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저 최종근 하사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같다. 새벽부터 비가 소리 없이 내렸다. 최 하사의 영결식은 비가 내리는 27일 오전 8시 해군 해양의료원에서 해군작전사령부장으로 치러졌다.

같은 날 오후 4시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전역을 불과 한 달 앞둔 최 하사의 죽음은 환영 나온 부모 앞에서 벌어진 참극으로 국민의 애를 끊게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이주영 국회부의장,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 군(軍) 동료 등이 조문을 했고,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 마이클 도넬리 주한 미 해군 사령관과 최영함의 동료 장병, 해군 관계자 등도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해군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홋 줄(정박용 밧줄)이 끊어져 승조원 최종근 병장(하사로 추서)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더욱 우울하고 아쉬운 것은 최선임 수병으로 마지막까지 남아 홋 줄을 조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참변을 당한 최하사의 죽음에 대해 정부와 관료들의 조문하는 태도가 엄격하게 차별화되고 홀대당하는 것 같다.

폭력시위를 하면서 저지선을 넘어갔다가 물총에 맞아 죽은 자, 잘못을 저지르고 자살을 한 자들에게는 투사,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문상(聞喪)을 가던 정부 각료 정치인들이, 임무를 마치고 귀국, 입항 행사 준비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 최종근 하사의 빈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의 모습은 없고, 조화만 을씨년스럽게 놓여있다. 세월 호, 518 광주묘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정치인들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하다 순직한 군인 신분이다.

대한민국 국토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장병에게 국군통수권자가, 정권이, 이렇게 홀대한다면 어느 군인인들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려고 하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 가서 썩는다.’고 비하 발언을 했고, 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 3월,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도 외국 일정을 핑계로 하루 전날 출국, 불참한 바 있다. 과연 국군 통수권자라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도 비교된다.

또 국회와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군’을 무장해제시키면서 김정은의 희망사항을 스스로 시행했다. 이처럼 군(軍)이 노골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프랑스 외에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등 세계 군(軍) 통수권자 중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된 군인을 직접 찾아 조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보가 최우선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도 조화만 보냈다. 국무총리조차 조문을 하지 않았다.

문 정권의 군(軍) 희생자 홀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세월호, 5.18 광주사태, 4.13사태로 희생된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민간인 죽음에는 그렇게 극성스러울 만큼 요란스럽고 보상금도 엄청나게 지급했던 문재인 정부가 천안함 피폭, 연평도 해전의 전사자들을 비롯한 파병 부대 장병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천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해병대 기동 헬기 마린 온 추락 사고로 5명이 순직했을 때도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뒤늦게 청와대 국방기획비서관이 영결식장을 찾았지만, 거센 유족들의 항의를 받았다. 특히 5.18 추도식장에서는 ‘5.18배지’를 달면서도 ‘서해 수호의 날’ 애도의 ‘46+1’ 배지는 문대통령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정치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재나 낚싯배 사고 등 민간 희생에는 대응이 전혀 달랐다. 2017년 대통령이 제천 화재 현장을 방문한 건, 사고 22시간 만이었다. 인천 낚싯배 사고 때는 국무회의에서 단체 묵념까지 했다.

그럼에도 유독 순직 용사에게만 인색한 것은 납득이 안 간다. 얼마 전 프랑스군 2명이 업무 수행 중 순직했다. 프랑스는 이들 병사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웅 도뇌르’를 수여하는 한편 장례식도 대통령이 직접 주관했다.

특히 전우가 떠나는 운구를 바라보며 특전사 동료들이 악기도 없이 ‘멀리 집을 떠나서’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허례허식이 아닌 깊은 진심의 마음을 담아 동료와 유가족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어른거린다. 국가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언제 어디서든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예를 표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부러웠다.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지만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에게 언제나 고마움을 표하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박찬주 대장을 관사 공관 병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여론을 악화시키는 가운데 사병들이 수감되는 영창에 수감시키는 등 모욕을 주었고, 역시 죄 없는 전 기무사 사령관인 중장을 마치 흉악범 다루듯 수갑을 채우고 고의적으로 언론에 노출시키는 등 명예로 사는 군인들에게 치욕을 안겨주면서 악행을 자행했다.

지금도 10만여 명의 국군 포로들이 북한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들의 송환문제를 다룬 적이 없다. 또 목숨 걸고 탈북해 돌아온 국군포로들에게 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보상은커녕 명예도 짓밟아 버리고 급기야는 모두 적폐로 몰아 제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자못 궁금하다. 결국 북한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북 미사일 도발에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쌀을 보내고 800만 달러(한화 96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용트림을 쓰고 있는 게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대통령은 김정은이 싫어하는 일은 의도적으로 무조건 피하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 1야당에 대해서는 잔혹하리만치 엄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한없는 인내와 무한한 마음을 보내고 있다.

그런 낌새를 챘는지, 최근 북은 이상하리만치 우리 군 관련이라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불안을 조성한다. 쌀도 받지 않겠다며 거드름을 펴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가 저자세로 애걸하는 듯한 태도는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국방부 수뇌부는 북한 눈치를 보는 데 한 술 더 뜬다. 국방부 장관은 야당 대표에게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한국당 황 대표가 전방 GP 철거와 북(北) 탄도미사일 문제를 거론하며 "남북 군사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방부는 "군(軍)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무분별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지금 우리 정부와 국방부가 다른 사람에게 '군, 사기'와 '무분별'을 말할 처지인가. 박찬주 대장의 말처럼 ‘군’은 철저한 정치적 중립(政治的 中立)을 지켜야 한다.

정치를 잘못하는 정권이 능력을 상실하면 다른 정당에서 정권을 인수하면 되지만, ‘군’은 ‘군대’를 대신해 나라를 지켜줄 존재는 없다. 문제는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안보를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할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서도 자격이 없는 대통령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인지 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적폐청산’ 은 ‘보수배제’ ‘자유한국당 패싱’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문 대통령이 말한 ‘독재자 후예’라는 말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 말을 하는 주체가 이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체포, 구금. 고문. 죽음 등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맞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는 누가 이런 말을 해도 잡혀갈 일이 없었다.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이 말이 공허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개국(開國)이래 최악의 독재 정권들을 줄줄이 생산했으며 그로 하여 그들이 만든 대통령을 거의 예의 없이 감옥으로 보낸 정당의 대통령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희한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 독재자의 후예는 3대를 이어져 오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이 아니던가. 문대통령은 그만큼 분별력이 없고,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 나라가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해서 이제 국민들에게 한 가지 남은 것이 있다면 문 대통령의 신임을 국민 투표에 붙이는 거다.

3년을 더 기다려줘야 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미래의 운명이 걱정된다. 채 피지도 못한 꽃다운 나이에 뜻밖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최종근 하사의 명복을 빌며 남은 유가족들에게도 슬픔을 함께 나누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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