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겪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경제와 사회 전반이 멈춰버렸다. 거리두기로 교회 예배는 물론 학교와 각종 공연 행사가 취소되는 등 적막한 회색 빛 도시가 되어버렸다. 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멈춰서고, 수많은 일상과 일정들이 증발하거나 미뤄진 지금, 유일하게 정치가(街)는 아랑 곳 없이 활발하다.

사람 많은 곳은 가지도 말라던 정치인들이 단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선거의 연기나 최소한의 일정 변경에 대해 논의 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든다. 선거 연기라는 말을 먼저 꺼낸 다는 것은 어차피 먹혀들어 갈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풍만 불러오는데, 어느 정당, 정파에서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이 처해 있는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염려하기보다 “어차피 치를 선거, 그냥 눈 딱 감고 빨리 해치워버리자”는 심보다.

헌법 제196조1항엔 ‘천재. 지변. 기타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 할 수 없을 땐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 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처한 코로나 19 사태가 선거를 연기 할 정도로 힘든 천재. 지변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선거 연기나 일정조정이 있더라도 최소한 5월31일 이전에 차기 국회 임기를 시작 할 수만 있으면 헌정 질서 중단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선거에 대한 첫 번째 우려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 19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전파경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방역과 소득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평소 접촉할 일이 없는 고령자들이 모여 줄을 서서 기다리고, 연이어 밀폐된 투표소에 드나들면서 앞 사람이 사용했던 기표용구를 받아쓰는 과정은 어찌 보면 문 정권에서 주창하는 ‘거리두기’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후세의 역학 전문가들이 상세하게 평가 할 일이겠지만 문득 이란이 지난 2월 하순 치렀던 총선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경로였다는 후문에 찝찝한 기분이 든다. 앞서 언급했듯 정치계만 제철 만나 살판이 났다. 선거법이 바뀌면서 기존 기득 권 정당에 신생 정당인 비례 대표 정당들이 우후죽순 앞 다퉈 창당을 하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50c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은 많은데 정작 가고 싶은 식당이 없다’ 4.15 총선을 앞둔 유권자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먼저 여당, 촛불 정부를 자임하지만 촛불 정신은 이미 다 타버린 것 같다. 집권 여당은 맹목적인 극렬지지자들에 점령당했다. 그들에겐 영(領)이 서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견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타킷이 정해지면 맹렬하게 공격해 목줄을 끊어 놓는다. ‘이니 일’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정도로 강한 사조직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으면 어제의 동지도 곧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다.

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실책(失策)으로 비난을 많이 받는데도, 안타깝게 뺨을 맞는 건 늘 야당 몫이다. 더불어민주당 정말 싫은데, 미래통합당도 싫다고 했다. 내부분열로 단합도 안 되지만, 항상 한 발이 늦는다. 또한 호재에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큼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야당이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을 만든다. 지금 통합당이 영국처럼 그림자 내각을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 기대하기가 어렵다. 정의당이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며 애써 만든 연동형비례제는 더불어당이 변신하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정의당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배신’을 당했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연동형비례제는 대놓고 찢겼다. 권력에 눈이 먼 거대 양당엔 콧방귀에 지나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을 두고 온갖 비난을 쏟아 붓던 민주당이 극렬 당원들의 극성을 받아드리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사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서 놀랠 일도 아니다. 코로나 19의 방역의 차원보다. 열배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선거다. 이미 ‘실패한 선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절반 가까이 유권자들이 아직도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란 승리와 패배만 있고 성공과 실패는 의미 없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분명 성공과 실패는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 19로 인해 현저하게 낮은 투표율과 매우 강한 당파적 유권자들이 과대 대표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일 것으로 예상 된다.

기존 양당제가 포괄하지 못하는 중도 층의 다양한 시각과 요구가 활발하게 분출되었던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이번 선거는 양당 독제체제를 공고화하는 방향으로 진행 될 것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뻔하다. 비교섭단체들로 구성한 4+1협의체가 제1야당을 제 끼고 군소정당을 보호하는 선거제도를 새롭게 만들아 놓고는 민주당이 이를 역주행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정의당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며 짓는 다’는 말처럼 할 말을 잃었지만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선거 일정에는 아무 불만도 없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신성한 과정이 투표 당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본령이 유권자와 정당. 후보 사이의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캠페인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선거는 실패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후보자들이 유세는커녕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유권자들과 악수도 못하고 유세도 못하는 캠페인. 정당의 이름도 모르고, 기호도 난이해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파란색이나, 분홍색이냐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번 선거가 성공된 선거라고 자부 할 수 있겠는가.

