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조직 해체···미래비전 수립과 기획역량 강화 집중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정기현)이 16년째 답보상태에 있던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사업 추진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실상 전면 중단을 공식화했다.

지난 6일 원지동 이전을 전제로 실무 작업을 진행해 오던 전담 조직(신축이전팀)을 해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취지에 맞는 새로운 추진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될 때까지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에 경부고속도로와 화장장으로 둘러싸인 원지동 부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공공보건의료 중추기관의 부지로 접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더구나 최근 소음환경기준 초과 문제가 제기되고 그런 부적절한 부지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현 추진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사업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03년 처음 시작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그러나 서초구 원지동 화장장(현 서울추모공원) 추진에 따른 인근주민 설득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지금까지 무려 16년째 지지부진에 빠져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실시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환경기준 초과문제가 새롭게 제기 됐다.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실시한 3차원 소음검토 시뮬레이션에서는 고속도로 위 방음터널(600미터)을 설치하더라도 원지동 부지 전체를 2층 이상 병원건물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까지 제출된 것이다.

전담조직 ‘신축이전팀’ 해체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러한 입장을 공식화하는 첫 단계이다.

의료원은 인적, 물적 행정력 낭비를 막는 대신 연초에 설치된 ‘미래기획단’에 역량을 집중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자체 비전 수립과 공공보건의료 총괄·중추기관으로서 역할 재정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은 “그동안 국가중앙병원 건립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재개발 만능주의에 휩쓸려 사업을 축소 설계한 잘못이 크지만 더 이상 과거를 탓하고 오늘의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보건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의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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