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발표 연기 긴장감 고조…알비스·큐란 등 대형품목 타격 불가피 예상

미국 FDA가 위장약 잔탁에 함유된 일부 라니티딘 성분 제제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힌 지 열흘여가 지난 현재 제약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제품 판매금지(이하 판금) 및 회수조치가 유력하다는 소식으로 제2의 발사르탄 사태 발생 우려가 고조됐지만 오늘(25일) 오전으로 예고됐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는 돌연 연기됐다.

그러나 시간상 유예일뿐 발사르탄과 같은 파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대형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식약처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16일 미국 FDA 발표 이후 현재 수입 또는 국내에서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 395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거·검사를 진행해왔다.

라니티딘 성분은 오랫동안 위장약으로 사용된 약물로, 직접적으로 언급된 GSK의 잔탁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의 알비스, 일동제약의 큐란 등 대형품목이 다수 포함돼 판금조치가 내려질 경우 충격이 커질 전망이다.

라니티딘 단일제인 오리지널 잔탁은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약 12억원에 불과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경우 대웅제약의 알비스(알비스디 포함)는 약 560억원, 일동제약의 큐란은 207억원 등으로 몇 배 이상에 달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뿐 아니라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허가받은 제약사는 100여곳이 넘어 실질적으로 판금 및 회수조치가 내려질 경우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크다.

NDMA는 지난해 7월 발사르탄 사태를 일으킨 발암가능물질이다.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 총 175개 품목이 판금 및 회수조치됐다.

당시 식약처가 과잉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NDMA의 유해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표준화된 검출법도 정립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금 리스트에 포함됐던 제약사들은 나중에 해제가 됐어도 이미지 하락과 경제적 손실을 피해가지 못해 더욱 반발이 컸다.

때문에 라니티딘 역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식약처의 대응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분위기다.

현재 라니티딘 성분 전체 의약품에 대한 회수를 결정한 곳은 스위스뿐이다. 미국 FDA와 유럽 EMA는 낮은 수준의 NDMA가 검출됐기 때문에 회수 등 조치는 하고 있지 않고 안전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에도 선발표 후점검으로 판금목록에 포함되면서 이미지 하락과 피해를 본 제약사들이 많다"며 "한번 발표가 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발사르탄 사태 이후 NDMA가 검출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라니티딘도 아직 미국 FDA 등 해외국가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만 섣불리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약처의 조치 발표가 연기되자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지만 업계는 발표를 지켜본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선은 식약처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판금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대체품목으로의 위칭 등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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