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응급실 폐쇄…"중증질환 진료 균형 무너진다" 우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라 환자 발생을 줄이는 '봉쇄'에서 전파력 억제를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는 '완화'로 대응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응급실 폐쇄가 잇따르면서 중증질환 진료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일선 의료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1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와 공동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오늘 교회에서 10명, 병원에서 1명 등 11명의 감염전파가 확인됐다"며 "교회는 다중시설로 지정이 안돼있어 이번 기회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사회 확산에 따라 완화 전략으로 전환할 단계"라며 "경증환자는 자가격리, 중증환자는 병원격리하고 보육시설이나 학교는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으로 학교운영이 어려운 경우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의 경우 근무시간 유연제 또는 한시적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대규모 행사는 취소하거나 연기,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기 위원장은 "교통이동 통제는 치명률이 높은 심각한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으나 현재는 고려치 않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으로는 가능한한 확산을 줄이면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도 이 같은 의견에 상당수가 공감을 표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은 "이제는 봉쇄전략과 완화전략을 겸비한 2차 방역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격리와 진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방역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행해 온 진단 및 격리기준, 입·퇴원 기준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자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장은 "분리된 공간에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동네의원들이 환자를 보낼 경우 진료거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외래환자와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호흡기 안심클리닉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을 자원받아 호흡기 환자는 그쪽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는 실질적인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29개 병원들은 3차 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등 역할분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형식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자문위원은 "10명의 환자가 생기면 다 살릴 수 있지만 1000명의 환자가 생기면 다 못살릴 수 있다"며 "전파력이 문제다. 정부, 의료진, 국민이 모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는 노출감소 대응전략을 권고했다. 의사, 약사 등 노출 고위험 직업군과 편의점, 학교, 호텔, 유람선 등 고위험 지역을 분류해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일반 국민은 개인위생이 가장 중요하고, 합병증 위험이 높은 60대 이상 고령자나 신부전 환자 등 고위험군은 되도록 집안에 있는 것이 좋다"며 "전파력 최소화를 위해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조건적 응급실 폐쇄 고민해봐야

이날 토론 중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방문한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 개금백병원의 응급실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전 서울 한양대병원 응급실 폐쇄와 대구에서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대학병원 3곳의 응급실 폐쇄에 이은 소식이어서 진료공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왕준 단장은 "이러다가 부산에 있는 3차 병원 응급실 전부가 폐쇄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의료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순 인제대 일산백병원장은 "의심환자 1명이라도 발생하면 의료진 등은 14일간 격리되고 응급실은 폐쇄된다"며 "무조건적인 응급실 폐쇄는 중증질환자 등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대적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의료진 격리와 병원 폐쇄는 코로나19 피해보다 더 큰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의료현장의 현실을 인식하고 다른 피해를 고려해 정부와 의료계, 병원계가 컨센서스를 통해 지침을 완화해서 새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도 "응급실 폐쇄를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의심환자가 왔다고 바로 폐쇄할 것이 아니라 환자를 격리하고 검사가 나올 때까지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진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부 병원에서 단순히 의심환자가 다녀갔다는 사실만으로 폐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허 이사장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그때 폐쇄를 단행하고 소독 조치와 함께 가능하면 빨리 진료에 복귀해야 한다"며 "중증질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제 격리공간 확보와 지원보상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제 격리공간 확보의 중요성과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보상 문제도 언급됐다.허탁 이사장은 "지금은 선제 격리공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할 시점"이라며 "또 선별진료소와 환자 대기공간, 실제 입원공간 등 별도의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도 주제발표를 통해 "전수조사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폐렴환자 선제 격리"라며 "입원이 필요한 폐렴환자는 선제 격리 후 확진검사를 시행하고 결과에 따라서 격리 해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제 격리를 위해서는 1인실을 비워두거나 다인실을 비워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병원 운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을 비롯해 코로나19를 감별해야 하는 환자를 기존 외래 진료공간과 분리된 공간에서 진료해야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간 특성상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지적이다.

엄 정책이사는 "병원은 비워진 병상으로 인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인력이나 시설, 장비에 대한 지원보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진단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체 채취 기관을 현재 407개에서 440개까지 확보했다. 안전한 환경에서 검체 채취가 가능해야 하고, 채취자의 개인보호구 수준도 재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 정책이사는 "공간배분 등을 생각하면 검체 채취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대체인력이 없어 의원급은 참여가 힘들다"며 "차라리 검체 채취를 위한 이동팀을 구성해서 자택 방문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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