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일 LG경제연구소

새로운 기회의 발견은 항상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기업이 오랜 기간 동안 번영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닫힌 생각, 편협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경영의 상식으로 통하는 5가지 고정관념을 뒤집어 생각해 본다.

생존자라는 책을 펴낸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해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이아코카, 처칠, 전쟁 포로, 난치병 환자 등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생존자들에 대한 수년간의 연구 끝에 그가 밝혀낸 생존 특성은 양면성, 유연성 그리고 공감 능력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양면성이다. 생존자들의 성격은 때로는 긍정적이며 때로는 부정적이다. 독할 때는 독하게, 착할 때는 한 없이 착한, 언뜻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성격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삶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좌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가지 방식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고 방식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한다.

‘한 우물을 파라’는 전략은 많은 시행 착오와 반복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도와 열린 사고에 대해서는 지극히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 결과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고정 관념 타파하기

기업의 현실도 이와 마찬가지다. 경영 일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며 계속해서 변화하지 않고서는 살아 남기 어렵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들이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치명적인 오류는 기업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래 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리자면 “읽는 것, 보는 것을 전부 믿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다. 언제나 의문을 갖고 상식을 부정해 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오래도록 생존하는 비결”인 셈이다.

실제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참신한 해결책으로 돌파구를 찾은 기업들이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 더 큰 빛을 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장기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이웃나라 일본을 보자. 소비위축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는 일본에서 돈키호테라는 할인점은 12년 연속 경상이익 갱신이라는 경이적인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어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름처럼 이 할인점의 경영관행은 기존의 경영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정글진열이라는 방식으로 마치 남대문 보따리 장사처럼 많은 상품을 조그만 공간에 아무렇게나 널어놓는다. 자기가 원하는 제품이 눈에 띄지 않아 구매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고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최대한 눈에 잘 띄게 만들어 쉽게 구매를 유도하려는 기존의 발상과는 정반대의 생각이다.

85년 몰락상태의 아사히 맥주를 10년만에 일본 최고의 우량 기업으로 성장시킨 히구치 사장 역시 ‘맛을 변화시키면 실패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퍼드라이라는 신제품을 성공시켰다.
또한 미국의 델(Dell) 컴퓨터도 맞춤 서비스는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직접 판매 방식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개인 맞춤 서비스를 대량 생산의 원가로 제공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간 산업 평균보다 20% 이상 성장, 99년 180억 달러였던 매출이 올해는 35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경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제 지우개다. 생각을 바꾸면 해결책이 보인다. 어제의 경영상식을 벗어나 새롭게 인식을 넓혀야 할 순간이다. 이제부터 기업이 오랜 동안 살아 남아 번영하기 위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5가지 고정관념의 사례를 살펴보자.


다시 생각해 보는 5가지 경영상식

1. 인재 몇 명이 기업을 먹여 살린다.

대다수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방정식은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를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수 많은 기업들이 소위 ‘핵심 인재’, ‘천재 인재’를 확보하는데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혼자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닷컴의 호황기에 번성했던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재능을 가진 인재가 없어서 오늘날과 같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인가.

사람이라는 인격체가 모여 이루어진 살아있는 공동체인 기업의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조직의 시스템에 동화되지 못하는 핵심 인재는 오히려 조직에서 겉도는 변두리 인물에 불과하다. 핵심 인재 몇 명을 스카우트한다고 해서 기업의 성공을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월스트리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젝 웰치 전 회장의 재임시 화려한 명성을 얻었던 GE 출신 핵심 인재들이 GE를 떠나 콘세코, 홈디포, 인투이트 등으로 스카우트되어 가서는 당초 예상을 크게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것에 있다. 그것은 바로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의 능력이 110% 발휘될 수 있는 조직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때로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없는 기업이라도 시스템에서 승리할 경우 더 나은 성과를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장수하는 기업의 비밀에 대한 책으로 일약 세계적인 석학이 된 호이스 교수도 이 같은 핵심 인재 전쟁에 대한 열풍을 축구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로 무장한 축구 군단처럼 모든 선수들이 스타라고 해서 이 팀이 꼭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팀웍에서 승리하는 기업이 최후에 승리하는 기업이다.”

2. 최첨단 혁신 제품에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

신문을 보면 ‘OO기업의 사운을 걸고 추진한 신개발 프로젝트’ 등과 같은 최첨단 혁신 제품들이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는 이른바 ‘블록버스터(Blockbuster)’로 불리는 히트 상품 하나면 몇 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제품 사이클의 축소,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이제는 세상을 바꿀 혁신 제품을 맨 처음 만들어낸다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설령 이와 같은 최첨단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다음이 더 문제다. 지난해 아마존 선정 최우수 도서로 뽑힌 ‘Will & Vision’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의 개척자가 해당 분야의 시장을 지속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평균 8%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격 하락은 이와 같은 혁신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1956년 컬러 TV가 나왔을 때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가는데에는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반면, 1997년 출시된 DVD 플레이어는 초기 700달러에서 가격이 절반이 되기까지 2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지금은 평균 153달러에 팔리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에 대한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장개척자가 아니라 시장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성공은 새로운 혁신 기술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 인접한 부가사업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3. 주주가치 제고가 최우선이다.

