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의 발생위험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민유홍, 정준원 교수와 진단검사의학과 최종락, 이승태 교수팀은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약 10% 환자에서 출생 전 생식세포 시기에 발생해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인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germ line mutation)가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골수성 혈액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검사법을 통해 선천성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된 백혈병 빈도를 확인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골수성 혈액암 진단을 받은 129명(백혈병 9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NGS를 활용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골수성 혈액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중 1명(8.4~11.6%)에서 판코니 빈혈, 선천성 재생불량성 빈혈, 가족성 혈소판 감소증 등의 원인이 되는 선천성 돌연변이 (BRCA2, FANCA 등)가 확인됐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3세에서부터 72세까지, 소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견됐다.

이승태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일부 유전자의 경우 유방암 등 다른 암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도 함께 발견돼 포괄적인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한 환자(64, 남)의 경우 첫째 딸이 5년 전 급성전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가족력이 있어 NGS 검사를 실시한 결과 NBN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보인자로 판명됐다.

다른 가족들을 검사한 결과 첫 째 딸에서도 같은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아직 암 진단을 받지 않은 둘째 딸도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에게서는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들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해 환자에게 동종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환자는 현재까지 재발이 없는 상태다.

정준원 교수는 “그간 백혈병의 유전 경향을 중요하게 생각해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한국인에서 유전성 소인을 가진 백혈병이 높은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면서 “유전성 소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중 혈액암 환자가 발생하고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됐다면 백혈병을 포함한 다양한 암의 발병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전문가의 포괄적인 유전상담과 체계적인 암 검진, 예방을 위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환자 가족에 대한 NGS 검사는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받는 환자 자신에게도 돌연변이가 없는 가족 공여자를 찾아 재발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이식에서 매우 중요한 검사”라며 “향후 개인 맞춤형 진료와 예방을 위한 좋은 검사방법”이라고 밝혔다.

백혈병의 유전적 원인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밝힌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3월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