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우리는 모처럼 희소식에 접할 수 있었다. LG생명과학에서 개발한 항균제인 ‘팩티브(FACTIVE)’가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신약 승인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곧 세계적인 신약으로 공인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신약 개발 성공으로 LG생명과학은 2015년까지 독점적인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향후 10여년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팩티브’ 승인의 효과는 개발기업 하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상징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 동안 모방 약품 개발과 선진 제약기업의 오리지널 약품 도입에 치중해 온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은 물론 국내 바이오 벤처 활성화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팩티브’ 성공이 독창적인 R&D 역량에 기반한다고 할 때, 국내 기업들 모두가 R&D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에는 국내 기업들도 R&D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R&D 중시 경영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내 기업들의 R&D 활동은 대부분 기초 연구보다는 응용 연구나 개발에 치중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의약, 통신장비 등 고위기술산업일수록 국내 기업들의 R&D 집약도는 선진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 경쟁

물론 기초 연구의 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차별적인 R&D 역량 확보가 말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팩티브’의 경우만 해도 개발 착수에서 FDA 승인까지 무려 12년이라는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또한 단기간 내의 성과 창출 압력은 기업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장기 연구보다는 단기 연구에, 기초 연구보다는 실용적인 연구에 치중하도록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R&D 정책의 일관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기초 연구의 리스크를 감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기업’을 표방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열성인 듀퐁 조차도 최근 자사 R&D 정책의 문제점을 반성한 바 있다. 1990년대 전체 R&D 예산의 2/3가 기존 사업의 생산성 개선에 투입되었고, 1/3만이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신제품 비율이 24%까지 떨어졌고, 이는 수익성 저하, 주가 하락 등 성장 잠재력 저하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홀리데이 회장은 R&D의 개혁 없이는 듀퐁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 2005년까지 신제품 매출 비중을 전체의 1/3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하였다.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R&D 예산의 비중을 즉각 50%까지 상향 조정했으며, 장기적으로는 2/3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한다.

R&D는 핵심역량 확보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별적인 R&D 역량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난국을 돌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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