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左)을 돌아보고, 오른쪽(右)을 곁눈 질 한다는 ‘좌고우면’ 은 중국 위나라에서 유래된 말이다. 당대 문인으로 평가받는 조조의 아들 조식이 공을 세운 장군(오질)을 찬양하며 쓴 편지에 나오는 대목이다. 조식은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 쪽을 살펴보아도 마치 앞에 사람이 없는 듯이 한다.’고 장군을 추켜세웠다. 이 사자성어는 세월을 거치며 부정적인 의미로 변천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결정을 못 내리는 태도’를 비유 할 때 주로 많이 쓰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과 유사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만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가 된 원인이 백성들의 죄(罪)의 대가였다면, 지금 오늘 참담한 현실이 국민들의 우매한 죄 때문에 내리는 형벌인가. 어찌하다보니 대한민국이 지금 두 쪽으로 갈라졌다. 만일 최순실, 정유라 사건을 지금처럼 검찰이 조기에 수습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몰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작은 것을 숨기려다 큰 것을 잃은 거다.

그래서 검찰이 지금 예방주사를 놓고 있는데 청와대 와 여당이 나서 검찰의 조국 수사를 훼방 놓으며 적폐로 몰고 가니 어이가 없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검찰은 대통령의 언명대로 국민의 눈높이로 돌아가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겠다는데, 살아있는 권력은 아직도 주구(走狗)를 원한다. 이걸 무시하고 검찰에 눈을 부라리고 엄포를 놓은 것은 대통령의 언어를 허언(虛言)으로 만들어 대통령을 욕보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하극상이다.

느닷없이 정부와 청와대로부터 적폐청산 대상이 되어버린 조국 수사 검사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독수리눈이 되어 있다. 혼돈의 시대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체를 규명하려는 검찰은 국민의 유일한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믿었던 모든 가치를 송두리째 전복시킨 조국 스캔들로 많은 국민들은 절망하며 분노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한 박 대통령을 촛불로 몰아내고 ‘정의의 아이콘’ 문재인을 선택했는데, 권력의 형태는 전 정부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하면 더 했다. 오직 ‘조국을 지켜야 우리가 산다.’는 진영논리로 검찰을 적폐 세력으로 내몰아 압박을 가하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정말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많은 장관이 더 잘 하더라’ 며 밀어 붙였던 대통령이다. 그 결과로 지금 내각이고 나라는 엉망진창으로 멍들었다.

이번 장관 임명에 따라 청문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임명 자가 22명으로 늘어난 신기록을 세웠다. 소득주도성장, 적폐 청산을 주도한 조국 전 청와대수석이 고려대, 서울대 동문이 뽑은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선정되었다. 그럼에도 입만 벙긋하면 ‘공정과 정의’고 ‘우린 다르다’는 데 도대체 무엇이 다르고, 왜 모범 정부란 것인지 보여주지는 못했다. 소통도 없었고, 설명조차도 없이 국정을 이끌어 왔다. 문 대통령이 무리해서 조국을 보호한다면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잃을 것이다.

두 번 연속 상처받은 민심을 어느 누가 달래줄 수 있겠는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민의를 수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조국의 장관 임명을 철회하고 한 점의 의혹이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조국 하나를 살리려고 모든 것을 잃는 우(愚)를 범하면서 스스로 자멸하지 않기 바란다.

요즘 좌파 진영은 조국 사태를 놓고 “계급 갈등” 이라느니 “세대 갈등” 이라느니 “검찰이 개혁을 하려는 조국을 차단하려고 한다.” 느니 라며 헛 다리를 짚고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여론 몰이를 하고 이다. 한 마디로 논점 흐리기다. 물 타기를 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인물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있다. 조 장관 가족들은 딸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온갖 편법과 반칙을 일 삼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조국이 그동안 SNS에 늘어놓았던 그럴싸한 언행들이 정반대여서 더 더욱 미운 털이 밖 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조국에게 속았다.”라는 위선의 단계에서 허탈감마저 이미 상실될 정도다. 지금 우리 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셀프 기자 간담회와 인사 청문회에서 늘어놓은 변명들이 연일 검찰 수사에서 거짓으로 들통이 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속속 사실이거나 개연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조 장관은 그동안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모른다.”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 장관을 향한 의혹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조 장관이 그동안 했던 해명은 ‘거짓말’이 되는 분위기다.

자녀의 입학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 자녀는 서울대 법대 공익인턴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를 입시에 활용했는데, 이 서류가 위조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장관은 관련 보도에 대해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악의적”이라며 “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실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조 장관 자녀가 사용하던 PC에서 조 장관 친구의 아들 A씨 이름의 인턴 십 증명서를 발견했다. A씨는 조 장관 아들과 같은 기간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서울대 세미나에 한 차례 참석했고 인턴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이 센터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고등학생 인턴을 받은 적이 없다는 문서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조 장관 아들이 지원을 한 연세대와 아주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압수수색해 입시전형 자료 일부를 확보했다. 또 조 장관 딸이 지원한 이화여대에 대한 강제수사도 함께 진행했다. 검찰은 같은 인턴 십 증명서가 활용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이 한 말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들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딸의 가짜 동양대 총장 표창장 관련 의혹에 대해 “딸이 상장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검찰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딸의 허위 출생신고에 대해 “딸 할아버지가 신고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정작 서류에는 “아버지(父)”가 신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 장관은 “행정상의 오류”라는 입장이다. 또 조 장관은 지난달 자신의 서울대 교수직 복직을 두고 ‘폴리페서(정치교수)’ 비판이 일자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해명했다. 2008년 선거에 출마하는 서울대 교수의 휴ㆍ복직 윤리규정 제정을 주도한 당사자이기에 제기된 ‘조로남불’ 비판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선출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참으로 얼굴이 두터 운 뻔뻔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조 장관은 장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개혁'이란 단어만 10번 쓰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권한을 쪼개고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며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권한을 강조했다.

문제는 "법을 집행해야 할 장관으로 부적격" 인 조국 장관이 과연 검찰 개혁을 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조국 장관 관련 의혹이 결정적 불법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국민들이 장관직에 대해 어떤 수준의 도덕적 기대를 하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간 한 달 이상을 끌어온 소모적인 논쟁과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웅동 학원 소송 등 각종 의혹으로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미 조 장관의 부인은 기소되었고, 조국 장관의 조카도 구속된 상태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조국의 시간'과 정치 중립을 확고히 하고 형사법 집행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윤석열의 시간' 사이의 정면충돌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문 대통령이 인사검증이나 인사 청문회와는 상관없이 임명권자가 임명하면 된다. 라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결국 검찰 개혁이 아닌 가 묻고 싶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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