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질병의 고통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 요한 삶의 가치가 될 것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각종 신약의 개발이 미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신약 개발 산업은 인류 복지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여, 현재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 체보다도 더 높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1개의 획기적인 신약은 자동차 수천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나 산업적인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 에 모든 선진국이 바이오기술(BT) 산업을 국가 주요 전략 산업으 로 육성하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인체 게놈의 구조 규명 이후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전체학과 I T를 융합한 새로운 기술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맞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앞으로 BT산업을 육성하기 위 해서는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신약 개발은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후보 물질로부터 상품화할 수 있는 신약이 나올 확률은 0.1% 정 도인데, 이를 위해 6000억∼8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돼야 한다 .

이런 이유로 회사간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비 규모를 불리든지 혹은 다른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게 된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들이 사용하는 연구·개발비가 회사당 연간 3조∼8조원인데 비해 국내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비는 기껏 수백억 원 수준인 현실에서 과연 진정한 신약의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한 냉정한 평 가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국제 경쟁 시대에서 신약 개발 능력이 없는 회사의 경우 결국 업 계에서 퇴출되든지 복제(카피) 약품만을 파는 약품 판매 회사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 회사의 연구·개발력을 제고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열악한 연구·개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제약회 사 몇 군데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미국 식 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는 항생제도 개발됨으로써 우리의 연 구 잠재력을 입증한 바 있다.

BT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은 바로 이러한 연구 잠재력 을 개발하고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으로 모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국책 연구비를 대폭 늘리고, 연구 비 지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제적으로 기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신약 개발에는 산·학·연(産學硏) 협동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 기초과학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신약 개발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닦아 온 기초과학의 인프라가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른바 이공계 기피 현상 때문에 자연과학 분 야가 크게 타격을 받고 있어 장차 신약 개발을 주도할 우수한 인 재의 확보나 각종 기술 혁신에 치명적인 장애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를 들면, 항생제 개발의 기초가 되는 미생물학 전공 대학생들 이 의과대학 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현실에서는 신항생제 개발이 이뤄지기 어렵다. BT산업이 진정 발전하려면 자연과학이나 기초 의학에 대한 특단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수한 한국인 과학자들을 영입하 고, 외국의 발달된 기술력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싱가포르처 럼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의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것도 국내 산업 계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약 개발로 대표되는 BT산업은 전문적인 안목에서 치밀하게 세 운 장기 계획을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간 지원해야 결실을 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당장의 실적 위주 정책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이 BT산업이므로 정책 당국에서는 연구·개발 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각종 규제나 규정을 과감히 철폐하고, 정 책의 일관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의약품 개발사에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평가되는 페니실린의 경 우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면서 ‘마법의 탄환’으로 불렸다.

21세기 ‘마법의 탄환’은 막대한 산업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하 는 황금알로서 이를 개발하기 위한 무한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송재훈 성대의대 교수 문화일보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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