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 ‘지구상에서 이름이 사라지는 나라’로 곧 도래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또 총선 전 ‘보수 통합당을 궤멸시켜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말도 떠오른다. 그들의 말(諺語)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더운 여름임에도 한기(寒氣)를 느낀다. 집권여당이 작금에 하는 ‘작태’를 보면서다.

 
“한때는 푸른 기와에 서기(瑞氣)가 어리던 곳이, 이제는 붉은빛 품은 오기(傲氣)만 가득 하구나/한때는 대한민국 도약(跳躍)의 상징(象徵)이던 그 곳이/이제는 북(北)을 향한 도약(跳躍)의 소굴(巢窟)로 바뀌었구나./한땐 나라의 비상(飛翔)을 주도(主導)하던 중심이 이젠 좀비가 창궐(猖獗)하는 헛간이 되었구나./한때 천하(天下)의 일류(一流)영재(英才)들이 기염(氣焰)을 토하던 곳이, 이젠 수령(首領)님을 향한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이 득실대는 소굴(巢窟)이 되었구나./만천하(滿天下)의 정보(情報)가 모이는 그 곳이/적폐청산(積弊淸算)위장(僞裝)한 보수(保守)잡는 지령(指令)만 내 보내는구나./한때 백악관(白堊館)과 견줄만한 권위(權威)있던 그 곳이 이젠 한 낫 주석궁(主席宮)부속(附屬)건물(建物)로 바뀌었구나./어쩌다 광채(光彩)나던 푸른 기와 반석(盤石)집이/이토록 붉은 독기(毒氣) 품어내는 폐가(廢家)가 되었는고?”
 
작자미상의 ‘청와대(靑瓦臺)’란 시(詩)가 시중에 떠돌고 있다. 예로부터 나라가 어수선하고 민심이 흉흉하면 이런 글들이 떠돈다. 오죽하면 이런 글들이 나올까. 그것은 바로 당시의 ‘민심’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세간’에 떠도는 말이 맞든 틀리든 간에 민심에 소리로 알고 겸허한 자세로 귀담아 들어야한다.
 
우려한대로 지난 29일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상임위원장 11명이 추가로 선출되면서 지난 달 “18석 전석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의 발언이 한 달 만에 현실로 되어버렸다. 앞서 선출된 법사위원장 등 6명의 상임위원장을 포함 해 18개 상임위(예결특위포함)중 17개(정보위원장은 미정)상임위원장을 모두 자당 소속의원으로 선출한 것이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院)구성이 끝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식(獨食)으로 마무리됐다.
 
여당 일색의 위원장들은 저마다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앞서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협치(協治)’를 강조했음에도 집권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려는 거악(巨惡)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더구나 주요입법과제를 다루는 상임위에는 ‘친 이해찬 계 당권 파’가 전면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여당에서 조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 당연직인 운영위원장은 김태년의원이 맡게 된다. 집권당이 장관급의 상임위원장 전체를 싹쓸이한 건 전두환 정권시절인 12대 국회 이후 33년만이자 처음이다. 21대 국회가 ‘협치’와는 동떨어진 여당의 독식과 독주로 시작된 현실은 충격적이다. 말로는 지지자(유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길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에도 재를 뿌렸을 뿐만 아니라 헌정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는 ‘거악’의 정권이 되었다.
 
이처럼 국회가 파행으로 시작 된 것은 1차적 원인은 여당의 오만에서 비롯되었다. 관행상 법사. 예결위원장은 야당에게 할당 된 것을 여당이 갖겠다고 고집하면서다. 법사. 예결위원장을 야당이 갖게 된 것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려는 장치로 작용해 온 측면이 있다. 177석의 ‘거여(巨與)는 다수라는 힘으로 모든 것을 무력화 시켰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방적인 승자의 독식이 자칭 민주화 운동 세력이라는 민주당에 의해 자행되어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과반수이상을 득표한 정당도 1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적이 없다. 제 2당으로 밀려난 민주당이 ’의석수에 따른 배분‘을 강하게 주장 관철한 바 있다. 그래서 21대 국회의 독식이 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 더 우려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16개 상임위가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57분이었다는 것이다.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총 3조1031억원이 늘었다. 2조3100억9200만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증액 안을 의결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시간24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상임위 ‘검토보고서’는 회의 10~15분 전 배포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임위 삭감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만들면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대부분 상임위는 “시간이 촉박해 회의 소집이 어렵다”며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야당을 배제한 채 일사분란하게 추경 안을 처리한 것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예산안을 던졌으니 알아서 살펴보고 정부·여당을 잘 따라오라는 것인가. 비정상적인 국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며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산사에 다니시는 분(?)은 사리가 안 생기는데 여당 원내대표의 몸에는 사리가 생겼다.”(이해찬 대표)는 식의 생뚱맞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히 ‘우이독경(牛耳讀經)’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세상 사람을 모두 속일 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유교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 과 "중용(中庸)"에서는 이를 ‘신독(愼獨)’이라고 했다. ‘홀로(獨) 있을 때 삼가야(愼)한다.’는 뜻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증자(曾子)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바라보고 있다. 열 사람의 눈이 너를 지켜보고, 열 사람의 손이 너를 가리키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가." 성경의 "갈라디아서"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 하나님은 조롱을 받지 않으시니 사람이 무엇을 심던지 그대로 거둘 것이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는 혼자 있을 때 반드시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장기 집권을 위해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라. 국민을 속이지마라.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강한 힘은 부러지기도 쉽다. 손바닥으로 달(月)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자. 언젠가는 그 거짓이 드러나며 심판을 받게 되어있다. 여당의 독주에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위험수위다. 불 화산처럼 민심이 폭발할 수도 있다. 단맛을 내는 설탕이라 해도 ‘도(度)’가 지나치면 단맛을 잃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대화. 타협이 절실한 때다. 여당의 국회 독식이 헌정사에 오점으로 기록되고, 민주주의의 최대위기 속에서 ‘자멸(自滅)’을 자초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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