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치료전략 대비 효과 우월…임상적 근거 마련 의미"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인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과 메트포르민 조합의 '조기병용요법'이 제2형 초기 당뇨병 치료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후 병용 치료하는 단계적 치료전략 대비 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게재돼 주목받은 노바티스의 'VERIFY' 연구는 조기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는 27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클래스에서 "당뇨병은 계속 진행되는 병이기 때문에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혈당 조절에 있어 중요한 베타세포의 소실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베타세포는 당뇨병 진단 시점에서 보통 50~75%가 소실된 상태로 나타나는데, 초기라고 하더라도 남아 있는 기능은 25~5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베타세포 기능의 감소를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해서는 초기 집중치료가 중요하다"며 "일찍 병용치료를 하게 되면 기전적 문제나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예방적 관점에서 좋다"고 강조했다.

VERIFY 연구는 당뇨 초기, 당화혈색소(HbA1c) 7% 미만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간 지속성을 평가한 최초의 임상이다. 전 세계 34개국 254개의 기관에서 2001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참여했다. 평균 유병기간은 3.3개월이었으며, HbA1c는 6.7%로 당뇨 진단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브스와 메트포르민 조기병용요법은 5년 후 치료실패를 겪게 될 비율을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에 비해 49% 감소시켰다. 또 목표혈당 유지기간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대비 평균 2.2년 길었다.

박 교수는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를 시작했던 환자라도 가브스 병용요법으로 빨리 변경할수록 2차 치료실패 비율을 26%로 감소시켰다"며 "목표혈당 HbA1c 7% 미만으로 조절되는 환자 비율도 단독요법보다 더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병용치료 전략은 초기와 2차 치료실패 시점까지의 상대적 위험을 크게 낮추는 등 우월한 혜택을 보여준 반면 추가적인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음을 입증했다"며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다만, 초기진단 환자들의 약 복용에 대한 저항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특성상 평생 복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최대한 약 복용 시기를 늦추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박철영 교수는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초기진단 환자 10명 중 7명은 약 복용을 거부할 것"이라며 "그러나 저항감이 많았던 것은 실제 혜택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