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승격에도 감염병 연구기능 없어…전문가 영입 환경 만들어야

코로나19 이후 의료계에서 가장 활발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질본의 청 승격을 문제 삼은 이유를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앞선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린 뒤 그 배경에 대해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연구소로 확대한 뒤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질본관리청의 주요 역할이 연구 기능에 있음에도 복지부가 이를 흡수해 청의 기능을 반쪽짜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교수는 이런 논지의 의견을 5일 오전 KBS라디오 '김강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재차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청으로 독립성을 갖게 됐을 경우 중요한 점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면서 "개편되는 방향들이 감염병과 관련된 업무들을 질병관리청에 남기는 형태로 가야 하는데 감염병연구소가 국립보건연구원하고 붙어서 복지부로 넘어가게 계획이 짜여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가 가지고 있었던 연구 기능 자체가 다 떨어져서 나가는 형태"라면서 "이렇게 되면 질병관리본부 자체에서 연구해야 하는 부분들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행안부는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만들어지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부터 백신을 만드는 데까지(필요한 작업을) 다른 부서하고 협조를 해야 하니까 보건복지부에 있는 게 맞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그 취지를 모르는 건 아닌데 질병관리본부 자체도 연구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특히 감염병 연구에 있어서 더 특화되어야 하는데 연구조직을 따로 만들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질병관리청이 일을 하려고 하면 누군가가 데이터를 만들어주고 소스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많이 약화될 것"이라면서 주체적인 청의 기능을 위해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재갑 교수의 지적에 정부는 4일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연구기능과 방역기능이 독립적으로 분리돼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NIH 같은 경우는 전반적인 바이오헬스에 대한 모든 R&D를 다 총괄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많은 연구부분이 분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립보건연구원을 키워서 할 거면 그런 기능까지 다 통합을 해서 바이오헬스에 관련된 부분을 확실히 키워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NIH처럼 키울 거라고 한다면 좋다. 그런데 감염병 연구와 관련된 시설까지 왜 가져가느냐"고 질타했다.

청으로 승격돼도 복지부 간섭 안 받을 수 없어

이재갑 교수는 과거 메르스를 겪으면서 질본 연구진들이 인사권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관리직(행시 출신) 역시 감염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관리직이)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니까 위기상황일 때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아주 매력적인 조직이 되어야 전문가들이 들어가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질본에 누구든 지원하고 들어가고 싶은. 인사권도 보장 받고 거기에서 일하면 내가 한국에서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또 "미국 같은 경우에는 CDC가 보건부 밑에 있기는 있지만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아주 세세하게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서 "청이 되었을 때는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의견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도 (청의)의견이니까 따를게 하는 정도 수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해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염병 대응과 관련되어 있는 정책적인 연구들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감염병 협력 방안과 감염병 예측 분석과 대응방안(모델링) 역할도 질병관리본부가 해야 하는데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번에 밀어주기로 했으면 통 크게 밀어주는 부분들을 (정부가)가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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