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세운 코로나19도 언젠가는 시들해지겠지만, 총선이 끝난 후 여파는 여전히 우리 곁에 계속 머물며 또 한 차례 회오리바람의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새로 구성될 때마다 ‘역대최악’이라는 치욕적 기록을 손쉽게 경신해 버리는 대한민국 국회이지만 21대 국회야말로 그간의 최악이 무색할 정도로, 그야말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가 될 공산이 크다.

정당들 색깔이 그렇고, 또 후보들 면면도 그렇다. 이미 선거 전부터 악의 씨가 뿌려졌다. 집권당과 군소정당들이 야합(4+1)해 선거 룰을 바꾸고, 공수처 법도 마련됐다. 범여권을 규합해 재집권하려는 여당 전략과 비례대표제로 한 몫 챙기려는 군소정당의 이해가 모처럼 맞아 떨어진 것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제외되어 찬반 신세가 되었던 제1야당이 역으로 ‘비례정당’이라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집권당은 예외 없이 비상이 걸리고, 야당을 비난했지만, 간교한 여당이 가만히 있겠는가. 처음 비례대표제를 발의했던 정의당을 무시하고, 허겁지겁 비례정당을 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여당은 또 하나의 비례정당을 덤으로 얻었다. 이 당 후보들은 대부분 기소가 된 사람들인데, 당선 가능성 높은 상위 순번에 올려졌다. 이 당 유력 후보들은 총선 후 윤석열 검찰총장을 손보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때맞춰 터져 나와 이슈가 된 범죄 전력자들의 증언 역시 모두 한 곳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죽이기다. 여기에 여권과 행정부, 법무부가 가세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지금은 총선인데 마치 대선을 치루는 듯한 분위기다. 총선 후 이 땅의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금태섭 의원처럼 눈치도 없이 조국을 비판했던 여당 내 인사들은 벌써 정리된 상태로 알고 있다. 지금은 여권 내에서도 자식으로 보지 않지만 결국은 합칠 것이 뻔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이 당 인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끝까지 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김의겸은 문 대통령의 입이었고, 최강욱은 문 대통령의 칼이며 손혜원은 영부인과 친구사이고, 주진형은 20대 더불어 민주당 공약의 입안자다. 이쯤 되면 알만하지 않은가,

이번 총선에서 특징은 집권당인 여당과 진보단체들이 경쟁이나 하듯 야당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고소. 고발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힘 안들이고 의석 몇 개 얻기 위한 욕심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버리고 조국을 옹호했던 정의당만 졸지에 닭 쫒던 개 신세로 전락하며 세상에 웃음꺼리가 되었다. 정의당도 속았지만 국민들도 속았다.

예측은 금물이지만, 총선 결과는 도로 합쳐진 여당의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죽이기의 강도만 결정하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 여당이 승리하면 그 강도가 커질 테고, 제1당이 되면 더욱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설령 패배를 한다 해도 여당의 그 근성으로 보아 세(勢)를 총동원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 질 것이다.

그동안 선거 때문에 미뤄뒀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이재명. 김경수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 강 건너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총선이후 어려운 경제 사정은 뒷전으로 또다시 이념 없는 대립이 반복 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공정한 입장으로 있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도 여당의 눈치를 보며 편견의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반미 1인 시위’는 방관하면서도 ‘친미 1인 시위’는 제압하는 경찰. 온 나라가 정지되고,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 하며,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는데, 이상하리만치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조기 방역’에 실패하고도, 돈과 마스크를 풀어 다독이는 ‘감염주도 방역’이 먹혀 들어간 것 같다.

참으로 기가 찬 것은 ‘석고대죄’를 할 만큼 ‘실정’(失政)을 거듭한 집권당 내부에서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하며 제1당으로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하는 꼴을 보면 사(私)조직을 갖고 있는 여당으로선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한 때 열세로 몰리는 것 같더니 전(錢)의 위력이 분기(憤氣)를 누그려 트린 것 같다. ‘살고 죽는 문제’와 ‘먹고사는 문제’로 당장 다급한 사람은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러나 좋아만 할 수는 없다. 결국 세금으로 다시 토해내야 한다. ‘가불’하는 것으로 알면 된다. 아쉬운 것은 야당은 유권자가 현 정권의 무능과 위선을 심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야당의 희망사항 일뿐이다. 선거는 ‘과거’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선거를 치르려면 일주일이 남아있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 초를 치자는 게 아니다. 내가 찍은 표하나가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투표를 해야 현명한 지를 말하고 싶은 거다. ‘복지는 궁핍한 사람에게, 명예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정치권력은 도덕성을 갖고 범법자가 아닌 사람에게, 직책은 적임자로 인정받은 사람에게, 사치품은 지불 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신의 은총은 성실한 믿음의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내가 찍고 싶은 후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체불명의 후보들은 난립하고 정당도 무려 40여개나 되니,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이름을 알아도 대다수가 자격미달, 범법자들이 많다.

식당은 많은데, 가고 싶은 식당이 없지만 먹기 위해 식당을 선택하듯, 다수표에 의해 누군가는 될 것이다. 자칫 판단 부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사람을 선택 할 경우, 우리는 4년 동안 감염자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선거를 겨냥해,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보여준 작태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저희끼리 주판알을 튕기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민생 경제가 어찌되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위선과 거짓말이 판을 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를 막아낸 것은 희생적인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생뚱맞게 문 정권의 자화자찬으로 비웃음을 샀다. 정치 바이러스는 누가 막을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된다. 방법은 사전예방뿐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학연, 지연을 떠나 ‘정당’을 보고 찍어야 한다.

국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표’로 차단해야만 한다. 압승을 자신해서 일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총선이 시장ㆍ종교ㆍ언론 등 분야의 기존 패권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검찰에 대해서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완료된 상황에서 만에 하나 검찰이 정치적 시도를 한다면 헛꿈이며, 검찰이 설 땅을 없애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듯, 오직 ‘정적’만을 죽이기 위해 적폐청산을 부르짖든 문 정권이 또 얼마나 많은 정적을 제거 하려고 하는지. 이래도 국민들은 좌시만 하고 있을 것인가. 과연 내가 찍으려는 후보는, 정당은 그런 원칙에 부합되는 지, 꼼꼼히 다져봐야 한다.

문 정권이 못한 코로나 방역을 민간인, 의료인이 해냈듯, 썩은 정치권에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곡선을 유권자들인 국민이 끌어올리며 난국의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 결코 자유를 잃은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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