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지지율이 80%대로 치솟는 등 많은 국민들의 축복 속에 출범을 했다. 기대도 많이 했다. 국민은 결코 우매하거나 바보는 아니었다. 편 가르고, 혼란을 부추기면서, 그 와중에 책임은 교묘히 회피하며, 둘러대기와 거짓이 난무하는 문 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진절머리를 낸다.

이제야 문 정권의 본성이 드러나면서 그 위선에 혀를 내둘렀다. ‘공정과 평등’을 내새웠지만, 언제나 말 뿐이었다. 뒤로는 분열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이 독(毒)이 됐다. 모든 사안을 내편과 네 편,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이분법으로 재단했다. 적폐청산이란 구호아래 3년 넘게 반대 진영을 잔인할 정도로 몰아붙였다. 마치 노대통령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처단했다. 그 분열의 핵심 멤버들이 현 정부의 곳곳에 포진되어있다. 분열과 증오를 부추겨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자기 세력을 극대화 하는 데 익숙한 이들이다.

어제의 동료라도 노선이 다르면 가혹하게 주홍 글씨 낙인을 찍으면서 살아남은 그들이 아닌가. 그러면서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고 장엄하게 노래하던 그들이었다. 이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세상은 바뀌었지만 편 가르기는 시대착오적 운동권 DNA가 되고 말았다. 문정권이 이어서 그 수법을 또 쓰고 있다. 지난 해 조국 사태 때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졌다.

마치 내전을 방불케 했을 만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진보 진영의 보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현 정권은 집권이후 손에 피를 너무 많이 묻혔다. 이해찬이 말했듯이 보수를 궤멸시키겠다는 각오로 무소불위의 권력에 칼날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오죽 하면 지난 16년 말 촛불 집회에 참여 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까. 현 정권도 이런 살벌해진 민심의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그들이 살아남는 길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4월 총선과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지키는 것이다. 세 결집을 위해 국민을 극렬하게 편 가르고, 서로 증오하도록 만들면서 이념의 정글, 정치의 과잉 상태로 몰아갈 게 틀림없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검찰 수사가 조여 올수록,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더욱 더 몸부림을 칠 것이다.

현 정부 실세들이 2006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썼던 방법 그대로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부추기는 친문 세력은 적폐청산에서 검찰 개혁, 소득주도 성장에서, 탈 원전, 전방부대 철수, 방호벽 철폐도, 탈북중탈미일(親北中脫美日)적 대외정책까지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정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한다.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나 이견마저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세력이고, ‘문프(프레지던트 문재인)’를 사수하는 문재인 결사 옹위 세력이다. 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편 가르기와 제 식구 감싸기는 도를 더해가고 있다.

정권에 부담을 주는 수사를 담당한 검찰 간부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2차에 걸쳐 학살을 자행했다. 일거에 다 쳐낸 데서 보듯이 안면몰수와 후안무치가 지난 박 정권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남을 탓하면서 닮는 ‘내로남불’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호재에도 불구, 반문 진영은 허구한 날 문재인 정권 타도만 외칠 뿐, 뭐하나 획기적인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거리의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찾아먹지도 못하고 오히려 역으로 비난을 뒤집어쓴다. 친문도, 반문도 싫은 사람들의 표심은 갈 곳을 몰라 허공을 떠돌고 있다.

검찰이 온갖 비난을 무릎 쓰고 피나는 수사를 통해 전 정권은 물론 현 정권 고위인사들까지 성역 없이 줄줄이 기소했지만, ‘내 잘못이오.’라고 자인하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관행이었고,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변명을 한다. 인사 불이익과 감찰 중단 지시가 재량 또는 적법조치였다거나, 남용 할 직권이 없었다는 ‘변소’도 제기됐다. 웃을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자의 불법’이라고 규정한 권력기관의 정치. 선거 개입.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피의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맞추고 쉽게 자백을 하지 않는다.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물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하명수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13명도 예외는 아니다. 든든한 빽이 있어서인가. 모두 한 결 같이 부인 일색이다. 송철호라는 대통령 측근을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장관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공정한 경쟁과 정의를 해치는 큰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엔 이런 일이 통치행위의 외양을 띠어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처벌 역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종범죄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적반하장 피의자들이 한 술 더 뜬다. 급기야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은 “윤석열 총장과 부하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획한 수사”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어디서 누구 때문에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누가 들어도 아귀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궤변으로 들린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연루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도 두 달 전 까지 비서실 운용을 책임졌던 임 전 실장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수 발탁해 살아있는 권력도 어김없이 칼날을 휘두르라고 엄명을 내린 윤 총장이 취임한지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뭔 정치적 목적이 생겼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뻔뻔함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원래 보수 성향이었는데,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고 야당 편을 든다는 건지 도대체 근거도 없고,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라는 데 정치의 틀에 가두려는 모순의 전략, 적반하장의 전술로 이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족 비리 관련 조국 전 장관 기소 전도 그렇다. 청와대는 저인망식 수사하더니 별것 없다고, 심지어는 변호인단은 ‘인디언 기우제’라고 폄하했을 정도다. 법원에서 조국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조폐공사(가칭 조국 폐족)’ 사람들이 “우리가 이겼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의 죄가 없다고, 피의자가 이겼다고, 인권유린이라고, 전국 학부모의 가슴을 후벼 판 자녀 입시 비리 하나만으로도 중 죄인이다. 박근혜 전 정부의 몰락의 시작도 최순실 모녀 이화여대 입시 비리였음을 잊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무리한 별건 수사였다고,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일반인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범죄에 대한 집단 감각이 무뎌진 계기는 따로 있다. 문 대통령이 사전에 묻지도, 따지지도, 획인도 않고, 분노에 앞서 성큼하게 감찰 수사를 지시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검찰 돈 봉투 만찬’ ‘김학의 성접대 재수사’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등이 모두 무혐의나 무죄로 끝났다. 조국 사태는 분수령이 되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 등이 나서 ‘조국 살리기’를 하면서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민심이 양분화 되면서 범죄의 색깔이 탈색되어버렸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의 문제로 변질되었다.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오직 한사람만을 보고 충성을 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과 갈등을 보이면서 검찰의 중립적 검찰권행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청와대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검찰 발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하는 대목이다. 독선과 오만에 찬 정치권력이 절대 권력으로 변 할 경우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성윤 서울 중앙 지검장과의 주례회동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나의 소망은 송 시장의 당선”이라는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충성 경쟁을 하는 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조국 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살아있는 권력)도 철저히 수사를 해서 국민들에게 의혹이 없도록, 자진해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다.

추미애 장관 역시 검찰 수사에 간섭하는 듯한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서울 대가 어렵사리 교수직 직위해제를 결정한 조국 가족사건을 겪으면서 이 정부의 ‘내로남불’은 충분히 숙지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사무실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의미처럼 스스로를 대할 때 법과 원칙에 따라 더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공정과 정의일 것이다. 지금 세간에 떠도는 유행가가 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이게 민심이다. 항아리 속에 있는 먹이 감에 욕심을 부려 손을 펴지 못하고 사람에게 잡아 먹히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는 말아라.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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