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불황일수록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꾸준한 고객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고객 확보 및 유지는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디마케팅’의 현황과 성공전략을 살펴보았다.

‘갚을 수 있는지….과소비를 자제하고 신용카드 바르게 씁시다’ 건전한 카드 사용을 홍보하기 위한 국내 모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 문구이다. 최근 수익성 없는 고객을 의도적으로 줄여 고객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우량 고객에 집중하고자 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이 늘어나고 있다.

언뜻 생각해 보면 디마케팅은 수익 창출이라는 경영 목적 및 고객 확보라는 마케팅 목표에 어긋나는 듯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기업의 수익 구조를 우량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으로서,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 개념에 충실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수익성 없는 사업을 철수시키고 부실 자산을 매각하여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만 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경영 전략과


불황 속 ‘선택과 집중’, 디마케팅(Demarketing)

요즈음 우리 경제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무역수지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는 몇 달째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도소매 판매 격감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불황기에 기업들은 위축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때 일수록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하지만 무분별한 고객 확보 및 유지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익성이 없는 고객 확보와 유지에 따르는 비용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요인이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비대해진 몸집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고객 관리 원칙, 디마케팅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디마케팅(Demarketing)의 의의

디마케팅이란 수익이 없는 고객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핵심 고객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최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부실 채권에 의한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하여 불량 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거래 중지 등으로 고객 내몰기에 열중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디마케팅은 근래 금융권의 수익 증대를 위한 ‘고객 구조 조정’ 일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는 비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디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이다. 예컨대, 과거 국내 모 이동통신 업체가 시장 점유율 50% 미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신규 고객 가입을 받지 않고 심지어 자사의 유통망을 이용하여 타사 신규 가입을 대행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명품 업체가 고급화 전략 일환으로서 희소성을 유지해 명품 브랜드의 명성을 도모 하

이외에도, 디마케팅은 기업의 제품, 서비스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된다. 제품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상의 쇠퇴기에 있는 취약 제품의 철수 활동, 저수익 브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신규 브랜드 전환 유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국내 모 이동통신사는 양자간 24시간 무료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 요금제’의 저 수익성으로 인해 기존 가입자로 하여금 신규 요금제로의 전환을 유도한 경우가

이와 같이 디마케팅은 마케팅 활동의 다양한 측면에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법인 및 개인의 파산 급증, 신용카드사의 카드채 문제, 가계 부채 증대와 같은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경제 상황은 금융권에서 비우량 고객의 차별적 관리를 근간으로 한 디마케팅의 필요성을 증대 시키고 있다.


왜 디마케팅(Demarketing)인가?

기업이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을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충성도(Loyalty)가 높은 우량 고객에게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마케팅 측면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다.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의 둔화 및 국내 경제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은 위험관리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등을 도모하고 있는데, 마케팅 차원의 위험 요소인 불량 고객에 대한 퇴출을 통해 기업의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둘째, 경영의 목표가 단순한 양이 아닌 질적 가치로 변화되었다. 즉, 거품 고객 확보를 통한 규모의 성장이나 시장 점유율 증대 보다는 실제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 경영 성과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 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기업은 비우량 고객 관리에 따르는 자원을 우량 고객으로 집중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인터넷 포탈 업체에서는 휴면 아이디(ID)와 활동이 부진한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는 시스템 증설에 따른 추가 부담을 줄이고 시스템 안정성 저하에 따른 인터넷 속도 저하, 아이디 고갈 등을 사전에 방지하여 우량 고객에게 양질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의 부실 고객에 대한 현금 서비스 한도 대폭 축소 및 거래 정지는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개인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일부 금융사의 경우 일반 고객들과 사전에 적절한 합의 없이 서비스 폭 축소 등을 통보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고객 관리의 다소 아쉬운 측면을 보이고 있다.


디마케팅(Demarketing)의 난제(難題)

디마케팅은 기업의 고객 관리에 있어서 비우량 고객과의 관계를 줄이고 우량 고객을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이므로 직설적인 의미에서는 고객 필터링 프로그램(Customer Filtering Program)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마케팅에서는 몇 가지 이슈를 조심스럽게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기업에 있어서 진정한 비우량 고객을 파악하는 일이다. 비우량 고객의 범위는 손실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익 개선의 여지가 없는 비우량 고객의 선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우량 고객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수익성이 없는 고객과의 관계를 중지할 것인가 아니면 유예 기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볼 것인가는 기업의 경영 방침에 달려 있으나,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관계 유지를 지속시키는 경우 어떻게 비우량 고객의 수익성을 개선 시키도록 유도할 것인가 이다. 디마케팅은 단순히 비우량 고객과의 거래를 정지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디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마케팅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기업이 디마케팅을 활용할 경우 유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 20대 80법칙,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불황기일수록 상위 20%의 고객이 수익의 80%를 점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칙의 숫자는 절대적인 비율이 아니며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고객에 대한 재 정의가 필요하다.

최근 부즈알렌해밀턴(Booz Allen Hamilton)보고서에 의하면 산업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상위 30% 고객이 전체 수익의 70%, 50% 고객은 수익의 30%를 차지하며 나머지 20% 고객은 기업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고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적극적인 디마케팅 대상은 하위 20%인가?