참정권에서도 문제가 많다. 해외교민 콜로나 19로 인해 17만 명의 교포 중 9만 여명의 교포(재외유권자)가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확진 자, 자가 격리자 등이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 점은 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특히 처음으로 참정권을 획득한, 아직 개학도 하지 않은 18세 고교생들은 잊혀진지 오래다. 허기 사 총선을 무작정 미루기도 어중 찮다. 또 5월이 된다고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확진자 격리자를 위한 거소 투표나 한동안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던 우편 부재자 투표 등을 다시 부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누군지도 모르는 후보와 정당에 기표를 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실패라 할 수 있다. 안 나와도 좋다는 말도 들린다.

코로나 바이러스 19는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4년 임기의 21대 총선은 그 흔적이 남는다. 20대 국회는 자타공인의 ‘최악의 동물국회’였다. 법안처리율(34.9%)도, 역대 최저였지만, 대부분이 ‘아’를 ‘어’로 바꾸는 공해에 가까운 법안들이다. 토론이 필요했던 많은 의제들이 제멋대로 ‘비 쟁점 법안’으로 분류되어 우리 삶을 마구 헤집어놓았다. 사상 최다의 고소, 고발 건수가 엄청나게 많다. 집권 여당은 여차하면 고소. 고발을 식은 죽 먹듯 했다. 모두가 국회가 나쁜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21대 국회는 더 나쁜 사람들로 가득 찰 것 같다는 것이다. 국민은 누구를 왜 공천해야 했는지 알지도 묻지도 못한 채 투표에 참여해야만 한다. 정당이나 후보가 추구하고자하는 시대정신이나 공약이나 정책을 따져 묻는 것 또한 사치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여당은 ‘5.18사태와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지적하는 야당을 문제 삼아 여론몰이를 하며 표심을 모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천안 함 피폭도 북한소행이 아니라고 밝혀야 할 것이다.

심판은 국민인 유권자가 할 것이다. 5.18과 4.15를 선거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가 후보자 등록을 맞춘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여기 왜 그런 사람이름이 있나’ 싶을 정도의 이름들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유명하다고 그 아들이 유명하다는 법도 없다. 무조건 젊은이들을 겨냥하다보니 알맹이 없는 젊은이들도 많다. 특히 기소돼 재판을 앞 둔 후보들이 즐비하고 또 전과자들도 무수하게 많다. 부동산 투기와 음주운전, 이력이나 막말, 거짓말 논란 등은 평범한 스펙이다. 평소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도 없는 시민운동가. 그 정당과 왜 연관이 되었는지 모를 방송인, 누구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는지 검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법조인 등 여야가 ‘코로나 19’라는 우산 밑에 분탕질을 하는 결과다.

4+1협의체로 이뤄진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대국민 사기극’ 의 흥행을 위한 포지티브 경쟁에 몰두한 결과 여야는 이제 서로 욕할 처지가 못 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탓 할 수 없는’ 그 침묵 사이로 더 나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국민에게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총선을 앞두고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여야 가리지 않고 꼼수에 꼼수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자화자찬으로 국민을 기만하며, 속을 긁어 놓고 있다. 세계만방에 그나마 한국이 방역의 모범국가로 된 것은 국민의 높은 의식수준은 물론 헌신적인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공무원들이 있어서다. 이제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지혜를 발휘하고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꼼수에 막장, 혼탁하기 그지없다고 투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나쁜 정치인을 심판 할 수 있는 힘은 유권자에게 있다. 반드시 투표를 하면서 소중한 내 한 표로 정치권을 각성시켜야 한다.

현명하기도 하지만 무서운 게 민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꼼수에 꼼수를 양산해 이번 총선의 수준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누더기 선거법과 공수처 신설은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폐기해야 한다.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등 한국 정치의 부끄러움을 드러낸 불상사가 다시는 대한민국의 선거에서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리고 오는 4월15일 총선 때 어느 정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 위기는 이미 들이닥쳤다. 엄청나게 어려워질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해 놓은 자유 대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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