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 김범수 교수, “삶의 질 높이는 근거 될 것”

위암을 수술할 때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암 주변에 퍼져있을 수 있어 보통 암보다 위쪽으로 2~5cm 정도 간격을 두고 위를 절제한다.

최대한 위를 보존할수록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암과 1cm 이하 근접한 곳에서부터 위를 절제해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김범수 ‧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위장관외과 김아미 교수팀은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1천 5백여 명의 최대 11년 간 치료 결과를 분석했더니, 암과 위 절제 지점까지의 거리가 암 재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위는 우리 몸에서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와 위를 지나 소장을 통해 빠져나간다.

위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림프절과 혈관을 따라 밑으로도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암이 있는 곳부터 소장이 시작하는 십이지장 일부까지 위를 절제해야 한다.

이 때 혹시 모를 재발 위험 때문에 국제 표준 위암 수술 가이드라인은 진행성 위암의 경우 암으로부터 위쪽으로 5cm 정도 여유를 두고 위를 절제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도 의사의 경험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통 암으로부터 위쪽으로 약 2~3cm 혹은 그 이상 간격을 두고 위를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범수 ‧ 김아미 교수팀이 장기간 수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진행성 위암의 경우 암과 1cm 이하로 최대한 근접한 지점부터 위를 절제해도 재발률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1,518명의 암과 위 절제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1cm 이하’, ‘1cm 초과 3cm 이하’, ‘3cm 초과 5cm 이하’, ‘5cm 초과’ 등 총 네 개의 집단으로 나눈 후 각 집단의 최대 11년 간 재발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분석 기간 동안 각 집단의 국소 재발률이 각각 5.9%, 6.5%, 8.4%, 6.2%로 오히려 ‘1cm 이하’ 집단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소 재발률은 암이 있던 위치 근처에 다시 암이 생긴 비율을 의미한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국소 재발이 아닌 전체 위암 재발률도 각 집단별로 23.5%, 30.6%, 24%, 2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으로 위 절제 수술을 받으면 국소 재발이 아니더라도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꾸준히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1cm 이하’ 집단에서 재발률이 가장 낮았던 것이다.

김범수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1cm 이하’ 집단에서 재발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조정하면 네 집단에서 재발률이 거의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중 1위지만 최근 10년 사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위암 수술 표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려면 관련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야겠지만, 앞으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소화 기능 등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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