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산부인과의사회 다른 목소리…주요 현안 정책결정 걸림돌 작용

낮은 수가, 저출산으로 인한 폐업률 증가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산부인과 의료환경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분열이 주요 현안 정책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부인과 초음파 검사 급여화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산의회) 기자간담회에서는 부인과 초음파 급여화에 대해 여성비하 정책이냐며 강경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동석 회장은 "지난 주말 구산의회 임원 한명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부인과 초음파 관행수가를 정상수가로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 정상수가였으면 산부인과가 이렇게 힘들었겠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기철 수석부회장은 "12월 1일부터 부인과 초음파가 급여화되면 (산부인과)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며 "솔직히 관행수가보다는 (급여수가가)좋다"고 말해 긍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직)산의회는 정부를 대변하는 발언이라는 비판과 함께 향후 수가 세분화를 강력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개원보다 폐업이 많은 현재 산부인과의 몰락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수가체계 때문"이라며 "초음파 수가가 관행수가보다 높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난이도나 위험도가 반영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환자 편의를 위해 돈을 주는 거니까 어떤 형식과 요구사항 없이는 돈을 줄 수 없다는 발언은 놀랍기만 하다"며 "의사의 진료 고유권한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동료의사를 불신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향후 규제가 만들어지면 결국 의사회원들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 측 마인드로 수긍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이다.

"초음파 수가, 남성-여성생식기 차별"

특히 초음파 수가를 남성생식기와 여성생식기로 비교할 경우 명백한 차별이 발생해 수가 세분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산의회가 제공한 남성생식기와 여성생식기 진단초음파 수가 비교표를 보면 비뇨기과는 경직장·경복부, 음경, 음낭 등 3가지에 총 23만 7519원의 수가가 책정된 반면, 산부인과는 일반, 자궁체부 및 경부, 내막, 난소, 난관, 쿨데색 등 5가지에 총 8만 3130원 수가가 책정됐다.

곽미영 부회장은 "비약하자면 여성을 비하하는 정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남성 직장항문 1개 보는데 10만원인데 산부인과는 5가지 다보는데 8만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초음파 방법에서 복부, 항문, 질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테크닉이나 난이도가 다르다"며 "미성년자나 아기들은 항문으로 봐야하고, 회음부는 난이도가 높은데도 모두 뭉뚱그렸다. 왜 산부인과만 차별이 있는지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협상에 나서는 정부의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동석 회장은 "지난 10일 초음파 급여화 첫 회의가 열렸지만 복지부는 8만 3000원 수가도 7만원대로 깎겠다고 제안해왔다"며 "여성비하 발언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내과가 청진기를 대변한다면 산부인과는 초음파가 모든 진료의 기본"이라면서 "진찰료 30% 인상 보다는 초음파 수가 하나가 산부인과 생존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진찰료 30% 인상 해봐야 부익부 현상에 따라 환자를 많이 보는 곳만 좋지만, 환자 수가 적은 산부인과로서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직)산의회는 다음 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만나 세분화를 요구하기로 했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를 배려하겠다고 하더니 저수가로 덤핑을 유도하려는 복지부의 협상태도가 불쾌하다"며 "복지부도 합의가 돼야 수가를 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올해말까지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산부인과 현실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요 현안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대통합의 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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