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엄중한 시국에 검찰과 경찰의 반복되는 힘겨루기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검경의 대립이 조직 이기주의 및 정치적 셈법과 연결돼 있다는 측면은 가득이나 경제적으로 시달리는 국민을 더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옥상 옥’의 절대 권력인 청와대의 힘. 의혹이 날로 증폭되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갖가지 변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또 일을 벌였다. 당 대표를 지내고,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아홉 기수 위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의원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 한 것이다. 추 후보는 일명 본인 이름과 잔다르크를 딴 ‘추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골 당대표 전력을 갖고 있는 판사 출신이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청와대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사들의 비위를 감찰하고 ‘피의 사실 공표’ 문제를 위법(違法)으로 엮어 수사를 견제 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검찰내부에서는 ‘임기가 보장 된 윤 총장은 어쩔 수 없이 건드릴 수는 없겠지만, 대검찰청과 서울 중앙지검 등 핵심 수사 라인을 바꿔버리면 사실 상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며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 되면 ‘산 권력’을 겨눴다가는 ‘인사’ 로 쓴 맛을 볼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란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는 지난 7월말 검찰 간부급 인사 당시 대전. 대구. 광주고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간부직 6자리를 비워놓았다. 고검장 급 인사가 되면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가 줄줄이 자리가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추 후보자가 이런 외관을 빌려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 라인을 대폭 물갈이 할지도 모른다며 검찰청이 술렁이고 있다. 그래서 조국에 이어 추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면 법무부 검찰 개혁에도 힘이 더욱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달 가까이 장관 자리가 비어있던 법무부는 검찰과는 달리 ‘힘 센 장관’ 이 될 추 후보자의 지명이 개혁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기는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빙자, 현재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사부서 전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참으로 우려되는 것은 ‘법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 운운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검찰 개혁에 앞서 정치 개혁을 먼저 원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무리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지만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추 후보자가 야당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지난 해 6.13 지방선거 전 과정을 지휘했던 민주당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 선거에서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캠프가 제보하고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야당 후보가 낙선한 바 있다. 영락없이 ‘민주당’ 과 ‘청와대’ 그리고 ‘경찰’이 부정 선거를 공모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하고 있다. 검찰은 이승만 시대의 3.15부정선거(자유당+내무부+경찰 공모)에 버금가는 관권 선거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아무리 수사에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해도, 하두 국민을 속인 문 정권의 장관을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군들 그 순수성에 의문을 살 수 밖에 없다. 전임 조국 장관처럼 추 후보자도 누구든지 이해충돌이 발생 할 수 있는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정신에 배치되는 상황에 빠져 있다. 만약 추 후보자가 백원우. 유재수 수사 검사 인사 조치를 할 경우 법적 문제에 직면 할 수 있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 로 규정되어 있다. 판사 출신이니 이 또한 잘 알 것이다. 이런 일말의 행태에 대해서는 최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책임을 지어야 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소상히 사실을 밝히며,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어야 한다. 국무위원 인사도 그랬지만 법무장관 인선에서 청와대와의 연속되는 헛발질은 안타까운 일이려니와 앞뒤가 안 맞는 해명 등으로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러 면에서 문 정권의 행태는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秋美哀歌靜晨竝(추미애가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아무래도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개발소발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애비애미죽일연)“가을날 곱고 슬픈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퍼지니, 아름다운 안개가 홀연히 와 가까이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둘 다 그러하여. 사랑은 슬프고 애잔하며 아름다움이 하나인 듯하네.”

위의 시(詩)는 김삿갓 김병연의 ‘秋美哀歌靜晨竝(추미애가정신병)’란 자작 ‘시’다. 한글을 가리고 한문 글자만 읽으면 정말 신통하다, 어쩜 여자를 품위 있게 욕하는 이런 방법이 다 있을까? 세월을 미리 내다본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시’가 현실에서 우연일까? 필연일까? ‘구관(舊官)이 전부 명관(名官)이 되는 것은 아니다.’
 
13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1월 뇌물. 사기. 배임 혐의로 법정에 기소됐다. 네타나후 총리는 집권자들이 늘 그래 왔듯 “검찰의 쿠테타 시도”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아비하이 만델블리트의 답변이 의미심장하다. “세 가지 사건에 대한 혐의로 ㅊ총리를 기소한 결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와 법에 따라 취해진 것일 뿐이다. 따라서 총리 기소는 법에 따른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법치로 운영되는 문명국가에선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대통령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하는데 있어, 청와대나 여권. 심지어는 대통령이 강압하는 것은 스스로 법을 무너트리는 처사다.
 
법에 따른 검사의 임무 수행을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니 뭐니 하는 궤변이나 요설로 흐리지 말고, 국민을 선동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선 추 후보자의 임명이 내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과거 전적을 감안한다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에 적합 할 지는 의문이다.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야권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지만, 민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정의당은 부정적인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 행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력이라는 게 흥청망청 쓰다가 감방 가는 수가 있다. 과거 집권자들의 ‘말로’(末路)를 겪은 우리가 아니었던가. 청와대와 여당은 청개구리 같다. ‘올챙이’ 쩍 생각을 못하는, 섣부른 조직 이기주의나 정치적 해석으로 실체적 진실을 호도 할 경우 문 정권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구멍의 물이 거대한 뚝을 무너트린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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