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 환경공단 임원 인사와 관련해 괴이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캠프’ 출신들을 대상으로 ‘보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지난해 1월께 8개 산하기관의 임원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찍어내기도 했다는 증거와 진술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상임감사 선정 때 서류심사를 통과한 7명이 면접을 보고도 모두 탈락했는데,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 출신 A씨가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전형 자체를 무효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단서가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환경부 산하 회사의 사장에 임명됐다. 환경공단 상임감사 자리는 재공모를 거쳐 유성찬 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이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환경 특보였다. 이런 수상한 인사는 도처에서 포착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에서‘민중미술 대부’라 불리는 윤범모 동국대 교수가 역량평가 낙제점을 받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요청한 재평가를 거쳐 결국 관장으로 임명되었다.

우수 등급을 받은 후보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EBS사장 채용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1차 공모에서 후보자 4명을 선정해 면접까지 하고도 합격자 발표를 하지 않고 재공모를 했다. 방송가 주위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KBS사장 비서실장이었던 이를 그 자리에 앉히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현 정부의 적폐수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장. 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는 참사를 겪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교훈에도 불구, 환경부는 발뺌에만 급급하니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모든 정권에서 이른바 낙하산 인사, 이게 항상 재연됐고 논란이다.” 라며 “역대 정부에서 가장 인사검증을 깐깐하게 했던 정부가 참여정부인데 그 민정수석이 바로 나다. 인사검증에 관한 방대한 매뉴얼도 마련해 놓고 있다. (중략) 인사 추천 실명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누가 추천했는지 실명제를 해서 잘못됐다면 두고두고 책임지게 하는, 그리고 그 기록을 청와대에 남겨 후세에 심판받도록 하면 된다.”했다.

대통령이 된 후 청와대에서 임종석(위원장), 조현옥(간사) 등 인사추천위원회가 가동되었지만 결과는 익히 알다시피 ’캠코더(대선 캠프, 현 정부와의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와 낙하산의 범람이었다.

사람 고르기에서 전문성과 업무 능력은 뒷전인 듯했다. 경험도, 관련도 없는 인사가 공기업에 내리꽂혔다. 괴기한 것은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서는 책임을 물어 징계를 하면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등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때 “인사가 잘못되었다면 두고두고 책임지게 하겠다.”고 공약했는데도 그렇다. 어쩌면 인사에는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입으로는 국민들에게 약속해놓고도 계속해서 낙하산을 앉히는 걸 보면 말이다. 한마디로 촛불로 집권을 하더니 국민들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세간이 문정동 서울 동부지검으로 쏠리고 있다. 이른바 ‘환경부 산하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의 임원교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문정동 주변이 더욱 뜨겁게 달고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 등과 10여 건의 고소. 고발 전을 치르는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해 말 이런 의혹을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그가 내놓은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제출 여부 등이 담겨져 있다.

그럼에도 “김 수사관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준 것뿐 윗선에 보고된 바 없다”고 오리 발 내밀던 환경부 측의 설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무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아니냐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며 특유의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나 동부지검이 올 들어 환경부와 김은경 전 장관을 압수수색하고, 박천규 차관과 김 전 장관을 잇달아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등 윗선의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보고용 폴더’ 에 담긴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임기 만료 전 사퇴를 거부했던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 등에 대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감사’ 거부 시 고발조치 예정‘ ’관련 부서 직원에게도 책임추궁 가능‘ 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런 내용이 김은경 전 장관에게까지 보고된 것을 밝혀졌다. 물론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동향을 보고받은 적은 있으나 ’표적 감사‘ 가 진행된 사실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환경부 전 장관이나 관련된 해당 공무원들이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다를 바가 없어 눈살이 찌푸려질 뿐이다.

김 전 장관은 출국 금지됐고, 청와대가 원하는 인사가 환경공단 감사 선발에서 탈락되자 공모자체가 취소됐다는 관계자의 진술도 이미 확보해놓았다.

얼마 전 한국공항공사사장으로 취임한 손창완은 경찰 대학장 출신으로 20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 ‘안산 단원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이다.

캠코더 인사의 무한 반복이 거듭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무관심한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적폐청산 한다고 설치더니 이게 적폐시즌 2탄 같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 같은 인사의 배경에 누가, 무엇이 있느냐다 부처가 자체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납득이 안 된다.

’우리 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공직자를 압박해 찍어내고 ’자기 편‘을 능력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전원 탈락‘이라는 무리수까지 둘 수 있는 곳이 과연 어디겠는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국회에서 산하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임명 권한이 없다고 했다. 검찰에 불려 갔던 환경부 직원들도 인사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으로 진술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예상한 대로 청와대는 환경부의 블랙리스트는 적법한 체크리스트라며 이를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이다. 검찰의 진상 규명을 기대해보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해찬이 참으로 미운 짓을 해서 냉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해찬은 ’재집권해 평화의 100년 전개로 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듣는 국민들은 “단 한 시간도 살기 힘든 문 정권인데 20년이나 이 고통을 당하면서 살라는 말이냐”고 국민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은 현 정권 들어 사실상 처음 진행되는 현 정부와 관련된 중대 사건이다. 청와대 연루 여부를 밝히는 건 과거 권력에 대한 수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려움이 예견되는 만큼 결과에 따라 임기 중반을 맞는 정권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서울 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임원들을 몰아내고 새 정부의 낙하산을 꽂는 지시자는 물론, 청와대 관계자의 개입 여부까지 밝혀 전 김은경 환경부 장관, 박 차관 등 해당 공무원들을 이에 상응한 엄벌에 처함은 물론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도 물어 응징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사법부 역시 정치 시녀가 되었다는 세평을 잘 극복할 수 있을 런지가 역시 관건으로 떠오를 것 같다.

문득 이승만 대통령 시절 법관으로서 정치세력에 부합하지 않고 법관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았던 가인 김병로 초대대법관이 떠오르며 그런 법관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의 시간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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