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펴자/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의 도입부에서 시(詩) 한 구절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이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표현한 이 시는 1948년 시인 김기림의 시집 ‘새 노래’ 중 ‘새나라 송(頌)’이다. 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난 김기림은 모더니즘 계열을 거쳐 현실 참여문학에 깊게 관여했고, 광복 후에는 좌파 성향의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했던 시인(詩人)이다.‘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안보와 경제를 흔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절대 일본에는 지지 않겠다.’ 며 반일(反日)감정을 부추겼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일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새 한반도 비전’을 제시하는 등 한 발을 뺐다. 아쉬운 점은 문 대통령은 하나 같이 간첩을 존경하고, 또 좌파성향의 인물들만 좋아하는 지, 그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아무나 흔드는 대한민국이 된 오늘,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광복절 경축사”가 아닐 수 없다.

과거를 돌아봐도 문 대통령의 말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8.15 경축사의 또 다른 주제는 ‘평화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2032년 서울. 평양 공동 올림픽을 개최하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원 코리아(One Korea) 로 우뚝 설 수 있게 하겠다.”며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론 경축사에서 미래 비전이 제시될 수는 있지만 낙관론으로만 일관된 미래 비전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 하는 걱정도 감출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의심받고 미. 중 패권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에 밀어닥치는 등 우리를 둘러 싼 내외 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북한이 연일 핵미사일을 발사하며 남한 대통령에 대해 비난과 조소를 하는 마당에, 무슨 약점을 잡혔나 이에 대한 경고는 경축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유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이 집권당 특위에서 보이콧 주장까지 나온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해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고 한 것이나 안보 협력을 거론 한 점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까지 제기 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폐기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근 서울 중구청이 관내에 ‘노 재팬(no japan)’깃발을 내걸었다. “중구는 서울의 중심지로서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이다.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강한의지를 보여주자”는 뜻에서 깃발을 걸었지만 몇 시간 만에 내려지는 해프닝을 벌렸다. 서양호 구청장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꼬리를 내리고 하루 만에 깃발을 내리는 웃지 못 할 결과를 초래 했다. 국민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아베에게 분노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혐일(嫌日)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불매운동은 누군가의 선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경제적 우위로 우리를 겁박하는 일본에 대해 개인적으로 항의를 하는 것이다. 서 구청장은 아마도 구민들 앞에 서서 ‘대장기’를 흔들며, 문 정권에게 잘 보이려고 촐랑대다 망신을 당한 것 같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고, 시민들의 마음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비록 일본제품은 안 쓰더라도 주변, 특히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과는 더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그들에게 예의를 현재 일본여행객은 200만 명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정치권과 지자체라고 봅니다. 1000여개의 ‘노 재팬’깃발을 걸었다가 시민들의 뭇매를 맞은 중구청장. 사과 글과 함께 “불매운동은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 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사는 지역 상인들은 몇 시간이나마 깃발을 보며 걱정에 시달려야만 했다. 깃발은 철거되었지만 깃발 제작과 설치, 철거에 들어간 세금은 되돌릴 수 없다. 국민의 혈세가 내 돈아니라는 식으로 물 쓰듯 빠진 세금. 실책을 한 중구청장이 변상해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론 그런 제도를 만들어 예산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때에 지금 여당에서는 ‘일본 전역을 여행 금지 구역으로 확대하자’ 는 주장과 함께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년간을 기다려온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었을 발언들이다. 시민운동의 힘은 자발적이고 순수한 참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권력이 이들을 움직이려했다면 그것은 애국이 아니라 관제운동이 되고 만다. 시민들의 분노에 편승하고, 반일 감정을 유도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불을 질러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반일 감정만 자극하는 일은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감정만 앞세우며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외교적,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실효적인 경제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감정만 앞세우는 건 어찌 보면 아베가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단호하되 신중하고 냉철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엉뚱한 말로 국제적으로 비웃음을 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친절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그게 바로 민간 외교가 아닌 가.

문 대통령은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며 경제 보복 반대와 불복의 뜻을 거듭 천명했으나 꼬일 대로 꼬인 이런 사태를 야기 시킨 원인 제공자가 책임자인 본인임을 자인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는 한. 일 충돌은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져 안보와 경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부. 여권 인사. 청와대는 그런 점에서 언행에 신중함을 보이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9월 유엔 총회를 비롯한 다자 정상 외교 일정도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감정보다는 지혜로운 슬기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한 일 갈등은 외교적,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바라는 마음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인식과 치밀한 전략 수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일본을 뛰어넘는 극일(克日)을 위해서도 그렇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문 대통령이 ‘극일을 강조하면서도 한일 과거사. 경제 갈등을 외교적 해법으로 풀자는 ’출구 전략‘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제시했다. 또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했다.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이제는 일본의 아베 정부가 더 이상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유연한 자세로 화답해 모처럼 마련되고 있는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양국의 국가와 국민들이 우호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해본다.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이 똑똑해지고 있다. 현재의 일본 정부를 싫어하는 것과 일본 자체를 혐오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불매 운동의 영향이 누구에게 갈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시민들은 그 여부를 가리고 있다. 지금 자칫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면 친일파 혹은 그 앞잡이로 몰려 몰매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다.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친일 매국 딱지나 붙이는 일들이 부끄러운 생각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정권의 사고는 버려야 한다. 정권을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부추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평화가 유지되려면 말 잔치가 아니라 강한 군대의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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