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실시한 7개 부처 개각에서 관심을 모았던 현역의원 입각을 두 명으로 압축 정리 했다.

4선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진영 의원을 각각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정부장관에 지명했다. 그 두 사람이 비문계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탕평인사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청와대가 자화자찬했다.

현 정권이 집권하면서 최대 폭인 3. 8개각에서도 우려했던 대로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의혹이 어김없이 불거지고 있다.

7명의 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가 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캠프에서 외교 안보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김연철 통일 연구원장이 통일부장관 후보로 내정되었다.

김 장관 후보자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자해적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등 북한 편향 발언에다 ‘좀비’ ‘씹다 버린 껌’ 문 대통령에게는 ‘군복 쇼하고 있다’ 등 원색적 막말로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한 전력이 있다.

여당에서조차 “장관직을 맡기엔 너무 급진적이고 가벼운 인물”로 걱정스러워 하고 있을 정도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1월 신문 기고문을 통해 “지금이 바로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진전 완화란 수단을 활용할 때.” 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문 라인에서 ‘제재 무용론을 주창해온 캠프 출신 인사를 통일부 수장으로 앉힌 셈이다. 미국의 반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제 해제를 강행하려는 ’마이웨이‘선언이 아닌지 자못 우려된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20년 넘게 보유한 시가 14억짜리 아파트를 후보 지명 직전에 딸에게 증여하고 자신은 그 집에 월세로 들어가 살고 있어 다주택자라 논란을 피하려 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잠실 아파트 전세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연간 5%) 이상으로 올려 받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박영선 중소벤체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배우자가 개각 발표 직전 2000만원 넘는 세금을 황급히 낸 사실이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개각 때마다 하나마나한 청문회를 실시하며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후보들의 부동산 현황이나 소셜 미디어를 조금만 훑어보았어도 이런 실수가 없이 잡아낼 수 있는 흠결을 모두 놓치고 있다.

이는 민정수석실이 극도로 무능하거나 아니면 후보들을 낙점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검증을 형식적으로 하는 등 두리 뭉실 넘어간 결과일 것이다.

암튼 어느 한 쪽이 되었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굳이 지적을 한다면 문 대통령이 쓰는 사람은 코드 인사 폴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말로는 소폭 개각을 한다는 데, 결국은 코드 돌려막기, 공신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오기 인사’로 내비쳐진다.

코드 인사 외엔 도무지 거들떠보지 않는 이 정부의 오만과 독주는 왜 그런 것일까. 촛불의 힘을 믿고, 한 마디로 국정 전반을 코드에 집착하니 믿을 건 내 편이라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쯤에서 보면 청문회에서 후보들이 낙마 될 소지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언감생심 후보들을 까발려 낙마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3년째 집권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독주를 겪어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야당 자격이 없다.

과거에도 순탄하게 진행됐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청문회는 영어로 히어링(hearing)이지만 대개 청문위원들의 공격과 추궁이 앞섰던 걸로 기억된다.

후보자의 정책 소신을 듣기보단 사생활 폭로의 장소가 되는 등 여야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를 보면서 제도적 한계나 정치 관행 탓으로 돌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시비가 붙을 법한 인사를 굳이 낙점하는 인사권자의 오만함의 무신경, 그 앞에서 멈추는 인사검증의 침묵,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읍소하며 나서는 당사자의 대범함(!). 이런 게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부실한 외교. 안보라인을 제대로 손도 보지 않고 그대로 유임시킨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기용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 안보실장은 1년 10개월 재임 기간 중 정보력과 판단력 부족으로 비핵화. 대일관계 등에서 적잖은 외교적 실패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처지다.

특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사람은 회담 당일까지 미국 등 파트너들과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판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회의 결과를 낙관하고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의 서명식을 TV로 지켜보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가 취소한데는 이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에 주중 대사로 내정된 정 대사는 ‘모든 국민은 반드시 강남에서 살 이유는 없다.’는 말을 내뱉었던 사람으로서 최악의 고용참사, 서민경제 붕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대사로 내보내는 정부가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장 대사를 보면 전 류우익 주중대사가 떠오른다.

교수. 청와대. 보은인사, 위기관리에 실패한 대사. 닮은 점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굳세어라 금순아,’ ‘일편단심 내 사랑’ 수준의 일관성은 평가 받을 런지 모르겠지만 집권 중기를 맞아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쇄신하겠다는 말은 믿기 힘들고 어렵다.

강 장관이나 정대사가 ‘문파’ 사람으로 자격과는 무관하게 실세(實勢)를 내세우는 것 같다. 시장 잡배 같은 추태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청문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로 되었어도 낙마한 후보가 있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조각 때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반대 많던 장관이 오히려 잘한다더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다.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유은혜 교육부총리 임명 때도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국회가 유은혜 부총리의 청문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지만 문재인은 오불관언이었다. 이번이라고 달라질까? 꿈 깨야 한다.

경천동지할 파렴치범으로 비난을 받아도 문 대통령은 그 누구도 비토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되레 야당, 자유한국당이 극렬 반대할수록 문 대통령은 그들이 더 적임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야당이 개인 신상만 물고 늘어지는 청문회를 하면 정부. 여당 지지율이 더 올라간다는 소리나 듣는 야당이 된다. 국민은 무심한 듯 하지만 다 지켜보고 있다.

문대통령은 시달린 사람들이 더 일 잘 한다고 했는데, 과연 홍장관은 임기 중 뭘 했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돕기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 소상공인연합회를 조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성장은커녕 더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업계에서 홍 장관이 한 일이라곤 “청와대와 코드 맞춘 것 밖에 없다.”라고 비아냥거릴까.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마찬가지다. 강남 집값과 전쟁한다더니 부동산 양극화만 더 키우지 않았는가. 택시업계 표를 의식 승차공유엔 뒷짐을 졌다.

언론도 가려 우파. 보수 언론과는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다. 소통은커녕 편 가르기만 한 셈이다.

그가 밀어붙인 공시가격 과속인상과 지방 부동산 침체 후유증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릴 판이다. 김 장관은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덤태기를 쓰게 될 최정호 후보자만 불쌍하게 됐다.

이런 코드 정치 장관을 막으려면 지금처럼 ‘끼리끼리 봐주기’로는 안 된다. 특히 정치인 출신엔 더 엄한 잣대를 들이 되어야 한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철저한 준비, 냉철한 추궁, 치밀한 논리로 현안을 공부하고 이를 악물고 밤새워 준비해야 한다. 그런 각오와 결기를 보여줘야 내년 총선에서도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야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

보좌관이 준비 한 원고만 읽으려면 실수를 한다.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장관의 자질을 따지고 정책과 철학을 묻는 자리다. 국회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독선,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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