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북한군 귀순자가 동부전선 철책과 경계를 넘어 초소로 직접 귀순의사를 알리며 귀순했다고 해서 '노크귀순'으로 불리며 당시 군의 경계태세를 비판했었다. 그런데 판박이 해양판 '노크귀순'이 지난달 15일 삼척 항에서 또 발생했다.사건 발생 2주가 지난 3일 국방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군 당국의 ‘은폐. 축소’ 논란을 야기한 북한 목선의 삼척 항 입항과 관련, “표현상 오해가 있을 만한 내용이 이었지만 축소나 은폐 의도는 없었다.” 며 “특히 표류 중 발견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의도성은 없었으며, 조사 결과 군이 이를 숨기려 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군을 두둔하는 투의 결론을 내렸다.

합참은 북한인 4명이 탄 목선이 지난 15일 삼척항구에 입항한 이틀이 자난 17일 “‘삼척 항 인근’에서 발견 했다.”고 브리핑해 군 경계 실패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합조단의 결론에 따라 국방부는 이번 경계 작전 실패와 관련, 박찬기 합참의장, 지상 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에게 경계 작전 태세 감독의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하고, 평시 해안 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된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또 통합 방위 태세 유지에 과오가 식별된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유근 청와대 안보 실 1차장에게 엄중 경고조치만 언급했을 뿐, 논란의 핵심이었던 `삼척 항 인근` 표현이 나온 경위와 국방부의 축소·은폐 시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의혹만 더 키운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조사 발표에 경계근무 문제와 그에 따른 지휘관 문책은 명확하게 드러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몰래 참석해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키웠던 청와대 안보 실 행정관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알려진 바로는 북학 소형 목선이 속초항으로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 오전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합참 지하벙커에서 열렸다. 청와대 안보 실 행정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귀순한 북한 선박과 어민의 처리 방안은 물론, 언론에 대한 설명 방향까지 국방부와 합참이 청와대와 조율했는지의 여부를 놓고도 관심이 증폭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에 따라 사건 처리가 이뤄졌다는 새 의혹이 불거지면서 군 당국이 ‘은폐를 덮는 셀프조사’라는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국방부장관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며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더욱 수상한 대목은 목선에 탔던 4명 가운데 2명을 민간인으로 단정하고 서둘러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돌려보낸 점이다. 이들은 2차 조사인 중앙 합동심문도 받지 않았다. 북한에선 동력이 있는 배는 대부분 군이 관리하고 운전요원은 군 소속이다. 관행으로 본다면 북한으로 돌아간 2명은 민간인이 아닐 수도 있다.

유사시를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침투조가 침투경로를 파악 했을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들이 귀순의사가 있었는데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면 심각한 인권문제도 될 수 있다. 청와대 ‘윗선’의 지시는 없었는지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북한 목선의 삼척 항 귀순을 정부와 군 당국이 초기단계부터 끝까지 조직적으로 은폐. 축소하려 했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등 의문투성이다. 목선에 탔던 어부들이 민간인이 아니라 훈련된 무장공비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해군과 해경은 NLL인근에서는 평소 작은 무동력선까지도 잡아낸다. 그럼에도 이번 엔 10m짜리, 동력 목선을 탐지하지 못했다. 자체 동력이 있는 배의 경우 어선을 가장한 간첩선일 가능성이 있어서 극도로 민감하게 경계한다. 이 목선이 NLL을 통과해 우리 경계구역에 들어와 무려 52시간이나 휘젓고 다녔지만 해군. 해경. 육군이 모두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구멍 뚫린 경계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안보문제를 놓고 은폐. 축소하며 거짓말로 일관하는 당국의 대응과 인식이다. 군의 나태한 경계태세도 문제지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지휘라인의 자세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게 국방과 군의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시종 북한의 눈치를 본 것 같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말은 거의 ‘유체이탈’ 수준이다. 그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누가 누구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가. 평소 군 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고 있다가 경계가 뚫리자 서둘러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이 안타깝다. 군은 위기감을 갖고 안보태세를 철저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 ‘정치의 포로’가 되어 대북 유화 분위기속에서 군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했다.

통일부가 목선을 선장의 승인 하에 폐기했다고 엉터리 발표를 한 것도 석연치 않다.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증거품을 폐기한다는 것 역시 상식에도 맞지 않는 조치인데, 통일부가 그런 식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목선은 동해 1함대에 보관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침투를 막기는커녕 파악조차 못한 군은 물론이고 국방부의 사실 . 축소. 왜곡을 방조한 청와대에도 책임이 크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을 보면서 이미 우리 기억 속에서 지워진 2017.10.30일 흥진호 미스터리가 떠오른다. 경주 감포 선적의 복어 잡이 어선 '391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6일 만에 (27일 밤)속초항으로 돌아온 사건이다. 귀환한 선원들이 모두 기존의 어부들과는 달리 20~30대인점도 이상하다. 선장도 30대다. 선원 대부분이 청바지를 입었으며 등에는 가방(백팩)을 메는 등 마치 신원을 숨기려는 듯 모두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어선에서 내렸으며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젊은이도 있다. 이들이 과연 우리 선원인지 정체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91흥진호에는 우리 선원 7명과 베트남 국적의 젊은 선원 3명이 승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납북된 선원들의 신원을 모두 공개했지만 그 당시는 신원공개가 없다. 조사도 없이 흐지부지 끝났지만 여전히 사건의 진상에 대한 각종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이때도 우리 군이 어선이 납북 된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북한이 납북했다며 우리 선박을 돌려보냈다고 해서 알았다. 북한이 언제 납북한 우리선박을 이렇게 순순히 돌려보낸 적이 있었나? 홍진호와 같이 작은 복어 잡이 어선에 저렇게 젊은 청년들이 선원 이라고? 혹 선원 바꿔치기는 아닌지? 아니면 처음부터 납북은 없었던 건 아닐까? 납북이었다고 자진 고백하는 북한. 납북 사실도 몰랐다는 한국 정부. 납북 선원들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돌려보내 주는 북한. 선원들의 가족들은 침묵. 뭐가 이렇게 앞, 뒤가 안 맞지 않는 가.

당시 트럼프 방한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임무 지령 받은 간첩은 아니었는지? 문재인 정부는 정말 몰랐을까? 우리 어선이 사라져 이북에 갔다 왔는데도 장관과 해군총장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이 무렵 문재인은(25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했다. 적폐 청산한다고 온 정신을 과거사에 쏟고 있으니 정작 국민 안전과 생명을 못 지키는 것 아닌가. 목선 귀순 사건은 군 당국의 허술한 경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어버렸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고, 진정한 책임을 지어야 할 사람이 누군 인가를 가려 엄중한 문책을 해야 한다. 모두가 정부의 자체조사에만 맡길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번 목선 귀순사건과 함께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391 흥진호 귀환 사건까지 국회도 상임위원회 등을 총 가동,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들 앞에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도 책임을 물어 응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 국기 문란‘사건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년 총선을 생각했다면, 국정감사를 통해서라도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재발하지 않도록 군 기강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간첩을 존경하고, 북한 수뇌부로 있던 김원봉에게 유공훈장을 주고자 했고,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고 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을 수도 있다. 이제는 국민들도 정신을 차릴 때가 된 것 같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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