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의학회 "공존 질환에 가려져 진단 어려워…ADHD 선행치료 필수"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소아 10명 중 2명이 '적대적 반항장애'를 앓고 있고, 유병 환자 10명 중 4명이 ADHD(주의력결립 과잉행동장애)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유병률이 높은 적대적 반항장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ADHD에 대한 선행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4회 ADHD의 날을 맞아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전국 4대 권역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ADHD를 진단받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는 정상인 대비 소아-청소년-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 자살, 중독장애 등 공존 질환을 동반하는 비율이 높았다.

김붕년 대외협력이사.

김붕년 학회 대외협력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는 "ADHD 아동의 70%가 청소년기까지 지속되고 50%가 성인까지 지속되는데 이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며 "ADHD 증상은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ADHD 공존 질환 역시 연령 및 질병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 고양, 대구, 제주 등 전국 4대권역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 대상으로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 연구한 결과, 생애주기에 따라 소아청소년 ADHD-공존질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소아청소년 10명 중 3명 정도가 정신질환 고위험군으로 나타난 가운데 소아의 경우 적대적 반항장애가 19.8%로 가장 높았고 ADHD 10.2%, 특정공포증 8.4% 순이었다.

문제는 소아의 약 20%가 앓고 있는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소아 10명 중 4명이 ADHD 환자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ADHD 환자의 경우 유아기에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의 질환 증상이 적절한 진단 및 치료없이 반복적으로 제제 당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면서 ""ADHD 치료가 선행되지 않으면 적대적 반항장애 문제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서 방치된 ADHD의 공존 질환"이라며 "만약 소아기에서 다시 방치한다면 성장과정에서 품행장애와 비행문제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DHD 청소년은 정상 청소년에 비해 자살 경험 비율이 높았고, 성인 ADHD 환자는 게임 및 약물,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이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지는 비율은 정상 청소년 대비 무려 6배나 높았다"며 "이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정 대외협력위원(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성인에서 ADHD와 인터넷게임중독장애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났다"며 "이들 환자에서 ADHD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다면 치료실패 경험으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봉석 학회 이사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는 소아청소년기부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질환"이라며 "그러나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는 ADHD의 적극적인 치료증진을 위해 'ADHD의 날'을 제정, 환자 및 보호자들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ADHD는 공존 질환 증상에 가려져 진단이 어려운데 방치될수록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가족과 사회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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