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각축전 벌여, 한의계 “연구시도 자체로 의의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결과’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공식적인 토론 자리를 갖고 격돌을 벌였다.

의료계 측은 한방 난임치료가 과학적 검증에 의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한방난임연구 또한 객관적 근거 수준이 낮고 여과되지 않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의 지원사업은 중단돼야 하며 동물실험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연구 결과는 원인불명의 원인불면의 난임환자에서 한의약 난임치료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연구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의계는 원인불명 난임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경우는 최초라면 연구시도 자체에 의의를 부여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최근 논란이 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결과’에 대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난임치료 전문가 들이 참석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좌)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 (우)최영식 연세대 의대 교수.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결과' 근거는?

먼저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가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에 대해 발제했다.

당시 김동일 교수는 만 20세~44세 여성 중 난임전문 치료기관(의과)에서 원인불면 난임으로 진단 받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인공 체외수정 등 의과 치료 이력이 있는 여성 74명 중 12%인 9명이 임신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과·한의과 치료 이력이 없는 여성 15명 중 26.7%인 4명이 임신이 확진된  것으로 나타나 한의약 난임치료가 일차의료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 김동일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해당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비대조군, 비맹검 임상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식 연세대 의대 교수가 ‘연구결과에 대한 과학적 비평’ 주제로 발제하며 “발표된 연구는 전향적으로 모집된 연구의 근거 수준을 높이지 았았으며, 적합한 대조군이 없는 증례연구의 하나로 현대의학적 관점으로 검증될 수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 교수는 “2016년 난임 부부 지원 사업에서 보고된 임신율은 한 주기당 임신율이고 연구 보고서의 임신율은 7주기 동안 관찰된 누적 임신율로 실제 한주기당 임신율은 2.06%에 불과한다”면서 “2017년 경기도 한방난임사업 결과가 보고서의 주기당 임신율 2.6%와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 한방난임치료가 체외수정보다는 떨어지나 인공수정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신율의 비교 시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임신율은 난임부부지원사업에서 보고된 한 주기당 임신율을 인용하면서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은 7주기 동안의 임신율을 사용해 비교하고 있는 치명적인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모집군 역시 현대과학적 기준인 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되지않은 전향적으로 환자를 모집했을 분 전향적 case series 연구로 근거 수준이 매우 낮아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한방 치료로 임신한 13명의 환자들 중 5명(38.5%)이 유산을 경험했고 1명(7.7%)은 자궁외 임신이었다고 보고했는데 임신한 환자수가 13명으로 적었다는 것을 감안할 지라도 유산율, 자궁외임신 위험성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면서 “임신을 시도하는 난임환자들에게 유산율, 자궁외 임신의 증가는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양 측은 같은 의견을 재차 공유됐다.

류상우 차의과대학 교수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효용성, 경제성, 안전성 측면에서 모두 떨어진다고 본다”면서 “연구기간인 7개월 동안 임신을 시도한 기간은 4번의 자연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이고, 인공수정은 2~3번 시도할 수 있는 기한으로 효용성 측면에서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공수정도 50만원이 채 들지 않아 경제성도 떨어지며 안전성은 유산율이 16%이다. 한의연구의 유산율은 38%가 나온 것은 한의치료를 권할지 의문을 들게한다”면서 “4년동안 6억원이 넘게 들어간 연구이다. 연구비에 비해 연구결과가 너무 미약하다”고 비난했다.

이중엽 함춘여성병원장은 “연구를 진행할 때 동일한 비교대상을 설정하고 비교를 해야 한다”면서 “의료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를 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산부인과는 약물투여를 조심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쉽게 생각한다. 안쓰는 것이 원칙이고 쓰더라도 최소로 써야 한다. 진행되고 있는 지원사업은 중단돼야한다. 동물실험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무열 중앙대 의대 교수도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의계 입장을 대변한 이진무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이 연구가 한방에서 난임에 관련된 최초의 연구이다.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잘 디자인된 연구를 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이다. 양방은 병증으로 진단을 하게되지만 한방은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 한방의 시도된 연구에 추가된 연구를 많이 해야 된다.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조준영 꽃마을한방병원 원장도 “연구가 원인불명 난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연임신율과 비교하는 것은 연구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표준편차가 크게 된다. 이번 연구는 여성나이가 높고, 시도기간이 3년이상으로 난임 기간이 길고 2회이상 실패한 사람이다. 매달 임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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