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을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게 너무 많다. 그 중, 조국 일가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여권, 대통령까지 왜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감싸고도는 것인지 오히려 의구심마저 들 때가 많다. 더군다나 조국의 신분이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조국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게 참 볼썽사납다. 지난 정부를 보아도 김영삼.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식과 형제가 구속이 되었어도 국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검찰에 대해 압력을 가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청와대역시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체언급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수사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냥 두지는 않겠다.” 여권에서 나온 검찰에 대한 비난이다. “문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조국 가족을 살려야 한다. 검찰이 나쁘다. 어떻게 그렇게 한 가정을 탈탈 털 수가 있는가. 검찰은 그렇게 깨끗한가.” “검찰 개혁하라.”여권은 설 연휴 지방의 민심이라고 검찰을 겁박하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와 민심과는 너무도 다른 말이다. 오히려 설 민심은 문재인. 조국. 추미애 가증스럽고 나쁜 자들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고립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최근 청와대 압수수색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최강욱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기소 하는 등 권력을 상대로 한 거침없는 수사 행보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지 수사 권력 남용 운운하면서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들의 비난에는 섬뜩한 살기(殺氣)를 느낄 수 있다.

수사권 조정 등의 개혁을 무산시키려고, 군소야당(4+1협의체)과 한 통속이 되어 강공(强攻)으로 나오고 있다. 배신감도 가득하다. 내 편인 줄 알고, 열열이 환영했던 “우리 총장님”이 어떻게 우리에게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느냐는 거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공정의 칼날을 휘두르라’던 문 대통령도 이렇게 지시를 잘 따르며 자신에게 칼을 겨눌 줄은 몰랐다고, 뒤늦게 후회를 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권력 주변 실세의 비리를 때때로 단죄하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전면적으로 칼을 겨눈 적은 없었다. 조국 가족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갈수록 또 다른 의혹이 자꾸 불거지고, 마침내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권력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번지면서 국론이 양분화 되고, 국민들이 둘로 갈라졌다. 문 대통령이 ‘조국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해서일까. 조국 아들이 연루된 인턴 활동 서를 허위로 발급한 사건과 관련, 최강욱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을 검찰이 불구속기소하자 법무부가 ‘날치기 기소’ 라고 질타하며 고강도 감찰을 검토하겠다면서 최강욱을 비호하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 실시된 검찰 인사에 이어 감찰 예고까지 나옴에 따라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인사가 끝나면서 검찰 내부에는 확실하게 피아(彼我)의 구분이 생기면서 결속력이 다져졌다. 앞날을 예측 할 수는 없지만 감찰에 착수하더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남길 뿐 승산은 없다. 양쪽 모두 다 검찰청법과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청법 제 21조가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 고 되어있는 만큼 소속 검사는 지검장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청법 제12조를 보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 불구속기소가 차장검사 전결 사안으로 수사팀의 최 비서관 기소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또한 검찰 내부의 1차 감찰권이 검찰에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직접 감찰은 무리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굳이 기소과정을 감찰하겠다면 이송윤 지검장의 사무보고 문제에 대해서도 감찰을 해야 한다.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 기소의 경과를 추 장관에게 직접 사무보고하면서 윤 총장을 건너뛰었다는 논란이 제기 된 바 있다. 이 지검장은 ‘총장이 대부분의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무규정에 따라 우선 법무부장관에게 보고 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정작 이 같은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던 김영태 서울 고검장에게도 추 장관보다 하루 늦게 사무보고를 했다. 더구나 총장의 수차 지시에도 불응 한 채 수사팀의 재가 요청을 뭉개고 있었던 이 지검장이 “총장은 사실관계를 알고 있었다.” 고 변명을 할 처지인가.

오죽하면 검찰 내에서도 “윤 총장과 이지검장 중 어느 한쪽이 직권을 남용하고 검찰청법을 위반했는지 특검으로 규명하자”는 볼멘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더 충격적인 것은 최 비서관의 항변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직권남용으로 윤 총장과 수사진을 고발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쿠데타’ ‘과거 하나회에 비견 될 만한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 작태’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직권남용’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반박문이다.

선혈이 낭자한 그 글을 보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평정심을 잃고, 오만방자함에 깊이 빠진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비서관도 자신의 무고함과 억울함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공직자의 대응에는 정도(程道)가 있는 법. 사생결단으로 싸우려면 청와대에서 나와서 싸워야한다. 그런 사람이 인사검증을 할 때 자기 감정을 배제하고 했다고 누가 믿겠는 가.

청와대에 오기 전 변호사 시절 사건(인턴확인서 허위발급)인데 윤도환 국민 소통수석이 대리 해명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우린 한 식구’라는 집단정서에서 시작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밑에는 ‘함께 고생했는데’ 라는 온정주의가 도사리고 있다.‘울산 시장선거’ 의혹 역시 청와대가 원칙보다 정서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엊그제 문 대통령은 “자신이 큰 빚을 진 조국을 이제는 놓아 주자”고 했다. 지금 조국을 놓아주지 않는 건 대통령과 청와대다. 조국 사태의 파토스(감정)가 대통령 비서실을 지배하고 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특정인들의 ‘우린 하나’라는 정서에 갇히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난 정부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결국 승자독식의 권력 구조 탓이다.

한 표라도 더 얻은 쪽이 모든 걸 다 소유한다는 헌법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집권세력은 이익 집단, 혈전(血戰)집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은 이번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인사를 통해 묵시적으로 ‘살아있는 권력수사는 엄두도 내지 말고 특히 조국 수사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일하는 추 장관이 감찰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해서든 검찰 조직을 장악해 조국 관련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최 비서관 기소에 대한 보복차원을 넘어 감찰카드로 윤 총장을 제거하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이 무엇이든 감찰을 통한 검찰 장악 계획은 거센 역풍에 부닥치고, 검찰 개혁의 남은 명분마저 망가뜨릴 것뿐만 아니라 정권이 붕괴될 소지도 있다. 청와대. 법무부, 여권과 검찰청의 갈등으로 조국 관련 수사가 수사진들이 바뀌고 부서가 없어지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4월에 있을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관련수사 기록은 검찰의 캐비닛에 잠시 보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재수사나 특검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또한 그 기록서엔 수사 상황을 빽빽이 기록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직무유기 논란에도 대배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개입흔적도 수사를 해야 한다. 조국비리와 울산 선거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김경수 사건은 현 정권의 발목을 끝까지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인사 학살이 민심의 파도까지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친문 세력들만 국민으로 본다. 헌법상 평등은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직무유기 할 경우 법치국가의 이념과 직업 공무원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이 훼손 될 수 있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헤일 수조차 없는 많은 실정(失政)으로 온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남겨 잊어질 수 없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국민들에게서 잊혀 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심판이 두려운가보다. 그런 바람이 현실화 되려면, 자신의 결단이 절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조국과 관련된 사건은 국민들에게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를 하라고 검찰에 지시를 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라는 나라가 이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나라를 말하는 것인가. 희망을 잃은 국민은 슬프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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