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시린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경부 마모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치경부 마모증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분인 치아의 목 부분(치경부)이 마모돼 패인 것을 말한다. 치아의 가장 겉 표면은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로 이뤄져 있고, 그 안쪽으로는 부드러운 상아질, 제일 안쪽은 내부 신경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법랑질은 상아질과 신경조직을 외부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여기가 깎여 나가면 상아질이 노출되고, 외부자극이 신경조직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치경부 마모증 초기에는 찬바람이나 찬물에 크게 시릴 수 있다. 보통 뜨겁거나 찬 음식 등 온도차가 심한 음식을 먹을 때, 찬물로 양치질을 할 때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상아질까지 마모되기 시작하면 마모 속도가 7배나 빨라지고 치아 내부의 신경조직과 가까워지면서 치아는 더욱 시리게 된다. 치아의 반 이상이 마모되면 내부 신경조직이 드러나 신경치료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저작 도중 치아가 부러질 위험도 높아진다.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 중 첫 번째는 잘못된 양치질이다. 뻣뻣한 칫솔모에 치약을 듬뿍 바르고 강한 힘으로 치아 옆 부분을 세게 문지르듯이(횡마법) 박박 닦는다면 치아 마모가 쉽게 일어난다. 뻣뻣한 칫솔모는 부드러운 칫솔에 비해 치아를 더 마모시키고, 마모제 성분이 많은 치약도 치아 마모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딱딱한 음식을 먹거나 이갈이와 같이 이를 악무는 습관도 원인이 된다. 이를 악물 때 생기는 과도한 교합압이 치경부로 전달되면서 치아가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식습관도 치경부 마모증에 영향을 미친다. 김치, 나물 등 질긴 섬유질로 이뤄진 식단이 많고 질긴 음식을 씹을 때 옆으로 갈면서 씹게 돼 치경부 마모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 외에 노화나 치주염 등도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양치질이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방법으로 지나치게 열심히 양치질을 하면 치경부가 더 파이게 되고, 이 치경부에 쌓이는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더 세게 문지르게 되면서 점점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뻣뻣한 칫솔보다는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고 횡마법이 아닌 회전법을 이용해 치아의 결대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닦는 것이 좋다.
또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은 치아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치경부의 굴곡 파절을 발생시킬 수 있어 되도록 피하거나, 작게 잘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치경부 마모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과도한 교합압을 유발하는 이갈이나 이악물기와 같은 구강 악습관이 있다면 조절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