미국식 경영의 근간은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대상 역시 주주가치로 집약되고 있다.
실제로 주주가치 우선을 표방하며 많은 국내 기업들이 실적 발표 방식을 변경해 미국식으로 매 분기 마다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기업 경영자는 배당이나 단기 실적을 최대화 하는 것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적으로 두게 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믿고 꾸준히 투자하는 가치 투자가는 시장에서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불과 1~2년 사이의 단기적인 시세차익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CEO 선임 및 보수의 결정이 이들 주주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CEO로부터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등의 노력을 기대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정반대로 인위적인 주가 부양이라든지, 급기야는 분식회계와 같은 기업 생존에 치명적인 우를 범할 우려는 더욱 높아지게 되면서 말이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탈 주주 중심화’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 기업중의 하나인 코카콜라의 더글라스 대프트 회장이 최근 기업 공시를 통해 기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기 위해서는 단기 예상치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분기전망의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의 움직임이다.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한 유명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단기 성장 전망에 관한 정보는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라며 “솔직히 후자가 훨씬 더 값진 정보라고 확신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기업가치는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 전략과 잠재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주가치의 증대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오랜 기간 생존하고 번영한 기업의 자연스런 결과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4. 베스트 프랙티스를 적극 벤치마킹한다.

‘벤치마킹’이라는 용어가 일상화 되면서 오늘날의 경영환경은 이른바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 성공 비법을 모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기업들의 이러한 성향은 더욱 확산된다. 모두가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의 자문, 경영컨설팅, 컨퍼런스, 신문, 잡지 등 베스트 프랙티스를 접할 수 있는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삼류기업이 베스트프랙티스를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일류 기업이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미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베스트 프랙티스는 현실에서 돌아가는 베스트 프랙티스에 비하면 수년 뒤쳐져 있는 것이 보통이며 진짜 베스트 프랙티스는 경영시스템에 체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것을 모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명문 인시아드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후이교수에 따르면 세계 일류의 통신 회사를 상대로 구조조정 프로젝트의 성과를 검증한 결과 외부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80% 이상이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하거나 실패로 그쳤다고 한다.

사실상 모방 가능한 베스트 프랙티스는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옳다. 진짜 베스트 프랙티스는 기업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며 회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기업, 자신만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드는 기업이 진짜 일류 기업이다.

5. 선택과 집중만이 살길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흔하게 된 오늘날 경영의 화두는 단연코 선택과 집중이다. 국내의 경우도 무리한 외형 확장 경영이 IMF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핵심 역량 위주의 기업 구조조정이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재무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은 앞으로도 경영의 큰 흐름으로 존재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종 전문화가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 사업의 다양화가 오히려 조직의 역동성을 키워 더 높은 성장과 추가적인 이익을 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략 컨설팅 회사인 BCG는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세계 주요 300개 업체의 사업 내용과 성과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대 주요 사업 다각화 기업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은 15.3%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한정된 분야에 특화해 전문화를 전개하는 20대 주요 기업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인 12.6%를 오히려 웃도는 수치다.

특히,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는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에 안주하거나 현재의 경쟁우위만 고집하는 기업은 조만간 성장한계에 다다르게 되고 만다.

이와 관련하여 장수 기업의 연구로 유명한 “Living company”라는 책에는 다각화를 장미가지 치기에 비유한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그림 1> 참조).
장미를 키울 때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가지 당 여섯~일곱 송이로 길게 가지를 칠 경우 이웃집 장미보다 더 큰 장미 꽃을 갖지는 못하겠지만 매년 장미를 볼 수 있는 확률은 그 만큼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어리고 약한 가지(신수종사업)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면 1~2년 후에는 주된 가지(주력사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자라날 수 있다고 한다.

질소 비료회사로 시작해 설탕사업자에서 Pan America 항공사를 거쳐 지금은 화학회사로 변모한 W.R. Grace社나 구리주물공장에서 시작해 상업, 광산업, 제조업을 거쳐 현재는 화학/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일본의 스미모토社가 수세기에 걸쳐 기업 변신에 성공하며 살아남은 것도 핵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미래 경쟁의 싹을 자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핵심은 균형된 시각

이 밖에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기업 경영자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무수히 많은 고정 관념들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정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요소로 기업의 특성과 업종, 산업 효과 등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정관념의 존재 그 자체는 아니다. 또한 기존의 경영 상식들을 송두리째 부정하자는 말도 아니다. 즉, 핵심인재를 키우지 말자거나 혁신 제품을 만들지 말아야 하며 주주가치를 도외시해야 한다는 등과 같은 극단적인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이 글에서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통념에 사로잡힌 과거의 경영방식을 벗어나 사물의 이면을 통찰할 수 있는 균형된 시각을 키우자는 데 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사장 될 수 밖에 없는 많은 기회들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통해 발굴, 활용하자는 것이다.

창의성과 학습의 효과는 뒤집어 보는 행동에서 극대화 될 수 있다. 새로운 기회의 발견은 항상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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