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20세기에 개발한 의약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항생제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로 소량으로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양약에서 말하는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치료제로 활용된다.

플레밍의 연구업적을 인류의 질병치료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주인공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병리학자 플로리와 독일의 생화학자 체인이었다.

그들은 1941년 순수 페니실린을 추출해 그 탁월한 약리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인류 최초의 항생물질을 탄생시켰다. 대량의 항생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실증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페니실린이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를 맞은 것은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2년 8월이었다.

독일군의 침공을 피해 미국으로 연구실을 옮긴 플로리와 체인은 뇌막염에 걸린 한 환자에게 페니실린을 투약해 생명을 구해냈다.

미국 정부는 페니실린 연구위원회까지 만들어 페니실린 대량생산에 들어갔고 그 덕분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수많은 연합군을 살려낼 수 있었다. 영국 총리 처칠이 폐렴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페니실린 덕분이었다.

인류가 지금처럼 더욱 발전된 형태의 항생제를 만들어낸것은 1940년대 이후의 일이다. 1943년 우크라이나 태생 미국의 생화학자 ‘셀먼 A 왁스먼’은 방선균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특이한 물질을 발견해낸다.

이것은 페니실린이나 설파제에 내성을 갖는 결핵균에도 유효한 최초의 특이성 항생물질이었다. 이런 항생물질은 모두 토양미생물이 토대가 되었다. 이후 클로람페니콜, 테트라사이클린, 마크로라이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세팔로스포린, 베타-락탐제 등 수많은 항생물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항생제의 태동 뒤에는 반드시 ‘내성균’이라는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었다. 내성균은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광범위한 연구가 거듭되고 있는 퀴놀론계 항생제는 그 중 하나다. 이 약물은 세균성 질병의 치료에 매우 유효하며 전통적 항생제보다 항균력이 강력하고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하지만 이 또한 수많은 항생제의 일종일 뿐이다.

인류는 300만년 이상 수많은 병원균과 투쟁해 왔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대부분의 박테리아(세균)를 박멸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미생물과의 새로운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페스트와 발진티푸스,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이 휩쓴 뒤에는 고통과 죽음이 뒤따랐다. 지난 1996년에는 일명 ‘슈퍼 박테리아’가 일본에서 발견돼 세계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질병은 암이다. 인류는 그동안 무수한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암과의 전쟁에서는 번번이 패배를 시인해야했다.

지금은 에이즈라는 더 무서운 적이 출현했다.
첨단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의학기술도 바이러스라는 이 공포스런 존재 앞에서는 나약하기만 하다.

과학자들은 에이즈 바이러스(HIV)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또다른 질병이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에 등장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나 살인독감, 조류독감 등은 과학자들의 이런 우려를 실감케 한다.

질병과 투쟁한 인류역사의 끝은 오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영원한 미완의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의학자들은 말한다.

<항생제의 종류>

페니실린 이후 개발된 항생제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생제를 계통별로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페니실린(penicillin)계열이다. 이 약물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항균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경구투여했을 때 잘 흡수되지만 초기제제들은 위산에 의해 활성이 잘 되지 않았다.

화농성구균 등 대부분의 그람양성균과 임균·매독균 등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 페니실린에 감수성이 없는 세균감염증과 페니실린의 남용으로 생긴 내성균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부작용은 적은 편이지만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과민반응은 치명적이므로 투여하기 전에 피부반응 시험을 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계열이다. 병원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여 살균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페니실린에 저항성이 생긴 포도상구균 등의 그람음성균뿐 아니라 프로테우스(proteus), 세라티아(serratia), 엔테로박테르(enterobacter) 등에도 효과가 있다.

경구투여를 하면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정맥주사를 통해 사용한다.

셋째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계열이다. 병원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여 살균작용을 한다. 부작용으로 일부 뇌신경에 독성작용이 있으며, 청각 및 평형장애를 일으키는 이독성과 신장독성이 있다. 신경근 차단을 일으킬 수 있다.

넷째는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계열이다. 화학적으로 테트라사이클린핵을 가지고 있으며 미생물의 리보솜에서 t-RNA의 전사를 방해하여 단백질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항균작용을 한다.

이 약물은 그람양성균에 효과가 있지만 페니실린보다는 약하다. 살모넬라, 프로테우스 등의 그람음성균의 감염, 서혜림프육아종증, 연성하감 등에 효과가 있다.

장내 정상 세균총의 변화로 칸디다증을 일으켜 소화관 및 점막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투여 후 광선과민증으로 홍반이나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대량으로 투여하면 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태아의 골격발육을 지연시킬 수 있어 산부·신생아·소아에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섯째는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계열이다. 이 약물은 그람양성균, 장티푸스균·변형균 등의 그람음성균, 리케차 및 대형 바이러스, 다른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감수성균 감염에 효과가 있다.

경구제와 주사제가 있다. 알레르기성 급·만성결막염, 결막염 등에 점안액으로도 투여하고 세균성 질염에는 좌약으로도 사용한다.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설염, 피부발진, 균교대 현상이 일어나고 특히 신생아의 경우 대사를 못하므로 복부팽창, 불규칙호흡, 신경성허탈, 혼수, 때론 사망까지 초래한다. 수유기의 유아, 소아, 임산부에게는 투약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는 폴리펩티드(polypeptide)계열이다. 인체의 세포막에 작용하여 전신에 투여했을 때 신장 독성을 나타내므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국소투여용으로 사용한다.

일곱째 퀴놀론(quinolone)계열로 이 약물은 광범위 항생제이다.

세균 DNA를 초코일(supercoil)로 압축하는 효소인 DNA 선회효소를 억제한다. 그람양성균과 특히 녹농균, 살모넬라 등의 그람음성균에 대해 현저한 항균력을 나타낸다.

이밖에 항진균제와 항바이러스제도 항생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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