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서민형 대통령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의약품산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21세기 국가경제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이다. 아직은 의약품산업이 업계간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선진국형으로 육성된다면 국민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잘 개발된 의약품 하나가 년간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손쉽게 벌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약업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의약품산업은 길게는 200년 짧아도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지만, 우리나라의 양약 역사는 고작 50년도 채 안되기 때문에 이러한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가 의약업 선진화를 이루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약품산업 육성 의지와 정책적 뒷받침이 없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제개혁과 육성정책이 무조건 상충되거나 상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 정부 하에서는 산업육성 정책이 획일적인 규제개혁의 파고에 밀려 정부 자체의 산업육성의지가 무산됨으로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새 정부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 바람을 적는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약품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조와 도매유통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제약은 본업인 연구·개발·생산에 충실하고 유통은 도매상이 전담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제약회사의 무분별한 직거래 확대로 인하여 이와 같은 역할 분담 구조가 우리나라에서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의약품의 유통이 도매상을 통하여 90%이상이 유통되는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겨우 50%정도에 그치고 있다. 즉 선진국들은 의약품유통이 도매상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일원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직거래, 도매거래, 기타 복잡한 경로의 거래등이 혼재되어 있는등 복잡하게 다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의약품 유통구조의 후진화로 국내 의약품산업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제약기업이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에 소홀하고 모방품 생산과 유통에만 치중함으로서 우리나라가 세계10위권의 의약품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신약하나 개발하지 못한 채 제약원료 중 90%이상을 해외에 의존하여야 하고 매년 막대한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

또한 물류비와 판매촉진비가 과잉 지출되고 유통질서가 극도로 문란되는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의약품산업계의 이와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의약품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의약품 유통이 도매상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일원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의약품산업을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당국도 이점을 깊이 인식하여 1994년부터 의약품산업이 역할 분담에 의해 구조 조정이 되도록 도매상을 통한 유통일원화 구조를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는데 최근 이와같은 보건복지당국의 의약품산업계의 선진화 육성정책이 개혁실적에 급급한 정부내 타 부처로부터 행정규제로 잘 못 인식되어 의약품 유통구조의 단순화·일원화 정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새 정부에서는 이점을 심도있게 재검토하여 유통일원화 정책이 중단없이 계속 추진·확대되도록 함으로서 의약품산업이 보다 빨리 선진화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마련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또한 현재 의약품 도매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중인 의약품 물류유통의 대형화·선진화가 조기 실현되도록 새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도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002. 12. .
(사)한국의약품도매협회 회장 이 희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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