가오면서 바이오제네릭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개발 및 사업화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신약(오리지널 의약품)은 1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독자적 개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제품으로 일정 기간 특허의 보호를 받는다.

반면 제네릭(generic)은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그 성분을 모방하여 새로이 제조해 내는 제품을 말한다. 이미 전통적 의약품인 저분자 합성 의약품에 대한 제네릭 제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백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는 그 역사가 짧아(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이 출시된 시기는 1982년), 제네릭 또한 개발 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다수의 바이오 의약품들이 통상 20년에 이르는 물질특허 기간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제네릭 제품의 개발이 탄력을 얻고 있다.


시장 형성 초기의 바이오제네릭(Biogeneric)

바이오제네릭은 이미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성분을 이용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과는 다른 제조 과정으로 생산해 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장균이나 효모 등의 세포를 이용하여 단백질 등을 추출, 정제하여 만들어지는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제조 설비와 그 과정이 저분자 합성 의약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물질이 단백질인 만큼, 최종 제품의 특성이 해당 단백질의 구조와 배열에 따라 제품마다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오리지널 제품과 똑 같은 형상과 효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

이러한 사실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에 있어 제네릭이라는 개념 자체는 기존 합성 의약품의 그것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바이오제네릭이라는 표현 대신에 Off-brand Biologics, Follow-on Biologics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즉 바이오제네릭은 기존 합성 의약품의 제네릭과는 달리 단순 모방 제품이라기보다는 단지 성분만을 차용하여 독자적 기법을 통해 생산해 낸 준(準) 신약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있을 것이다.


성장 가능성 큰 바이오제네릭 시장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의약품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MS의 집계에 따르면 2002년 현재 3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제네릭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전체 시장의 10~15% 수준인 약 30~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제네릭 시장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그 성장성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바이오 의약품 자체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바이오 의약품이 선보인 지는 고작 25년밖에 되지 않았고, 기존 합성 의약품에 비해 유전질환 등과 같은 제한된 효능군만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7%(2003년 기준) 정도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은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수요가 큰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기존 제품의 적응증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현재 전세계 의약품 파이프라인 중 임상 3상에서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에 이르고 있어, 향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바이오제네릭 시장도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여 2010년에는 전세계 시장 규모가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근거로는 바이오 제품의 특허 만료가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2002년 인간 인슐린, 인간성장호르몬(hGH) 등을 시작으로 하여, EPO(빈혈치료제, 2004년), G-CSF(항암치료보조제, 2006년) 등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대형 바이오 의약품들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특허 만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제네릭 시장에서의 기회 선점을 위해 기존 제네릭 업체 및 후발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생산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개발에는 선진 유수의 제약 기업들뿐 아니라, 인도,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어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날로 늘어가는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가 제네릭 제품을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대량 생산의 어려움 등 몇 가지 요인에 의해 기존 합성 의약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이 장기간 제품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의약품에서도 제네릭 제품이 출시된다면 좀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바이오제네릭 시장 개방 기대

또한 오리지널 제품 보유 기업들의 압력과 FDA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로 인해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미국 시장이, 규제 완화와 더불어 차차 개방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미국에서 FDA 허가가 지연되어 온 가장 큰 원인은 바이오제네릭의 경우 기존 제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다. 원래 일반 제네릭(합성 의약품)의 경우 기존 제품에 의해 성분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오랜 기간 검증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의 전임상/임상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여 FDA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제조 과정에 경미한 차이만 있다 해도 똑 같은 제품을 생산해 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일반 제네릭과 같은 간소화된 과정만으로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즉 오리지널 제품과 다른 cell line(배양 세포주)을 이용하거나 다른 제조 설비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의약품은, 의약품으로 사용될 때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부작용을 나타낼 수도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는 용량/용법 등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FDA에서도 바이오제네릭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hGH 등 몇몇 제품의 특허가 이미 수년 전에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FDA의 승인을 얻은 바이오제네릭 제품이 없다(반면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 이외에 남미나 아시아의 국가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상당수의 제네릭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다).