기업의 고객 구조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우량과 비우량의 경계에 있는 고객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맥킨지(Mckinsey) 컨설팅사는 여러 산업 내 고객을 충성 고객과 비충성 고객으로 구분한 고객 충성도 프로파일(Loyalty Profiles)을 제시하였다(<그림 1> 참조). 보고서에 의하면 충성 고객과 비충성 고객은 각각 상, 중, 하의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비충성 고객의 비중이 상이한데, 인터넷 업체의 비충성 고객 비율은 25%, 신용카드 사는 23%, 은행은 22%, 이동통신 업체는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산업에 관계없이 충성 고객의 하위 그룹과 비충성 고객의 상위 그룹은 상호 전환이 가장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경우 비충성 고객 중에서 상위 그룹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충성 고객으로의 전환이 타 산업에 비해

먼저, 하위 20% 고객과의 거래 정지보다는 대신 그들이 기업에게 수익을 줄 수 있는 동종 사업의 다른 서비스나 이종 사업의 신규 고객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권유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예컨대, 이동통신사의 경우 사용 요금 연체자에 대한 서비스 중지 조치 보다는 적극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나 부가 서비스의 전환 및 축소를 권유하는 것이다.

또한 중간 계층 고객에게는 이익 기여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들 역시 최고 집단에 못지 않게 중요하므로 관계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미국 뱅코그래피(Bancography)가 산업별 서비스 불만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고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은행업이 43%, 인터넷 관련 사업이 32%, 이동통신 사업이 22%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은행업의 경우 중간 계층의 전환

● 고객 평가, 동태적으로 하라

기업은 고객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양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계량 분석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흔히, 고객 생애가치(LTV: Life Time Value), 구매 패턴 분석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절대적 기준으로 확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이 분석한 우량 고객은 실제로 향후 높은 수익을 주지 않을 수 있고 비우량 고객은 그다지 손해를 덜 미칠 수도 있다.


고객 생애가치(LTV)는 장래의 수익성을 고려하여 기업이 고객의 수익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현재의 수익성에 향후 거래의 성장과 지속 내지는 이탈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산출하게 된다. 하지만 고객 생애가치의 정확한 예측은 매우 어렵다. 특히, 기업과의 거래 관계가 얼마 되지 않은 고객의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에서 동종 연령 대나 소득 집단 등을 기준으로 한 유사(proxy) 데이터의 이용은 개인 고객의 성

● 핵심 고객에 집중하라

디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차별화로서 우량 고객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즉 비우량 고객 집단에 대한 마케팅 투자를 최소함으로써 우량 고객 집단의 고객 만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그들의 욕구를 계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1990년대 초반 페덱스(Fedex)는 개별 고객의 수익성을 추정하여 일정 수준 이하의 고객과의 관계를 줄이고자 저수익 개인 고객에 대한 판촉 활동은 중지하고 고수익 개인 및 법인을 위주로 한 로얄(royal)서비스 등과 같은 일대일 개인 마케팅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우량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통해 기업의 수익 구조를 건실하게 만드는 것은 그다지 쉽지 만은 않다. 최근 컨설팅 업체인 PWC가 미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금융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서비스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금융기관에 대한 최상위 고객의 충성도가 커다란 위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초 거래 금융기관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22%였고, 거래 금융기관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량 고객과의 관계 개선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 불평 관리(Complaint Management)에 힘써라

기업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행해지는 적극적인 디마케팅으로 인한 비우량 고객에 대한 어설픈 차별은 기업 이미지 손상 및 나아가 브랜드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성향을 가지므로 불리한 관리 조치를 당한 고객은 기업에 대한 불평 및 부정적인 입소문을 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비우량 고객에 대한 사전적, 사후적인 불평 관리(Complaint Management)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의 디마케팅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시켜야 한다. 사전적인 합의 없이 행해지는 거래 제한 조치나 수수료의 인상 등은 고객에게 당혹감을 줄 수 가 있으므로 고객 스스로 납득하고 개인적인 재무적 대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사후적으로 퇴출된 고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 시점에서 이익이 없는 고객일 지라도 향후 우량 고객으로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들의 거래 이력, 신상 등에 관한 데이터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기적인 이메일이나 다이렉트 메일(DM) 등을 통하여 개인적인 신변을 파악하면서 향후 새로운 관계를 도모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것이다.

● 이미지 업그레이드, 공익(Publicity) 마케팅을 병행하라

잘 알려진 것처럼, 불황기의 광고비 삭감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지난 2000년 미국 MSI(Marketing Science Institute)가 진행한 PIMS (Profit Impact of Market Strategy)는 불황기와 호황기 동안 영국의 18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시사점을 주었다. 불황기에 광고비 지출을 늘린 기업은 회복 단계에서 4.3%의 수익을 낸 반면,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은 오히려 0.8%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불황기의

디마케팅은 고객 만족을 우선시 하는 일반적인 마케팅 개념에 충실하지만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마케팅에서는 차별적이고 효과적인 고객과의 미디어 접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을 지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익적(Publicity) 성격의 마케팅 노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국내 모 은행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경제 마인드를 배양하고 신용

●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라

일반적으로 경기는 순환 과정을 겪는다. 즉 경기 회복, 확장, 후퇴, 수축 등의 연속된 사이클을 타게 된다. 비록 국가별로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는 불황과 호황의 연속된 경기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불황기에 접어든 국내 기업은 금융권 등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하여 디마케팅 되고 있는 고객은 향후 비즈니스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경우 다시금 획득해야 하는 고객이며 소중한 자산일 지도 모른다.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은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의 5배 라는 이론적인 수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객은 기업 활동의 존재 이유이다.

디마케팅은 단지 수익성 없는 고객을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수익 구조를 점검하고 개선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서비스, 지속적인 고객관리, 일관된 경영 원칙만이 기업 스스로 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