FDA의 뚜렷한 방침이 가시화되지 않자, Genentech, Amgen 등 오리지널 제품 생산 기업과 제네릭 제품 생산 기업들 사이에 논쟁만 지속되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메이커로서는 바이오 제품의 특수성을 내세워 기존 제품과 똑 같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제네릭 메이커들은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강조하며 허가 절차의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제네릭 제품의 허가 절차가 기존 제품과 동일할 경우, 오리지널 제품(보통 1년에 1만 달러 정도)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한 미국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불투명성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FDA의 행보와 기업들의 동향을 분석해 보면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활성화를 예견할 수 있다.

우선 FDA에서는 제네릭 허가에 대해 우호적인 McClellan 커미셔너를 중심으로 바이오제네릭 가이드라인 공표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FDA는 바이오제네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초안 상태로 준비해 놓고 계속 수정을 거듭하고 있으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조만간(올해 말이나 내년쯤) 확정된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허가 절차와 관련된 외부 환경이 정비되면, 바이오제네릭 시장을 주시해 온 기존 제네릭 기업들과 위탁 생산 기업들의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활성화가 촉진될 것이다.

또한 FDA의 가이드라인 확립을 통해 바이오제네릭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수요층 또한 확대될 것이다. 더 나아가 생합성 물질에 대한 분석 기술 발달이 진전된다면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의 특성을 규명하는 방법이 정교화되면서, 바이오 신약과 제네릭의 유사성을 판별하는 작업이 탄력을 받아 바이오제네릭의 허가가 좀더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제네릭에 대한 재평가 필요

바이오제네릭은 국내 기업들에게 그동안 역량 부족으로 기존 합성신약이나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는 제대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도구로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개발 위험성이 높은 신약의 경우 뛰어난 신물질 발굴 및 개발 기술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거대 자본이 필요하지만, 바이오제네릭의 경우는 그에 비하면 좀더 용이하게 제품 출시를 꾀할 수 있다(<그림2> 참조). 따라서 이제껏 외국 제품의 카피에 치중하는 등 제약산업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국내 기업들로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바이오제네릭 제품

더군다나 바이오 제품 생산에 있어서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결코 해외 유수의 기업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1980년대부터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 및 설비 마련에 힘써 왔다. 또한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여 인간성장호르몬 등 주요 바이오 의약품들을 시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하면 안전성이나 유효성 면에서 별 문제 없이 해외의 허가 절차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의 풍부한 생물학 관련 고급 인력을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활용한다면, 해외 시장 진출시 저렴한 제품 가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필요

그러나 바이오제네릭이 단순히 기존 제품보다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처방자인 의사와 환자)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우선 오리지널 제품을 써 온 선진 시장의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의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어 제네릭 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특별한 효용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네릭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기존 제품의 가격을 획기적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과감히 낮추어 공급한다든지, 다른 기업들의 제품에 비해 보다 뚜렷한 효능이나 투여의 편리함 등 차별화된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지 허가를 받는 차원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

기술적 측면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마케팅 부문에 주력하여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우리나라도 2003년 Factive의 성공으로 신약 개발 국가가 되긴 하였으나, 미국·유럽 등 서구에서는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더해 언어, 지리적 위치의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외국에서의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술적, 기술 외적 부문에서 각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의 전문 위탁 임상 기관이나 허가 대행 기관 등과의 제휴선을 개척,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생명과학을 비롯한 국내의 몇몇 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케팅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좀더 자본력이 뛰어난 국내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국내 제품에 대한 홍보에 앞장서는 등의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의 바이오벤처라면 해외 전시회나 컨퍼런스 등을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바이오 기업들에게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그들이 갖고 있는 특허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는 물질 특허가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 대한 제법 특허는 아직 유효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바이오제네릭에 대한 허가 절차 및 법적 규제 등 외적인 환경과 관련해서는 보수적 관점이 우세했다. 그러나 뚜렷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외적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기술적 진보 등 산업 내부의 환경 변화까지 뒷받침되면서 바이오제네릭의 입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향후 성장성을 인식하고, 신약개발의 대안으로서 바이오제네릭 제품의 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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